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자유무역협정)타결로 인한 우리 농업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눈물 나는 노력이 드디어는 소주제조사와 공동마케팅을 하기에 이르렀다.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는 지역 소주생산업체인 (주)무학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역 내 농가에서 생산되는 쌀 브랜드에 대한 공동마케팅을 펼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약에 따르면 현재 시판되고 있는 무학의 ‘화이트’ 소주병에 경상남도 내 20개 시군에서 생산되는 대표 쌀 브랜드 상표를 오는 7월까지 부착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우리 쌀의 우수성을 알리기로 한 것이다. 이외에 양측은 병마개 속에 특정문구를 인쇄한 소주 1만병을 출하해서 이 소주를 산 소비자에게 5kg짜리 브랜드 쌀 1포대를 경품으로 내놓기로 했다.

소주병에 부착된 쌀 광고는 어쩐지 서글픈 세태의 반영인 것 같아 가슴이 아프지만 이 또한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다. 어차피 신세대들의 입맛이 서구화되면서 1인당 쌀 소비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마당에 수입쌀까지 식탁을 점령케 할 수 없음이 절박한 농심인 것이다.

쌀이 하늘이었던 시절은 희미한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지고 세상은 온통 뒤죽박죽으로 섞여 돌아가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도 이젠 옛이야기다.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변하고 오늘을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의 가치만 붙들고 울분을 토한들 오늘이 과거로 회귀치는 못한다. 속상하고 괴로울 때 소주병을 잡고 우리 쌀 광고를 보자. 그나마 우리 쌀을 지켜낼 사람들은 우리 자신뿐이다.
소주 한 잔에 시름을 달래면서 앞으로의 세상을 희망으로 색칠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쌀이 소주병 라벨로 간 진정한 의미가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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