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주의‘는 전 업계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키워드’가 됐다. 특히 주부들 가운데는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도 화학 성분이 적은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유기농, 친환경,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화장품이 늘어나면서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그동안은 유기농 화장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해서 유기농 성분이 단 1% 함유된 일반 화장품도 유기농 화장품인 줄 알고 구매하기도 했다. 유기농 인증마크와 화장품 라벨에 적힌 유기농 원료 함량 등을 살펴보고 좀더 똑똑하게 유기농 제품을 골라보자.

■ ‘자연주의’와 ‘유기농’ 구분은 이렇게

친환경·자연주의·유기농 화장품은 비슷하지만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친환경 화장품이란 화장품 용기 제조와 유통 과정에서 자원 절약과 환경 보호 활동에 참여한 것을 말한다. 자연주의 화장품이나 유기농 화장품은 모두 꽃, 열매, 허브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자연 원료를 사용했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유기농 화장품은 원료뿐 아니라 재배에서 가공 과정까지 유기농 인증 기관의 심사를 거쳐야 ‘유기농’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자연주의 화장품은 원료 함량이나 ‘자연주의’ 용어 사용 기준이 없다.

제대로 된 유기농 화장품을 고르려면 해외 유기농 인증마크, 표시된 화장품 성분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국내 소개된 대표적인 유기농 인증마크는 프랑스의 코스메비오, 에코서트 등이 있다. 또 국내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로는 미&고운이 대표적이다. 코스메비오는 물을 제외한 화장품 원료의 95%가 유기농 성분, 물을 포함한 완제품의 경우 전체 성분의 10% 이상이 유기농 성분인 제품에만 주어지는 마크다.

또 에코서트는 농산물 및 그 가공품이 유럽의 유기제품 관련 법률에 따르는 유기농 제품인지 검사·인증하는 독립기관이다. 물을 제외한 화장품 원료의 95%가 천연 성분인 제품에 인증마크를 부여한다. 이 밖에도 미국 농무부(USDA)가 자국 내 유통되는 유기농산물과 유기농 가공식품에 대해 실시하는 ‘USDA Organic’ 인증마크, 유럽의 소비자 보호기관 ‘OKO’에서 실시하는 상품 테스트인 ‘외코 테스트’ 등이 있다.

해외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라도 라벨을 보면 유기농 화장품을 구별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는 ‘유기농화장품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안)’에 따르면 크림·로션과 같은 화장품이 유기농화장품으로 표시·광고되려면 내용물의 전체 성분 중 95% 이상이 천연원료를 사용해야 하고, 그중 유기농 원료가 10% 이상 함유되어야 한다. 스킨·오일 등 액상 화장품은 물과 소금을 제외한 전체 구성 성분 중 70% 이상이 유기농 원료로 구성되어야 한다.

제품에 유기농이 들어가 있다 할지라도 함량 기준치에 못 미친다면 유기농 화장품이 아닌 ‘유기농 인증 성분 함유 제품’일 뿐이다. 또 화장품 성분 중 파라벤류의 방부제가 있거나 화장수 성분표시에 미네랄 워터나 해수라고 표기돼 있다면 유기농이 아니다.

■ 유기농 화장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유기농 화장품에는 방부제가 없을까· 화학 성분을 배제한 유기농 화장품이라고 해서 방부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화학 방부제 대신 효과는 떨어지지만 안전한 천연 방부제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기한이 짧아 개봉 후 6개월 내에 사용해야 하고, 화학 유화제 대신 천연 유화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화장품에 비해 흡수 속도가 다소 느릴 수 있다. 속도만 느릴 뿐 필요한 성분은 모두 피부에 흡수된다. 화장품을 바르고 충분히 흡수될 수 있도록 손으로 피부를 두드려주면 도움이 된다.

유기농 화장품이 일반 제품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다고 할 수 있지만 무조건 피부에 좋다고 할 수 없다. 유기농 화장품이라도 그 안에 천연 방부제, 소량의 화학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피부 타입에 따라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일반 화장품처럼 테스트해서 잘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제품에 따라 향이 강한 것이 있어 처음 유기농 화장품을 쓰는 사람이라면 향이 약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유기농 화장품은 로션 단계를 생략하고 스킨과 크림만 사용하기도 하므로, 로션의 묽은 질감에 익숙하다면 크림에 에센셜 오일을 섞어 바르거나 크림을 바른 뒤 오일을 덧바르면 된다. 유기농 화장품에 익숙해졌다면 100% 유기농 화장품을 추천한다. 강한 식물 본연의 향을 즐길 수 있다.

■ 요구르트를 바른다? 발효화장품이란

자연주의 열풍 속에서 유기농과 한방화장품에 이어 발효화장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발효화장품의 열풍은 유기농이나 한방화장품과 차별화되는 나름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발효화장품은 김치나 된장, 요구르트, 와인을 만들기 위한 발효기술을 화장품 제조에 접목해 만든 제품이다.

예로부터 술을 빚는 사람들의 손이 아기처럼 곱다는 말이 다 이유가 있었다. 발효과정에서 생긴 발효 미생물들은 항균작용이 뛰어나 방부제 등의 화학성분 사용을 최대한 배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발효화장품을 사용하면 자극이 거의 없다.

또, 우유, 채소, 한방성분 등 각종 화장품의 원료들은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효능성분이 배가된다. 실험결과, 발효원료는 기존의 효소보다 최소 2배에서 최대 수십 배의 효능·효과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발효화장품이라고 모두 안전하고, 효과가 월등히 뛰어난 건 아니다. 우선, 발효화장품은 천연발효냐에 인공발효냐에 따라 효능이 달라진다.

천연발효는 순전히 효소의 촉매작용으로 진행돼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만을 만드는데 반해 인공발효는 효소를 화학적 합성으로 제조해 발효시킨 것이기 때문에 천연발효과정을 거쳐 제조한 제품처럼 영양이 풍부하지 않을 수 있고, 피부자극이 있을 수도 있다.

발효화장품이 누구에게나 좋은 것도 아니다. 단순히 발효물질인 효모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해서 사는 것 보다는 효모 이외의 성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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