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속에 묻혔던 삶 챙기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기대

지난 달 27일 새벽 1시 우루과이와 가진 우리나라 대표팀의 사상 첫 원정 16강 경기가 석패로 끝나자 전국에서 목청 높여 ‘대~한민국’을 외쳤던 시민들은 ‘잘 싸웠다’며 선수단을 다독였다.

시민들은 “졌지만 칭찬받을 경기였다”, “멋진 경기를 펼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다가올 2014년을 기약했다.

월드컵 조별예선부터 늦은 밤부터 이른 새벽까지 빗속에서도 12번째 선수로 함께 뛰면서 대한민국의 승리를 염원했던 시민들은 또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휴일을 보내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농업인 장형석(58)씨는 “6월 한 달 동안 우리 선수들의 멋진 경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이제 다시 회사 생활에 전념할 것이고, 태극전사들도 2014년에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전을 모두 챙겨봤다는 윤경애(32)씨는 “내일부터 늦게 들어간 대학교의 첫 기말고사인데 축구 보느라 공부를 못했다”며 “이겼으면 시간이 아깝지 않았을텐데 져서 조금 아쉽다. 그래도 재미있었고 친구들과 추억을 남길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렸던 메리야스 제조업자 전재홍(55)씨는 “월드컵 16강을 가면서 붉은 티셔츠 제작을 더 많이 하느라 오늘 새벽까지 정신없이 일을 하다 아침에 퇴근했고, 지원을 나왔던 직원들도 다 철수했다”며 “오늘은 매장 밖에 내놓았던 물건들을 정리하고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월드컵 경기가 끝난만큼 그동안 축제 열기에 묻혔던 사회 현안들에 다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회사원 정천수(32)씨는 “한 달 내내 회사에서는 온통 축구 이야기였다”며 “하지만 천안함 사태나 스폰서 검사, 4대강 문제 등 우리 사회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고 말했다.

월드컵이 한바탕 축제였다면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 축구 이전에 있었던 일들, 축제보다 더 중요한 우리의 현실과 삶을 챙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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