박경훈 국립농업과학원 농약평가과 농업연구관

안전한 먹을거리는 안전한 농산물에서 출발하며, 안전한 농산물은 깨끗한 환경에서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먹을거리를 유해한 물질로부터 지키려면 농약에 대한 안전성은 더욱 강화되어야 할 업무로서 부각되고 있다. 농산물 안전성의 방향은 농사를 지으면서도 사람과 환경에 안전한 농약사용이 이루어지도록 힘쓰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통일벼 육종과 비닐 보온못자리 재배기술 혁명 등으로 처음으로 쌀을 자급하게 되었고, 이어서 비닐하우스와 난방기술 보급으로 채소의 자급까지 이루어져 풍요로운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식량 중 쌀의 자급자족이 밑바탕이 되어 경제가 도약하면서 농업인에서 도시인으로 바뀌고, 농촌에 남겨진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수익성을 생각했고 농업기술은 생산성에 치중하게 된다.

따라서 아침에 일어나 밭갈고 김매면서 항상 같은 일을 기계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반복하던 그런 농사가 아니라 자기의 농사는 스스로 책임지고 자율적으로 영농하여 돈 많이 벌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풍토가 조성되었다. 수익성은 자연스럽게 높은 생산성과 상품성을 목표로 농사를 짓게 되는데, 여기에 농약과 비료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것이 어느 때부터인가 ‘농약 치면 땅이 죽고 환경이 파괴되며 더 나아가 사람도 못살게 된다’는 사실 아닌 사실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과연 농약을 사용하면 땅이 죽고 환경이 파괴되는가?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가? 라는 생각은 농약연구를 하는 필자와 같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일어났고, 유기농업이라는 새로운 운동이 나타나 아예 농약이나 비료 없이 농사짓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흘러가게 된다.

농약은 독성이 강하므로 작물을 재배할 때 사용한 것이 남아있어서 이제 농약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든지, 농약 친 과일이나 쌀은 위험하며 아토피를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거나 같은 내용이 공중파에서도 여과 없이 전파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독성이 정말 우리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까’의 문제는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다. 즉 독성이 강하고 그 강한 물질을 죽을 만큼 먹어야만 영향을 미친다는 단순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독성학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도적으로 독성이 강한 농약은 그 독성자체를 문제 삼아 농약이 등록하기 전에 평가하여 차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성이 강하다고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독성이 강한 농약을 매우 적게 사용한다면, 즉 현실적으로 매우 적은 량으로도 작물의 병해충을 방제할 수 있다면 주변 환경생물에 영향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친환경농산물이나 환경친화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농사를 지을 때 사용한 농약이 그 땅에 사는 생물에게 영향이 적다면 ‘친환경’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친환경은 환경에 서식하는 생물을 보호하면서 농사를 영위하는 것 이것을 감히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농약에 대한 평가로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녹조류, 녹조류를 먹고 사는 물벼룩, 물벼룩을 먹고사는 잉어와 미꾸리, 또 그들을 먹고사는 새, 꿀벌, 지렁이, 누에 및 천적에 대하여 시장에 나오기 전에 각각의 독성을 평가하고 있다. 어차피 농약이 농사를 짓는데 꼭 필요하다면, 작물은 보호하면서도 환경에 대한 영향은 최소화해야 한다.

환경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어떤 생물을 보호해야 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데, 아직도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많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앞으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인 요구사항이므로 이를 활용하여 앞에서 열거된 생물 외에도 저니토에서 서식하는 깔따구, 새우류, 개구리, 다슬기 등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지위에 있는 대표생물에 대하여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할 일이다.

농약으로 부터 환경생물 보호는 농약 안전성분야로서 농식품 안전성 강화의 기본적인 업무로서 강화되어야 할 분야이다. 또한 농약평가기준을 면밀히 검토하여 누구나 알기 쉽게 개선하여 농약업체에서 사전에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기본적인 토대는 마련되었으나 각 생물별 구체적인 평가기준이 미흡하며 또한 그 기준에 대한 규제대상자(농약등록업체)와의 공감대형성도 미흡한 편이다. 따라서 평가기준을 개선할 수 있는 연구업무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농약독성이 높다고 단순히 규제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그러나 규제를 풀 때는 오남용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독성이 높은 농약이라도 사용량이 적어 환경에 영향이 적을 때는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농약에 이런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자료의 평가보다는 이제는 국민에게 알리고 신뢰받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이다. 우리가 힘써 나가야 할 부분은 우리가 한 일들을 국민이 믿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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