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안정환 등 벤취에서 좋은 분위기 주도

골키퍼 이운재(37.수원), 김영광(27.울산). 공격수 안정환(34.다렌). 수비수 김형일(26.포항)과 강민수(24.수원). 미드필더 김보경(21.오이타).

이들의 공통점은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 등 4경기에서 한번도 그라운드 위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는 조연들의 역할을 해낸 태극전사였다.

각국의 과거 월드컵을 살펴보면 주전과 비주전의 갈등, 선수기용에 대한 불만은 전력누수로 직결돼 나쁜 경기 결과를 낳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유럽이나 남미의 강팀의 경우 유명 클럽팀 소속 선수들이 감독의 교체에 불화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포르투갈의 데쿠가 감독의 교체에 불화를 일으켰고, 프랑스의 아넬카는 감독과의 언쟁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대회도중 팀에서 퇴출을 당했다.

다행히도 한국 대표팀에서는 어느 때보다 붙박이 벤치멤버가 많았으나 별다른 갈등 조짐이 없었고 오히려 전력에서 배제된 선수들이 경기 안팎에서 좋은 분위기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월드컵 직전까지 주전으로 골문을 지켰던 ‘거미손’ 이운재를 비롯해 ‘반지의 제왕‘ 안정환 등은 자신들이 쌓은 명예가 땅에 떨어질 수도 있었으나 이를 참아내고 ’팀워크‘로 승화시켰다.

안정환은 경기 흐름을 바꿀 조커 해결사로 부름을 받았고 이운재는 10년 가까이 지켜온 골키퍼 주전 자리를 본선을 코앞에 두고 정성룡에게 빼앗겼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고참 공격수 황선홍과 수비수 홍명보가 비주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대표팀의 화목이 유지됐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불가피하게 벤치를 지킬 선수가 고참이었다는 점에서 그 때와 다른 묘한 긴장감이 돌았으나 안정환과 이운재가 스스로 활력소가 되면서 갈등은 생기지 않았다.

또 김영광과 김형일, 강민수, 김보경 등 대표팀의 ‘젊은 피’ 들도 “1분이라도 뛰어보고 싶다”는 말이 나왔을 법 하지만 불만을 얼굴에 드러낸 적이 없었다고 전해졌다.

강민수와 김형일은 중앙 수비수 이정수(20.가시마)와 조용형(27.제주)가 부상이나 경고누적으로 결장할 것을 대비해 항상 출격을 대비하고 있었다.

좌우 미드필드를 오갈 수 있는 막내 김보경도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22.볼턴)이 불가피하게 출전하지 못할 때 공백을 메울 요원으로서 계속 경기 감각을 유지해왔다.

이겼을 때나 16강에 진출했을 때 가장 먼저 기뻐하고 환호했던 선수는 이들 비주전이었고 대패했을 때나 8강 진출이 좌절됐을 때 가장 먼저 다가가 주전들의 어깨를 감싸고 위로했던 선수도 이들 태극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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