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명 술 여성농업인신문, 농업인신문 사업국장

설날이 다가온다. 설날을 맞으며 많은 사람들은 갖가지 생각에 잠긴다. 어떤 이들은 성묘하는 장면을 생각하는가하면, 어떤 이들은 동산에 둥그렇게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을 떠올리고, 어떤 이들은 일가친척들이 모여 왁자지껄 즐겁게 떠들고 노는 모습을 생각한다. 타향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고향에 가야하나 한숨이 먼저 나올 정도로 귀성전쟁이 떠오르기도 한다.

올해는 설날연휴도 짧아 귀성길이 더욱 큰 걱정이다. 필자도 해마다 귀성대열에 끼어 경남 합천에 내려간다. 때로는 10시간여 운전을 해 가느라 기름이 떨어져 시동이 꺼질까봐 노심초사하기도 했었고, 간신히 당도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차들이 가득차 진입을 막는 바람에 생리현상을 해결하느라 조바심을 치기도 했었다. 한 때는 고속버스를 타려고 터미널에 나가 기다리다가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차가 오지 않았대서 서너시간을 기다리기도 했었다. 귀성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차가 최고인데 기차표를 끊기가 정말 쉽지가 않기 때문에 아예 포기한지 오래다. 인터넷이 발전하고부터는 혹 좌석을 확보할 수 있을까 코레일 사이트에 수십번 들어가 확인을 거듭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좌석을 확보하게 되면 정말 얼마나 행복하던지….

해마다 온갖 고생을 하면서 천만명이 넘는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운 고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향은 곧 부모님이 계신 곳. 깊게 주름진 얼굴을 보기만 하여도 얼굴이 환해지고, 여윈 손을 붙잡으면 가슴이 뭉클해지는게 인지상정. 세상에 그 어느 광경이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눈길보다 더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지만 설레이고 기쁜 마음보다는 참담하고 쓰라린 심정으로 설날을 맞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의 친구는 지난해 어머님을 여의여서 그 기뻐하시던 밝은 모습을 다시 뵐 수 없고, 정겨운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힘들고 기진맥진할 때마다 고향에 가서 어머님 손을 붙잡기만 해도 새로운 힘이 펄펄 나는 것 같았었는데… 돌아가시고선 어머니 생각만 해도 피울음이 배어나더니 시간이 가니 이제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잿더미가 되고 만 것 같다고 해 나이가 들어도 부모앞에서는 아이가 되는 모양이다.

올해 역시 합천에 가는 길이 설렐것이다. 세대가 많이 변해 언젠가는 성묘문화 마저 없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설날에 성묘를 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다. 묘소에 가면 조상님 흔적이나마 찾을 수 있을 것 같기에… 성묘를 마치고 봉분에 기대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조상님의 따뜻한 웃음이 떠오를 것이기 때문에….
부모님은 살아계시든, 세상을 떠나셨든 구원의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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