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아이들에겐 ‘멀고먼 보육시설’

  
 
 ▲ 안동 여성농업인센터에서 운영하는 '잎푸른 어린이집'아이들이 센터 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다(사진제공=안동여성농업인센터) 
 
농촌 어린이들에게 보육시설은 도시처럼 집 가까이 있어 왔다갔다할 수 있는 곳이 아닌 ‘머나먼 나라’로 여겨지고 있다.
보육시설이 멀리 있어 차량으로 왕복 4시간을 오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시설을 이용하고 싶어도 거리가 멀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포기하는 아이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농촌지역 1천여 읍·면·동 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보육시설이 아예 없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그 심각성을 드러냈다.

육아정책개발센터(소장 이옥)가 농림부 용역으로 연구, 지난 10일 발표한 ‘농어촌지역 소규모 보육시설 확충 및 운영방안’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농촌 어린이가 여성농업인센터에서 운영하는 보육시설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평균 44분36초로 나타났다. 왕복시간으로 따지면 1시간30분에 달한다.

보육시설 이용 아동의 17%는 왕복 2시간 이상 차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심지어 왕복 4시간 이상 차를 타고 다니는 아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고 싶어도 이동문제로 포기하는 어린이도 2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책임을 맡은 육아정책개발센터 서문희 실장은 “이런 결과는 농촌지역 보육시설이 관할하는 면적이 보통 두세 개 면, 어느 곳은 11개 면 지역에 달할 만큼 광범위하기 때문”이라며 보육시설이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 실장은 이어 “어린이 체력으로 하루 두 시간 이상 보육시설 버스를 탄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어린이가 보육시설에 갈 때 일정시간 이상 버스를 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육시설 부족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농어촌 소재 보육시설은 모두 4천149개로 전국 시설의 14.4%에 불과한 데다 국공립은 250곳, 법인보육시설은 578곳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정책개발센터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농촌지역 보육시설이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교육, 상담, 노인정 등 여러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복합시설로 운영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센터는 보고서에서 “농어촌지역에 거주하는 어린이의 수가 적어 운영이 비효율적일 수 있고, 가정문제 상담이나 노인정 등을 함께 운영하면 다양한 주민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아울러 시설 신축 등 초기비용을 줄이기 위해 △미국, 캐나다의 사례처럼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보육기능을 추가하거나 △해당지역에 사는 인력을 활용해 가정 등 일정한 장소에서 소수의 아동을 돌보게 하는 방안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육아정책센터의 농촌보육 제안

“접근성 높이고 부모부담 줄여야”


맘놓고 이용할 수 있어야
읍·면 지역은 관할지역이 넓고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에 도시에 견줘 보육시설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규모 국공립보육시설을 포함한 복합시설을 갖춰야 한다.
경북지역 농촌보육정보센터나 여성농업인센터가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복합센터는 영유아 보육, 방과후 어린이 보육, 가정보육도우미 지원, 주민상담과 교육, 각종 복지서비스 제공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초등학교에 보육시설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시설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국공립보육시설을 두고 싶어도 두지 못하는 면들이 있다. 기존시설을 이용할 경우 가장 적합한 곳으로 초등학교가 지목됐다.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의 활성화도 대안으로 꼽힌다.

농촌 아동의 균형 있는 발달과 보육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병설유치원 활성화의 걸림돌을 해결해야 한다. 운영시간과 차량운행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병설유치원 활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영유아나 입학 전 아동들이 초등학생과 같은 시간에 등원해야 하는 문제, 부모가 영농에 종사할 시간에 유치원이 파하는 경우 등을 유연하게 해결해야 한다.

농촌지역 중에도 아동의 수가 극히 적은 지역이 있는데 이럴 경우 보육시설 설치보다는 가정보육도우미제도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차량지원과 안전관리도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아이들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보육시설에 다닐 수 있으면 좋으나 농촌지역은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차량 운용과 관리비용은 보육시설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에 유류비 지원 등 지방정부의 예산지원이 필수적이다. 어린이 보호차량으로 특별보호를 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야간보육, 휴일보육 등 시간을 연장한 보육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농촌지역 여성의 노동시간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보육서비스도 탄력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특히 농번기에 야간, 공휴일 등 특수보육에 대한 요구가 높다. 특정시기에 시간을 연장해 보육시설을 운용하거나 24시간 보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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