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명절 파수꾼 ‘고속터미널 지킴이’

“매년 이맘 때가 되면 급성 우울증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15년째 고속버스 회사에 근무하면서 매년 걸리는 병이라는 김햇님팀장(41?천일고속)의 푸념섞인 말이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은 명절이면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다.
하지만 목적지가 아닌 이곳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목적지를 향해 스쳐 지나가는 터미널 대합실은 누구에게나 잠시 머무르는 곳으로 기억되는 뿐이다.

이와는 반대로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대합실의 변화를 지켜봐 온 사람이 있다. 고속버스의 배차와 안전, 그리고 승객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김햇님 팀장이다. 김 팀장은 고속버스터미널을 통해 세상을 보고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세상의 흐름을 읽었다. 설날을 맞아 고속버스터미널이 목적지였던 그의 삶의 얘기를 들어봤다.

15년이 넘는 세월동안 설, 추석명절은 어김없이 고속버스와 함께 살아온 김햇님 팀장은 올 설날도 어김없이 홀아비 신세가 돼야 한다.

설날 연휴기간, 김 팀장은 특별근무를 서기 위해 자사 사무실에서 거의 모든 숙식을 해결 하기 때문이다.

직장 일에 충실할 뿐이라며 연방 인터뷰를 거절했던 그는 조심스레 추석 연휴를 보내는 고속버스터미널의 일상과 자신의 인생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김 팀장은 “아직까지도 가장 가슴 아픈 일이 가족행사 및 명절 등 친척들이 고향에 함께 모일 때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명절만 되면 거의 혼자일 때가 많아 간혹 심각한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명절 고속버스터미널의(고속버스직원) 근무자들은 명절 때가 되면 늘어난 배차관리, 승객 편의시설 특별점검, 승객 안내 등 다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근무를 해야 한다.

설날 연휴의 일상을 얘기하며 아쉬움을 표했던 김 팀장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저처럼 집에 홀로 남겨질 아내에게 미안하고, 또 감사하다”면서 밝게 웃어 보였다.

김 팀장의 아내 이은미(30?대형상운)역시 그와 비슷한 교통업종인 택시회사에서 회계업무를 보고 있어 보기 드물게 부부가 나란히 운수업에 종사하고 있다. 결혼 6년차에도 김 팀장의 업무 성격상 명절에는 함께 있어 본적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터미널 대합실에서 김 팀장의 승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특히 근무처는 부산에서 서울로 옮겨 왔지만 고속버스터미널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팀장은 “고속버스터미널 사람들은 명절이 제일 긴장되기 마련이다”면서 “특히 고속버스 근무자들은 사고 없이 손님들이 목적지까지 오갈 수 있는지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하며 명절 얘기에 손사래부터 치면서도 이내 옛 명절의 정취를 그리워 했다.

또 “지금은 기름값 비싸고 힘든데 왜 굳이 승용차 이용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버스전용차선도 확대돼 버스를 이용하면 더 빠르게 편안하게 고향을 다녀올 수 있는데”하고 아쉬워하며 버스 이용자만을 위한 팁(Tip)을 살짝 공개했다.

오랜 경험으로 버스가 지연되면 어느 구간이 막히는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는 김 팀장은 “이번 설날은 귀성은 13일 오전, 귀경은 15일 오전까지 고속버스터미널로 나오면 힘들이지 않고 부모님 찾아뵙고 올 수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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