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일구는 ‘마이웨이’농업

  
 
  
 
┃ 김금희 대표 1971년생. 2000년 안성에서 새송이버섯 농장 <머쉬하트>시작.
┃머쉬하트 직원 83명. 연간 매출 36억 원. 5개의 새송이버섯 재배농장에서 일 4,600kg, 연 1,380톤 생산. 2006년 3월 하루 3.3톤 규모 제 6공장 착공. 2002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무농약재배 인증. 2004년 호서대학교와 산학협동 연구(새송이버섯 생리활성 규명, 레시피 개발) 2005년 12월 경기도지사인증 G마크획득.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포도밭 줄줄이 늘어선 한적한 23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한눈에도 ‘아! 저기다’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깔끔한 하얀 건물 몇 동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공장같이 보이지만 버섯농사를 짓는 농장이다. 좀 더 다가가면 세련된 디자인의 안내 간판이 <머쉬하트>임을 알리고 정문을 들어서면 벌써 아릿한 버섯 냄새가 코끝을 거쳐 머리를 돌고 나온다.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신발을 실내화로 갈아 신고 현관을 들어서니 모든 것이 정갈하다.

‘버섯에 미친 여자’
김 대표가 버섯을 접하게 된 것은 1990년 천안 연암대학 원예과에 입학하면서부터다. 대학졸업후 8년 동안 학교 실험실 연구원으로 버섯균 배양부터 재배까지 버섯에 관한 모든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많은 버섯 종류 중 그가 택한 것은 새송이버섯. 2000년 당시는 느타리버섯이나 팽이버섯이 주류였다. 새송이를 하겠다고 하니 모두 말렸다. 느타리나 팽이버섯은 이미 중반기에 들어섰고 새송이는 말조차 생소했다.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시장이 불투명한 품종을 선택하는 것은 모험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생각은 확고했다.

2000년 안성시에 200평 정도의 조그마한 땅을 마련하고 하우스를 한 동 지어 시험 버섯 재배에 들어갔다. 초기 투자비용 약 1억 원. 사실 젊은 여자로서 1억 원이라는 투자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김대표는 자신이 있었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버섯은 식물과 동물의 경계선에 있는 특이한 생물입니다. 살아 있는 균이죠. 그래서 버섯으로 성공하려면 삼박자가 맞아야 해요. 첫째 균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둘째 재배 기술이 있어야 하고, 셋째 시설을 제대로 갖추어야 해요. 그런데 이 세 가지가 모두 내 손 안에 있었거든요. ”

김 대표의 이 같은 자신감은 그의 버섯에 대한 정확한 지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CEO가 경험과 학문적 근거를 모두 갖춘 버섯 전문가라는 것은 <머쉬하트>의 큰 강점이다.

“저에게는 여자라는 것이 오히려 보너스였어요. 거친 가락동에서 모두들 신기해 하시더라구요. 젊은 여자가 농업에 종사한다는 걸 색다르게 보고 많이 도와줬어요.”
그는 ‘버섯에 미친 여자’로 불리기 시작했다.

고정관념 깨면 반은 성공한것
김 대표는 차별화된 재배 방법으로 승부를 걸었다. 첫째 ‘크린 룸’ 재배 방식. 배양액을 만든 뒤 살균처리하고 여기에 버섯 종균을 심어 유리병에서 키워내는 방식이다. 둘째, 저온재배법. 보통 버섯은 16~18도에서 재배한다. 김 대표는 이것을 1~2도 낮추었다. 이렇게 온도를 낮추면 느리게 자라기 때문에 조직이 단단해져 씹는 맛이 좋고 보관기간을 늘릴 수 있어 유통기간에 여유가 생기는 장점이 있다.

“버섯 재배하는 분들은 모두 남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더 크게 키워 시장에 내기를 바라죠. 그렇지만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 저온 재배를 유지해오고 있어요. 그래서 머쉬하트는 언제나 시장에서 최고의 값을 받는 거예요.”

요사이 그가 특히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새로운 제품 개발이다. 신품종 개발은 우리 농업의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다. 오는 2010년이면 종자산업법에 따라 모든 버섯이 품종보호출원 대상으로 확대된다. 상당수 품종을 외국의 것으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는 로열티 지급이 심각한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의 농업 현실이 좋지는 않아요. FTA에 압박당하고 세계 농산물 시장은 종자 전쟁 중이에요. 농업도 이제 첨단과학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농사가 특별한 기술 없이도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지요. 농사는 첨단과학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그래서 미래 농업에 희망이 있다는 거예요. 연구·개발하고 나보다 나은 기술은 배워 도입하고 언제든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지금 농업 환경을 보세요. 재료·기술·공기·지구 기온이 바뀌고 있어요. 모든 것이 바뀌고 있는데 사람만 바뀌지 않는다면 문제죠. 농사는 일단 고정관념을 깨면 반은 성공한 거예요.”

“종업원 배제된 성장 의미 없어”
<머쉬하트>. 이는 김 대표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농업은 가슴으로 해야 해요. 가슴이 움직여서 능동적으로 내가 선택해서 하는 것이야 농사로 성공할 수 있어요. 그래야만 멀리 크게 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 대표는 직원을 뽑을 때도 이 점을 매우 중시한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농업에 대한 기본적 소양을 갖추지 않은 사람은 선택하지 않는다.

그는 항상 직원들이 고맙다고 한다. 그는 <머쉬하트>가 성공한 것은 직원들이 열심히 해 준 덕이라고 공을 돌린다. 종업원이 배제된 성장은 의미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농장 규모가 커지고 매출이 증가하다 보니 회계, 인사, 마케팅 등 생산부터 주문, 홍보까지 일일이 혼자 하던 초기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김 대표의 경영 능력이 돋보인다.
‘내가 모르는 것은 전문가를 써라’

그는 내부일은 그들에게 맡기고 외부일을 떠맡았다. 머쉬하트의 중기 경영계획을 보면 2000년 태동기와 2005년까지의 성장기를 거치고 2006년부터 2010년까지를 성숙기로 잡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조직, 유통, 생산 면에서 효율성을 증대시켜 차세대 성장 동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외형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내실을 다져 일류 상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여 매출을 증대시키는 전략이다.

버섯에 빠져 결혼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는 김 대표. 그런데 2년 전 늦은 결혼을 해 이제 한 살 된 딸을 두고 있다.

“아기와 남편에게 미안하죠. 아기에게 시간을 내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일단 농장에 들어와 일에 묻히다 보면 또 잊어버려요. 여자가 아이 돌보며 일을 한다는게 모든 직업이 다 힘들겠지만 특히 여성농업인들에게는 보육과 교육이 큰 문제예요. 우리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여성농업인 정책 중 이 점에 비중을 두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그는 이번 박사학위가 끝나는 대로 MBA를 시작할 거라고 한다. 요새 그가 읽고 있다는 책 한 권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삼성과 싸워 이기는 전략」.
항상 지식에 목말라 하고 지혜로운 경영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김금희 대표다.



김금희 대표 성공 4계명

1. 농업을 첨단 과학으로 만들어라
생산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기술과 시설이 첨단화 되어야만 한다.
2. 고정관념을 깨라
농업에서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면 반은 성공이다. 언제든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
3.내가 못하는 것은 전문가를 들여라.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맡기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내가 해야 할 일들에 충실해라.
4. 항상 지혜에 목말라 공부하라
가능하면 직접 체험을 하고 체험할 수 없는 일이면 찾아 다니며 듣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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