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적 식품자급률 도입’ 추진


최근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역대 최저치인 27%대로 하락하면서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OECD 국가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OECD 30개 국가 중에서 28위인 27.2% 수준이고 사료를 제외해도 51.6%에 머물러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9년 국내 식량자급률 전망치는 51.4%였으나 같은 해 곡물자급률이 26.7%를 기록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전 세계 국가들이 식량자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에도 국내 식량자급률은 50% 수준에서 30% 이하로 계속 떨어지고 있어도 개선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2015년 쌀 시장이 개방되는 것에 대비한 구체적 대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2007년 수립한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재검토하고 쌀 중심의 곡물자급률 위주에서 종합적 식품자급률 개념을 도입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곡물 위주 식량안보 개념을 넘어 식품유통, 식품안전, 국민영양 및 식생활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 식량안보정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식량안보의 의미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안보(food security)의 의미를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고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량에 언제라도 접근 가능한 상태라고 규정했다.
우리나라는 국가 및 지자체는 안전한 농수산물의 안정적 공급과 식품산업발전, 적정한 식량 및 주요 식품의 자급목표 설정·유지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토록 법률로 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널리 이용되는 식량안보평가 지표인 식량자급률은 총 소비량에서 국내 생산량이 치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미국은 식량안보 영역을 개인·가계 자원까지 확대하고 매년 전국 가계조사를 통해 빈곤층에 푸드 스템프(Foo Stamps)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식료·농업·농촌기본법상 식량자급률 목표를 설정해 국내 생산을 기본으로 수입과 비축을 조합한다.
EU는 식량안보가 농정의 핵심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만성적인 식량부족사태를 경험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수준은 곡물자급률 최하위, 식생활의 서구화, 경지면적 지속 감소 등 식량안보가 불안한 상태이다.

국내 식량, 수입의존도 심화
자유무역 확대에 따라 국내 농식품 수입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생산액 대비 수입액은 1995년 18.7%에서 2008년 51.6%로 지속적 상승세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곡물을 미국, 중국, 호주, 캐나다, 브라질 등 소수 곡물 수출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바이오 연료정책, 중국의 인구 증가와 소득 성장, 호주의 가뭄 등 여러 요인으로 이들 곡물 수출국들은 언제라도 곡물의 수출 축소 또는 제한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더욱이 OECD-FAO가 매년 발표하는 10년 국제곡물가격 전망에 따르면 국제곡물가격은 향후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이고 변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번 식량위기와 같은 것이 다시 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번 식량위기는 일종의 경고라고 우려를 표했다.

국제 곡물가 상승 추세
OECD의 2009년 6월 발표에 따르면 2009년~2018년간 국제 곡물생산량은 연평균 0.8~2.1% 증가하고 국제 곡물가격은 급등했던 2007년~2008년 보다는 낮으나 약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바이오연료 생산량은 연평균 7.1~9.6% 급증해 10년 뒤에는 2~3배에 이르며 가격도 상승할 전망이다. 육류 생산량은 연평균 1.3~2.3% 증가하고 국제가격은 높은 수준이 지속될 전망이다.

  식량자급률 개념 재정립 필요
 이런 와중에 ‘21세기 국가 식량안보정책 수립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2월 22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김학용 의원과 한국국제생명학회(ILSI KOREA) 주최로 열려, 해결책을 모색했다. 방문규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유통정책관, 이철호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교수(ILSI KOREA 회장)가 각각 발제한 후 6명의 토론자가 토론했다.

박문규 정책관은 “공급과 비축위주의 현행 식량안보 체제에 식품안전성·소비패턴과 같은 수요 측면의 새로운 요소를 반영하는 등 식량자급률 개념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쌀 중심 위주에서 종합적 식품자급률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식량자급률 개념 재설정 및 새로운 목표치 설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올해 상반기에 수립해서 식품자급률 공론화를 위한 심포지엄 등을 개최, 2011년 새로운 자급률 개념 및 목표치를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사료용 수요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을 사용해 식량과 사료자급률간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밀, 조사료 등 자급률 향상 대책을 추진하고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한편 쌀에 대해서는 밥쌀용 자급률을 별도 표시해야 한다고 개선방향을 설명했다.

박 정책관은 특히 “통일 대비 식품안보 정책은 기존 인도적 식량지원에서 농업기술 지원 등 북한의 농업 생산성 향상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북한의 식량자립도 제고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량자급률 추진방안 없어
이철호 교수는 “우리나라는 곡물수요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식량안보가 매우 취약하다”면서 “2007년 12월 제정된 2015년의 식량자급률 목표치는 주식용 곡물자급률 54%, 사료용 포함 곡물자급률 25%, 칼로리 자급률 48%, 품목자급률로서 쌀 90% 등으로 설정됐으나 아직 세부 추진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식량자급률 목표치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지전용 규제 완화, 농업진흥지역 전용시 대체농장 조성 의무 면제, 새만금 농지 비율 축소 등은 국내 생산기반의 보호정책에 역행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식량자급을 달성하겠다는 국민적 인식과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면서 “쌀과 식용콩의 완전 자급률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쌀 시장 완전 개방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이 교수는 “우리쌀을 지키기 위해서는 외국쌀과 차별화 될 수 있는 고품질 품종을 개발하고 생산자인 농업인의 소득을 보장하면서 외국쌀 가격과 경쟁이 될 수 있도록 쌀 생산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해야 고가의 제품으로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수출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필수 경작면적 유지돼야
이은 토론에서 김용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27% 수준이고 쌀을 제외하면 옥수수, 밀, 콩 등은 자급률 수준이 5%에 지나지 않는 다”며 “휴경농지 활용 등 비상시 국내생산을 늘릴 수 있는 보수적 입장에서의 식량문제 해결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 곡물부문, 축산부문, 식품부문들의 수급 및 가격에 대해 모니터닝을 포함해 이상 징후를 조기 경보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곡물 안정적 구매 시스템 필요
김창민 CJ제일제당 식품안전팀장은 “중장기·안정적으로 품질과 가격을 보증 받을 수 있는 식량 공급처의 확대와 함께 범국가 차원에서 MOU 및 타국에서의 계약재배 등 실질적인 식량안보 정책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적 곡물생산·수요, 국내 식생활 트랜드를 종합 고려해 기업이 구매가격을 장기적으로 예측하여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명공학작물 옥수수 경작의 증가와 미국의 바이오에탄올 정책 등으로 옥수수 가격이 폭등하는 사례 등은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막걸리 열풍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급 가능한 쌀 소비를 촉진하는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제도적 지원 정책의 모범사례”라면서 전통식품 활성화를 통해 농업의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식량안보 확보가 단순한 생산량 증대가 아닌 식품안전을 확보함과 동시에 영양학적으로 균형있는 질적 자급률 향상이 전제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곡인 쌀 경쟁력기반 굳혀야
문헌팔 한림원 식량안보과학위원장은 “매년 14억톤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농경지면적이 지속 감소해도 이를 중단시킬 제도적 장치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주식인 쌀은 2014년까지 40만8천700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고 이후 완전개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쌀 생산의 제도적 기반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성완 한국식품공업협회 식품안전부장은 “주식의 개념이 쌀 등 곡물 중심에서 채소, 과수, 축산물, 가공식품 등 식품전체로 확대되고 있어 종합적 식품자급률 개념 도입해야 한다”면서 “국가 비상시 최소한의 식량 확보라는 제한된 틀에서 벗어나 ‘안전한 식품의 안정적 공급과 건강한 소비’라는 정책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무하 한국식품연구원 원장은 “국가적인 식량안보 문제를 일부 학자들이 생각하고 농민단체가 주장하던 방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국가식품시스템 속에서 총체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품소비를 반영한 식품자급률 관리 체계로 전환할 경우 식품선호 뿐만 아니라 각 식품의 영양적 가치를 충분히 고려해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양도 서울대 교수는 “21세기는 우리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줄 혁신적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면서 “신기술을 활용해 식량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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