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의 배고픈 기억 속에 최근 쌀이 너무 많이 생산돼 잉여물량이 쌓이고 농업인들이 땀흘려 생산한 쌀값이 하락하는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수확기 쌀 생산량은 491만6천톤으로 풍년이던 지난해보다 7만3천톤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10ha당 생산량은 534㎏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예상 소비량에 비해 50만톤(350만석)이 더 많고 2010년 양곡년도 기준으로 쌀 재고 추정치가 109만톤이나 된다고 한다. 더욱이 WTO협약에 따른 쌀 의무수입물량(MMA)의 증가로 쌀 공급량은 지속 늘어나지만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96년 104.9㎏에서 지난해에는 75.8㎏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런 쌀 소비량 감소와 공급 과잉 문제의 해법을 위해 섣부른 인위적 쌀 생산 축소방안은 지구온난화, 불안한 세계곡물시장, 식량자급률 27%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직시할 때 바람직하지 않고 식량안보차원에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침밥 먹기 등 쌀 소비확대의 지속적 운동, 해외원조, 인도적 대북지원과 더불어 쌀 가공식품산업을 활성화해서 쌀 소비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흐름이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쌀 가공식품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밀보다 높은 원료가격, 가공비용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이의 일환으로 쌀 가공식품산업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 열려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수확기 쌀 재고량 82만톤
임정빈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쌀 가공산업 활성화 정책방향’이란 발제에서 “2000년대 이후 쌀 공급과잉으로 연평균 10~20만톤 수준의 잉여물량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2008년산 쌀의 기록적 풍작으로 공급량이 수요량을 크게 초과하면서 2009년 10월말 재고는 82만톤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 약 13만톤이 증가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또 “소비량 감소를 감안할 때 연간 16만톤 내외 잉여물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임 과장은 쌀은 국민정서(주곡), 농가의 주 소득원, 생산기반 유지 필요성 등을 감안할시 인위적인 생산량 감축보다는 잉여물량을 활용한 다양한 쌀 가공제품의 개발 및 소비 확대, 아침밥 먹기 범국민 홍보 등 근본적인 소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2012년 가공용 쌀 47만톤으로 확대
따라서 2008년 생산량 대비 6%(27만톤)에서 2012년까지 가공용 쌀 사용 비중을 생산량의 10%(47만톤) 수준으로 확대키로 하고 상품화 기술확충, 가격경쟁력 제고, 소비촉진 등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12년까지 가공용 쌀의 소비량은 47만톤으로 확대하여 늘어나는 가공용 쌀 소비량으로 약20만톤의 밀가루 소비대체가 가능하며 연간 7천900억원의 수입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정부쌀 가공용 공급으로 관리비용도 매년 470억원 절감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김태영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이용과장은 ‘쌀가공식품산업 기술현황 및 발전방향’에서 “쌀 가공산업시장 중 떡류 1만1천억원, 주류 1.9천억원으로 70%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밀가루 제품 빵·면류·피자 등의 소비증가, 맞벌이 부부 증가(기혼자 75% 외식선호), 주 5일 근무에 따라 여가생활·외식문화 급증, 조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번거로움, 단체급식용 쌀로 저품질 사용 등이 쌀 소비감소 이유라고 지적했다.

기존제품 모방, 쌀 가공식품 개발해야
김 과장은 “현식적인 식품소비패턴에 부합되고 이용 간편하고 쉽게 구매 가능한 쌀가공제품과 주·부원료를 전체 쌀로 대체하는 등 기존 식품의 모방 또는 유사식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소비 확대를 위해 생산가공비 절감, 기계화 및 첨단기술을 이용한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포장재와 디자인을 개발해서 상품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저칼로리, 저당도, 효소식품개발 등 쌀을 이용한 건강기능식품 개발 등을 꼽았다.

 떡류, 면류, 양조 전용품종 육성
더불어 쌀 소비 확대를 위한 연구과제로 떡류, 면류, 양조, 사료 등의 전용 품종을 육성하고 가공기술 개발, 신기능 및 신기술 개발 등을 하며 쌀 소비 확대 방안으로 쌀 중심식단의 우수성과 체계적인 식문화 교육 홍보, 고품질 쌀의 단체급식 공급 확대, 밥 중심의 녹색 식생활 대국민 홍보, 쌀겔러리 운영으로 쌀소비 중요성 홍보 등을 역설했다. 

쌀 가공산업 세계시장 타킷
이은 토론에서 송준상 기획재정부 산업경제과장은 “쌀 가공산업은 세계시장을 타킷으로 부가가치화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술과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개발 및 R&D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안전 인증(HACCP 등)을 위한 설비 투자 지원 등 쌀 가공제품의 품질향상을 위한 시설자금 지원을 확대하면서 농식품부의 쌀 가공산업 육성지원사업 연도별 재정투입액은 2008년 30억원에서 2009년 100억원, 2010년 400억원이다고 말했다. 또한 쌀 가공식품의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원할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세계시장을 타킷으로 하는 산업발전 모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쌀 가공식품 극복 과제 산적
그러나 원료가 되는 쌀가루값과 가공비용이 경쟁관계에 있는 밀가루보다 2배 이상 높은 반면 소비자 입맛은 이미 밀가루 가공식품에 길들여져 있어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고 말했다. 원료가격은 밀 700원(㎏), 쌀 1천400원~2천원(㎏)이고 가공비용은 밀가루 200원(㎏), 쌀가루 500~700원(㎏)이다. 또한 “현재 총식품 가공 제조업체 등은 약 2만여개 중 HACCP인증 식품제조 가공업체는 약 650여개에 불과하다”면서 쌀가루제조 및 양질의 가공을 위해서는 노후시설 교체, 식품안전인증 등에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쌀 가공식품산업기반이 자영 떡집 등 영세업체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여타 식품에 비해 전문인력 및 유통망 체계가 미비돼 마케팅 및 제품개발 등에 필요한 R&D 투자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송 과장은 “쌀 가공식품업체 중 종업원 10명 이하가 전체의 60%, 업체의 연간매출액 5억원 이하가 전체의 63%이다”고 덧붙였다. 

학교급식, 쌀 가공품 확대
박희근 교육과학기술부 학생건강안전과장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1만2천개 학교에 쌀 재고문제 해결 및 소비촉진 협조공문을 발송했고 전국 10개 초등학교를 쌀 가공제품 급식 시범학교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며 학교급식에 쌀 가공식품 사용 활성화 방안을 설명 했다. 이와함께 쌀 가공식품의 우수성에 대한 교육·홍보 강화, 쌀 가공식품 사용 시범학교 운영 및 학교급식 확대를 위한 예산 지원, 사회전반의 식생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범국민운동 전개 등 쌀 가공식품 사용 활성화 방안을 제안했다.

군, 쌀 건빵 개발
이상범 국방부 물자관리과장은 “군은 쌀 함유량이 13.47%에 불과하던 건빵을 함유량이 30%로 확대된 쌀 건빵으로 개발해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월1회를 추가로 더 지급하고 있고 쌀국수도 월1회 급식하던 것을 추가해 월2회 시범 급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는 월3회 모두를 쌀건빵으로만 급식하도록 할 계획이며 쌀국수는 현재 장병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사들 생일에 쌀 케익 급식 검토와 함께 떡국떡, 떡볶이, 쌀국수 뿐만 아니라 쌀을 함유하고 있는 빵, 건빵은 모두 수입쌀로 만든 것이다면서 이를 모두 우리쌀로 대체한다면 대체할 총량은 약 5천200여톤에 달하며 예산은 추가로 약53억원이 도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한 전 장병을 상대로 우리 쌀 소비촉진 아이디어 등을 공모해 가능한 사업을 발굴하는 등 정부의 쌀 소비촉진 정책에 앞장서겠다면서 쌀 가공식품이 많이 개발된다면 국방부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쌀 가공식품이 군에 보급되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역설했다.

우리쌀 경쟁력 확보, 완충역할
이종규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상무는 “쌀 가공식품산업은 우리 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완충역할을 담당하는 기간산업의 한 분야로 인식하고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수입쌀을 사용함으로써 국산쌀의 소비가 감소돼 농민이 어렵게 되는 것이 아니라 수입쌀을 소비하는 만큼 농민의 소득기반인 우리쌀의 생산기반을 보호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박찬주 대선제분 영업부 팀장은 쌀 가공산업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감면 또는 인하 및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통한 적극적인 참여 유도 등 쌀가루 제분공장 및 쌀 가공식품 설립 시 초기 시설자금 및 행·재정적 지원, 쌀가루 제품의 규격 마련, 수확물량 전량 수매와 수매가 보장을 통한 농가소득 향상과 경영 안정에 기여 등 안정적 원료공급 기반 조성 등을 건의했다.

 쌀 가공식품 안전성 담보 필요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이사는 쌀 가공식품산업 활성화를 위해 “쌀 가공식품 제조 시 첨가물 등 모든 원료가 안전하게 관리되고 시설 또한 안전해야 한다”면서 우리 쌀 가공식품 사용의 확대를 위한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쌀 가공식품의 개발, 쌀 가공식품의 품질향상과 포장디자인 개발, 쌀 가공식품에 적합한 쌀 품종 개발과 생산, 쌀 함량과 표시방법 강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아울러 소비자대상 정보교육 등 교육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쌀 생산량이 많고 소비량이 줄어 쌀이 남아도 우리의 식량안보와 환경보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도 우리의 농지와 농업인은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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