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서 농업만큼은 ‘제3섹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타결 이후 한국농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박홍수 농림부장관이 한미FTA 협상타결 이후 열 이레만에 말문을 열었다. 박 장관은 19일 인터뷰에서 농가등록제도와 이에 따른 맞춤농정이 향후 한국농업의 살길임을 강조하는 한편 중국과의 FTA 협상에서 농업은 ‘제3섹터’로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장관은 이날 이례적으로 1시간이상 ‘할말’을 한 뒤 질의에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주요발언과 인터뷰내용을 요약했다.


물·사료시스템 개선해야
박 장관= 양돈산업의 경우 좋은 사료가 좋은 돼지에 전달되지 못하는 게 문제다. 먼저, 물 문제다. 원수 수질은 좋은데 배관 통과하면서 수질이 나빠진다. 사료급여시스템도 그렇다. 청소하지 않아 대부분 곰팡이가 생긴다. 이들을 통째로 개선해야 한다.

양돈농가의 의식문제도 있다. 브랜드사업을 소보다 먼저 시작했는데 현재 소에 밀리고 있다. 소는 1등급 출현율도 높아지고 있는데 돼지는 일정수준에서 멈췄다. 관세 22%가 양돈산업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사양기술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양돈부문에서 물, 사료, 브랜드, 품질관리 4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소값 하락은 불안심리 때문
박 장관= 2001년 시장개방 때 소값이 떨어진 요인을 분석해보니, 개방여파로 하락한 게 아니고 불안심리에 따른 홍수출하 때문이었다. 현장에서 암소를 무자비하게 도축했다. 당시 1, 2년만에 260만 두에서 134만 두로 거의 50%를 없앴다. 시장개방이후 되려 소값이 폭등하지 않았나.

소 자급률이 37%까지 떨어져 공급물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입물량이 60% 이상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소값이 떨어지지 않는다. 2001년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불안심리를 잠재우는 게 제일 중요하다. 언론이 폭락이니 급락이니 하면서 불안심리를 부추겨서도 안 된다. 정부는 모든 기관을 총동원해 정확한 예측을 내놓도록 하겠다.

한미FTA 농업분야 협상결과에 대해 ‘선방했다’는 평가와 ‘쌀 빼고 다 내줬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장관의 견해는 어떤가.

박 장관= 협상대표단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협상이다. 다만 농림부장관으로서 민감한 품목들을 더 잘 챙기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농업인들에게 이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

수입쿼터(TRQ)라든지 농산물수입제한조치(ASG), 계절관세 등 보호조치가 제 기능을 발휘할 지 이견이 많다. 특히 쇠고기나 냉장삼겹살의 수입제한조치 발동기준이나 발동기간, 콩과 낙농품 등에 설정한 수입쿼터물량이 과도하고 계속 늘어난다는 점, 오렌지 계절관세기간이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제주에서 계절관세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데 향후 수정이 가능한가.

박 장관= 협상결과를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협상 같은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도 없다고 본다.
미국 외에도 유럽연합(EU), 중국 등 거대 경제권과 추진하는 FTA도 우리 농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특히 중국과의 FTA 추진은 어느 단계에 와있나.

박 장관= EU와의 FTA 협상은 5월부터 시작된다. EU는 불가리아, 루마니아가 새 회원국이 되면서 사실상 세계 1위 농업국가그룹으로 부상했다. 미국 못잖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과는 3월부터 산, 관, 학 공동연구가 개시됐고 내년 초부터 공식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FTA는 낮은 수준에 이뤄질 것이다. 특히 농업은 통째로 떼놓고 협상해야 한다. 농업생산 10조원 이상 없어지면 우리농업은 아예 사라지는 것이다. 가히 ‘공포’라고 할 수 있다. 정부방침도 농업부문만큼은 ‘제3섹터’로 물려놓고 협상하는 것이다. 총생산 30% 이상 사라지는데 무슨 대책이 있겠나.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정산업이 ‘케이오(넉 다운)’ 수준까지 가는 협상은 있을 수 없다. 원칙적으로 농업만큼은 제3섹터로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장관직을 맡은 지 2년이 넘었다. 취임 전 농업인단체장, 국회의원 등을 지냈는데 그 시절 농업관과 최근 농업관의 변화랄까, 농업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는 없는가.

박 장관= 벌써 2년4개월이 됐다. 큰 변화는 없다. 되려 욕심이 많아졌다. 하고 싶은 일, 해야할 일이 많이 보인다는 얘기다. 최근 ‘농정 리모델링(개선)’ 작업도 그렇다. 자동차가 굴러가도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이제 농정도 부품 갈아야할 단계까지 왔다. 예컨대 각종 정책의 ‘나이제한’은 1980년대에 만든 것이다. 농업인 45세 이상 아니면 있나. 이를 60세로 조정하는 것 같이 280여 정책을 세밀한 부분까지 수리할 것이다.

교육의 경우 여태까지 수십 년 쭉 해왔지만 시대변화만큼 교육패턴이 따라가지 못했다. 연간 20억, 30억 원 가지고 농업인 교육이라니, 말도 안 된다. 세계 1등 농업이 되려면 1등 교육정책이 있어야 한다. 3, 4년간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농업교육예산을 늘려왔다. 올해 100억 원이 넘고 내년에는 올해의 2배 정도다. 외국 농업발전단계를 보면, 오를수록 정부간섭이 없어지고 현장교육프로그램은 고급화된다. 결국 교육을 통해 자발적 역량을 키운다는 얘기다.

직불제도의 경우 미국은 1973년에, EU는 1977년에 직불 개념이 도입됐다. 우리는 1997년 경영이양직불제도부터 최근 쌀 직불제도까지 왔으니 겨우 10년 됐다. 30여 년 앞선 나라들을 따라잡으려면 앞으로 10년이나 15년간 제도와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

농가등록제, 맞춤형 농정을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13∼14년 전부터 그림을 그렸지만 여러 이유로 시작을 못했다. 앞으로 정책이 여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맞춤농정의 기본은 정확한 통계다. 올해 7, 8개 면 단위에서 시범사업을 벌이는데, ‘농업정책’ 효과가 농업인에게 가도록 농가등록제를 반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농가등록제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고령농 ‘일감창출’로 소득지원”

최근 ‘농가등록제를 통한 맞춤농정’의 첫 삽을 뜬 정부가 영세농이나 고령농가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지원책을 검토중이다.
특히 농업생산주역에서 물러난 이들이 정책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갖가지 일자리를 창출해 제공하는 등 농촌사회안정을 위한 특별소득보장제도 도입이 적극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수 농림부장관은 지난 19일 농업전문신문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전업농가와 중규모이상 농가들은 맞춤농정 틀에서 지원하고 고령농가는 ‘농촌사회안정특별소득보장제도’ 같은 복지대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농업의 강제구조조정은 있을 수 없으나 맞춤형 농정이란 큰 틀은 꼭 실현해야 한다”며 “맞춤형 농정을 한다고 해서 영세농, 고령농가가 정책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고정수입이 가능한 △산불감시원 △농수로 풀 제거 등 농수로 유지관리 △도로변 풀베기 △숲 가꾸기 사업 △가축질병 방역활동 △농촌마을개발사업 사무장 △경관보전요원 등 10여 가지 일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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