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회 칸 국제영화제의 각본상을 받은 ‘시’는 한국 영화계의 대표 감독과 대표 여배우의 합작품이다. 이창동 감독은 ‘초록물고기’의 한석규, ‘박하사탕’ 설경구,‘오아시스’ 문소리 ‘밀양’ 전도연에 이어 16년간 스크린을 떠나 있던 윤정희를 캐스팅함으로써 촬영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감독 이창동]
<초록물고기>,<박하사탕>,<오아시스>,<밀양>그의 울림은 센세이션이 된다. 감독 이창동..
일상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서민들의 아픔을 탁월하게 묘사하는 이창동 감독.
그가 그려내는 인물의 고통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아니 더 아프고 힘들게 전해진다
하지만 그 아픔들을 다시 들여다 보면 놀랍게도 일상적이다. 누구나 자신이 겪는 일이 가장 힘든 시련이라 생각한다. 그 지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의 영화는 고통스럽지만 잔인하리만큼 현실적이다.

그의 다섯 번째 작품 <시>가 완성 되었다. 왜 <시>인가? 에 대한 질문에 그는 답한다.
경제적 가치만을 중시하는 일상 속에서, 시를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더 나아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우리 삶에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극적으로 본인에게 ‘시는 무엇인가’는 곧 ‘영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도 같다고.

그의 속 깊은 곳에서 숙성시켜온 오랜 질문.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를 대신해서 표현해 주고 싶다는 이창동 감독. 그러기에 영화 <시>는 그 어떤 작품보다 그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단 한 개의 글자로 완성된 이창동 감독의 <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는 집단 성폭행에 가담한 외손자 정욱(이다윗 분)과 단둘이 살아가는 60대 여인 미자(윤정희 분)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 왔던 시를 쓰는 애절한 과정을 담았다.

주 배경인 지방의 한 도시를 가로지르는 작은 강이 영화 내내 스크린 아래로 졸졸졸 흐르는 느낌이라고 할까.(이영화에서는 단 한 곡의 음악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결코 지루하거나 맥이 빠지지 않는다. 2시간19분 동안 잔잔하면서도 탄탄한 구성과 스토리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기교가 뛰어나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시 낭송 장면은 단조로움을 덜어주는 양념 노릇을 톡톡히 한다. 

김용택 시인(김용탁 역)이 출연한 시 강좌에서는 동네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외모의 수강생들이 말하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 시선을 붙잡는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솔한 얘기라 절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세밀한 심리 묘사도 곳곳에 숨어 있다.
“고양이 세수만 하지 말고 귀밑까지 싹싹 씻어.” 동네에선 꽤나 산다는 강 노인(김희라 분)의 간병인으로 일하는 미자가 손자한테 버릇처럼 내뱉는 잔소리다. 관객의 머릿속엔 일바지차림으로 땀범벅이 된 채 강 노인의 몸을 구석구석 씻기는 미자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강가에 앉아 시를 적는 미자의 수첩 위에 후두둑 떨어지는 물방울이 눈물인지 소나기인지 분간이 잘 안 간다. 눈물 몇 방울로 담아 낼 수 없는, 사무치는 슬픔을 보여준다.

손자의 비행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소녀 같은 감수성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생활 속의 시를 찾아가는 할머니 연기를 보고 있으면 십수 년의 공백은 까맣게 잊어버린다.

시 강좌가 끝날 때까지 시를 한 편씩 써보자는 시인과의 약속을 지킨 건 미자뿐이다. 시를 자신의 빈자리에 대신 남긴 채 훌쩍 떠나긴 하지만.

미자는 손자에게 폭행당했던 소녀처럼 아주 먼 길을 떠나려고 다리 난간에 올랐을 수도 있고 시인이 강습에서 했던 말처럼 ‘절대 다가오지 않는 시상(詩想)’을 잡으러 정처 없이 낯선 곳으로 향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결말을 매듭짓지 않고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창동 감독은 진실을 담아내는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그의 냉철한 통찰력은 무감각해져 있거나 잊고 있었던 현실을 현실보다 잔인하게 묘사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깊은 고통을 느끼게 한다.

아시다시피 이제 시(詩)가 죽어가는 시대이다.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고, “시 같은 건 죽어도 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어쨌든, 지금도 시를 쓰는 사람이 있고 읽는 사람도 있다.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관객들에게 그런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
그것은, 영화가 죽어가는 시대에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나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 감독 이창동


 <영화관에 부는 고전영화 재개봉 바람>
영화관에 고전영화 재개봉 바람이 불고 있다. 디지털화와 복원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김기영 감독의 걸작 ‘하녀’(1960)가 개봉 50년 만에 재개봉한다. 중산층 가정에 들어온 하녀가 주인집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면서 빚어진 가족의 붕괴를 독특한 영화 문법으로 그린 작품이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하녀’(임상수 감독)의 원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내달 3일 전국 5개관에서 개봉한다.

 저우싱츠(周星馳.주성치)가 주연으로 출연한 ‘서유기 1 월광보합’, ‘서유기 2 선리기연’도 15년만에 재개봉한다.서울 사당동 씨너스 이수에서 내달 1일부터 상영한다.

 필름누아르의 걸작 ‘대부’(1972)도 오는 27일 약 15개 상영관에서 개봉한다. 지난 2007년 파라마운트사가 디지털 복원한 판본이다. 디지털 복원 과정을 거친 ‘대부 2’도 오는 8월 중순께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계에 따르면 할리우드 배급사들은 ‘벤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닥터 지바고’ 등 고전 영화 500여편에 대한 디지털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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