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업 부문 피해 대책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농업피해 대책에 따르면 직접 현금으로 소득 감소분을 메워주는 소득보전직불금은 ‘가격’이 아닌 가구당 ‘생산액’을 기준으로 지급되고, 은퇴 유도 차원에서 고령농이 농지를 매각 또는 임대하고 농사일을 그만 둘 경우 매월 일정액의 생활안정자금이 지원된다.

◇소득보전직불 생산액 기준
농림부는 지난 15일 한미FTA 소득보전직불금 지급 기준을 가격에서 조수입(생산액)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FTA의 영향으로 단순히 쇠고기, 돼지고기, 감귤 등 피해 예상 품목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과 상관없이, 농가의 실제 생산액이 줄어야 기준액과의 차이 가운데 일정 부분을 ‘FTA이행기금’을 통해 정부가 채워주겠다는 것.

농림부는 가격 기준 보조금 지급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의 소지가 있는 데다 실제 소득과 관련된 생산액이 보상 기준으로서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발효된 한·칠레 FTA의 경우 시설포도와 참다래(키위) 가격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가격차의 80%를 정부가 보전하는 가격 기준 방식의 소득보전직불제가 시행된 바 있다. 그러나 칠레산 수입이 늘었는데도 2004년 1㎏당 6천700원대였던 국산 포도 가격이 2006년 7천500원대로 오히려 강세를 보여 실제로 이 직불제는 지금까지 적용된 사례가 없다.

농림부 검토안은 이처럼 가격 하락이 없더라도 생산량이 줄면 소득보전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가격이 떨어져도 생산량이 늘면 해당 농가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한미FTA로 피해 농가가 완전한 폐업을 원하면 한·칠레FTA 때와 마찬가지로 5년동안 폐업지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보상 수준과 조건 등은 지금보다 까다로워진다.

2004년 이후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칠레FTA 폐업지원제는 실제 수입 피해 여부와 상관없이 시설 철거시 3년분, 양도시 1년분 순수익을 보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한미FTA의 경우 ‘FTA 농업지원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폐업 후 공급과잉 우려가 없는 품목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한편, 구조조정 효과를 고려해 지급조건을 현재보다 강화하고 보상수준을 낮추는 방향으로 폐업지원제가 설계된다.

◇은퇴고령농 월 일정액 지급
전체 농업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고령농 은퇴를 적극 유도하기 위한 여러 대책도 검토되고 있다.
우선 20년 넘게 농사를 지어온 70세 이상 고령농이 농지를 팔거나 임대하고 농업에서 은퇴하면 매월 일정액을 지원하는 ‘고령농 생활안정자금 지원’ 제도 도입이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취미·부업농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며, 농어민 국민연금 가입이 시작된 지난 95년 이후 20년이 지나 첫 수령자가 나오는 2015년부터는 국민연금제와 연계된다.

농림부 관계자는 “생활안정자금 지원제도는 기본적으로 현행 ‘경영이양직불제’를 보완, 활성화하는 형태로 도입될 예정”이라며 “그러나 아직 지급액 등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97년 도입된 경영이양직불제는 10년 이상 벼농사에 종사한 63~69세 농업인이 3년이상 소유한 농업진흥지역내 2ha보다 작은 논을 팔거나 장기 임대하면 매각의 경우 만 70세까지 매년 1ha당 289만6천원, 임대의 경우 일시불로 297만7천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재 이 제도는 농지 매각이 어렵다는 점, 쌀 소득보전제도와의 상충 관계로 은퇴 유인이 약하다는 점 등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따라서 정부는 실효성 차원에서 이번 고령농 생활안정자금 지원 수준을 경영이양직불제보다 높일 가능성이 크다. 또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생활안정자금 지원 대상에 대한 쌀소득보전 수준을 낮추거나 아예 배제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농림부는 생활안정자금 지원 대상이 아닌 65~69세 농업인의 은퇴를 돕는 조기은퇴직불금제도, 65세 이상 농업인이 농지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달마다 돈을 받는 농촌형 역모기지 제도 등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농림부는 앞으로 1~2개월동안 공청회 등을 통해 이 같은 한미FTA 농업 대책들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오는 6월 선정, 확정할 계획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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