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군, 초고령 장수인 전국 최다 ‘블루존’

진시황이 그랬던 것처럼 누구나 불로장생, 무병장수를 꿈꾼다.
전북 순창군은 장수 노인 비율이 다른 곳보다 월등히 높은 ‘블루존’으로 통한다. 인구 3만명인 이 지역의 100세 이상 노인은 11명이나 되고 최고령자는 107세다.

서울대 노화 고령사회연구소의 2002년 조사에 따르면 순창군은 전국 234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인구 10만명당 `백세인’(100세 이상) 비율이 2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85세 이상 비율도 마찬가지다.

순창군은 옛 지명인 옥천(玉川)이 말해주듯 섬진강의 맑은 물이 ‘생명수’ 역할을 하고 있는 등 장수를 위한 최적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또 백세인 대부분은 논밭에서 평생 일을 하면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데다 자기 땅에서 자라는 채소 위주로 담백하고 적게 먹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여기에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공통점도 지녔다.

이곳에선 80대 며느리가 107세 할머니를 수발한다. 90대 할아버지는 너덧 마지기가 넘는 전답을 일구기도 한다.

웬만한 곳에선 노인 축에 드는 60〜70대는 그야말로 청년, ‘젊은이’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장수마을인 불가리아의 모길리차 마을 사람들이 어릴 적부터 우유와 요구르트를 꾸준히 먹듯 이곳 주민들은 고추장과 된장, 간장 등 발효 음식과 함께 하고 있다.

순창군 최형구 장수연구담당은 “순창은 발효 식품인 장류와 들깨 소비량이 많은 편”이라며 “천혜의 자연환경과 함께 매일 섭취하는 이런 음식도 장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군이 지난해 서울대 연구소에 의뢰해 1년간 3개 면(面)에 사는 50세 이상 421명을 조사한 결과, 건강장수의 비결로 육체적인 활동과 채식 위주의 식생활, 꾸준한 공부 등이 꼽혔다.

순창군이 최근 한글과 컴퓨터 교육을 중장년층으로 확대하고 금연과 절주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장수 요인은 또 있다.

이 분야 연구에 정통한 미국 노인의학연구소장 레오나드 푼 박사는 지난해 순창지역 백세인들을 면담한 뒤 “노인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건강상태도 좋은 비결이 모시고 사는 아들, 며느리 등 가족과의 따뜻한 가족애라는 것을 알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서양이나 도시의 핵가족과 달리 자녀가 부모를 모시는 부모부양 시스템과 한국 특유의 효(孝) 문화가 장수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초고령자가 늘어가자 순창군은 이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곳곳에 마을회관을 마련했다. 회관은 노인들에게 바깥출입과 함께 가벼운 운동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가정의 냉.난방비를 절약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제 마을회관은 하루 평균 20〜30명이 모여 점심을 먹는 화합과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군은 장수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해 전남 구례.곡성.담양군 등 섬진강 상류에 있는 3개 지역과 ‘양로연의’(養老宴儀.조선시대 임금이 노인들을 모셔놓고 열었던 공경의 잔치)를 열었다.

건강한 장수에 앞장선다는 뜻에서 이들 지역과 ‘장수공동체 순창선언’을 하기도 했다.
군은 또 백세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장수 수당’을 신설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함께 건강.장수연구소를 만들어 노화·생명연구를 비롯해 식생활, 문화, 산업, 정책 등 노인과 관련한 종합적인 연구를 하기로 했다.
특히 건강한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 간의 차이를 비교해 건강.장수를 위한 식생활 모델도 마련해 전국에 보급할 계획이다.

군 강성일 기획감사실장은 “이 연구소는 노화나 노인병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 미래의 고령사회를 선도할 다양한 장수시책과 상품을 개발해 실버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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