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그림 속에 푸른 초원과 한가롭게 풀 뜯는 소떼 위로 뭉게구름 떠 있는 눈부신 하늘이 보인다. 거기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뜀박질이 곁들여지면 금상첨화다. 도시민들이 상상하는 목장의 모습은 이처럼 낭만과 행복이 가득한 이상향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현실은 가축분뇨 냄새와 오폐수가 흐르는 치열한 삶의 터전 중 한곳일 뿐이다.

경기도가 올해 팔당 상수원 주변 7개 시군 70여 곳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아름다운 농장만들기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대상농장은 축종구분 없이 농장별로 1천만원씩 사업비를 투입해 가축분뇨냄새가 나지 않도록 처리하고 진입로나 농장간판 등 농장주변을 깨끗이 정리정돈 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물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꽃으로 치장된 화단이 있고, 주변과 어울리는 나무와 금붕어 노니는 연못 등을 갖추면 겉보기에 아름다운 농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가 목표한 축산업의 여러 가지 폐해, 즉 악취와 해충, 수질오염 등으로 인한 농장환경이 혐오시설로 간주되는 이미지를 개선해 축산업이 생명산업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에 반대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허나 달력그림 속 박제된 풍경만을 위한 전시용 사업이 돼서는 안 된다. 한미FTA와 한EU FTA 등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축산농가들을 위한 실질적 정책은 도외시한 채 겉만 치장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는 겉모습도 아름답고 속으로도 내실 있는 정책이 된다면,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아름다운 농장 만들기’사업은 여타 지자체의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안에서 신음하는 표리부동이 아닌 진실로 아름다운 정책으로 태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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