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짓는다는 뉴스를 본 프랑스의 17살의 소년은 신문 사진을 오려 건설 중인 건물 꼭대기 사이를 연필로 연결해 본다. 1974년 23살이 된 청년은 뉴욕의 110층, 411.5m 높이의 쌍둥이 빌딩 사이 42m 거리에 200㎏의 와이어를 연결하고 균형을 잡을 평행봉 하나를 들고 그 위에 선다.

길 위에서 올려다보면 마침 지나가는 비행기에 비해 콩알처럼 작아 보이는 그는 줄 위에서 누웠다가, 한쪽 무릎을 꿇고 한 손을 들어 올린다. 45분 동안 빌딩 사이를 8번 왕복하고 내려오는 그에게 기자들은 ‘왜?’라는 질문만을 쏟아붓고, 그는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맨 온 와이어’는 프랑스의 곡예사 필리프 페티가 벌인 ‘신선한 사건’이 있은 지 30여 년이 지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다.

6년에 걸친 계획 동안 노트르담 성당의 두 첨탑 사이, 시드니 하버 브리지의 철탑 사이에서의 ‘예행연습’을 거쳤고, 200번의 답사 끝에 마침내 성공한 이 퍼포먼스는 페티에게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는 꿈이었다.

모두가 불가능을 말했지만, 불가능을 알면서도 페티를 도우며 그의 꿈을 함께 바라 본 친구는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도전”이라고 말한다.

당시의 현장은 몇 장의 증거 사진과 영상으로만 남아있기에 영화는 필리프를 비롯한 가담자들의 회상 인터뷰가 주를 이루고 사건 전날 밤 쌍둥이 빌딩 옥상 위에서 벌어진 일들은 재연된다. 하지만 페티의 인터뷰는 그의 오버 액션과 수다에 웃으며 귀 기울이게 되고, 죽음 앞에 선 친구를 지켜봐야 하는 친구의 눈물은 그 순간의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전한다.

마이클 니만이 만들어 낸 음악은 긴장과 이완, 흥분과 고요를 적절히 오가며, 재연 장면 역시 오래된 무성 영화처럼 재치있게 만들어져서 지루할 틈이 없다. 국내에도 소개된 페티의 자서전 ‘나는 구름 위를 걷는다’(2002)를 토대로 BBC에서 일해 온 제임스 마쉬가 연출했다. 2008년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 심사위원상, 2009년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비롯해 세계 영화제에서 27개 상을 받았다. 12세 이상 관람가. 2월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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