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쌀 개방, ‘발등의 불’

모내기를 끝낸 들녘에서는 벼 잎이 파랗게 짙은 색을 더하며 자라고 있다. 그러나 2008년과 2009년 평년 수준을 웃도는 풍작으로 쌀 생산량은 늘었지만 소비량은 오히려 줄어드는 등 여러 변수가 겹쳐 쌀값이 하락해 농업인들의 시름은 크다. 200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따라 2015년에는 쌀을 관세화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이전(2010~2014년)에 관세화 하는 것이 유리한지, 2015년에 관세화 하는 것이 유리한 지를 놓고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2014년 조기관세화는 농민단체의 동의가 있으면 시행하겠다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조기관세화에 대한 실익이 있는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추후 일정을 감안할 때 7월까지 합의를 도출해 2011년에는 관세화로 가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와 맞물려 쌀 개방이후 식량 주권, 식량안보를 위해 논 면적 유지를 근간으로 한 쌀 자급율 제고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쌀 중도관세화: 약인가, 독인가’를 주제로 농어업회생을 위한 국회의원모임, 농민연합은 지난 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대학장의 ‘쌀 조기관세화 개방의 선결과제’, 이해영 한신대학교 교수의 ‘쌀 조기 관세화의 득과 실’, 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의 ‘농민이 바라보는 쌀 중도관세화와 식량주권’이 주제로 발표되고 토론이 진행됐다.


 ‘자동개방’인지, 확실히 해야
윤석원 교수는 “2014년이 지나면 무조건 ‘자동관세화 개방’이라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에 대한 통상법적 해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외 객관적인 통상법 전문가 집단의 자문이나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집약하고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DDA(Doha Development Agenda)협상에서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므로 정부는 농업부문의 경우 확실하게 개도국 지위 유지를 강력하게 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팔코너 농업의장의 세부원칙(Modality) 4차 수정안(2008년 12월)에 의하면 선진국과 개도국간에는 관세감축에 많은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DDA협상이 타결될 경우 선진국이냐 개도국이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 불식할 쌀 정책 제시돼야
그는 특히 쌀 관세화 개방 논의보다 더 시급한 것은 쌀 농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중장기 목표와 비전 설정이다고 역설했다. 이는 쌀 시장의 전면 개방이 이뤄질 경우를 대비하되,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대한 논을 유지 보존할 수 있는 목표 설정을 위해 논의 형상을 유지시킬 수 있는 생산조정정책도 단기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쌀 농가 소득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고안해야 한다는 윤 교수는 “쌀소득보전직불금의 보전비율을 현행 85%에서 95%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전비율이 85%일 때 변동직불금이 만약 5천억원이라면 보전비율을 95%로 높이면 약 588억원, 90%로 높이면 294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그는 목표가격설정시 생산비와 물가상승율 감안하고 지불금이 실경작자에게 돌아가도록 보완하며 직불금을 농약, 비료 등 현물로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급율 하락대책 세워야
윤 교수는 “조기 관세화 개방을 주장하는 논거는 소비가 생산보다 급격 감소해 소비량 대비 재고량 비율 증가로 재고관리의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으나 더 심각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쌀 시장이 개방되면 쌀자급율이 중·장기적으로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쌀 자급율은 2014년에는 약 102~103%, 2012년에는 77.5~87.8%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또한 쌀 재배면적이 2012년에는 58만㏊~65만㏊로 줄어들어 쌀 생산기반인 논을 유지하는 정책이 없으면 자급율 저하와 함께 식량주권, 식량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역설했다.

통상협상에 미칠 영향 면밀 검토돼야
따라서 윤 교수는 “정부는 2014년 이후 쌀 자동관세화 개방과 재협상의 가능성, 조기관세화 개방과 개도국 지위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추가협상) 가능성, 한중 FTA 협상 등 기타 통상협상 과정에 미칠 영향과 전략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우선 2014년 이후 과연 무조건 자동관세화인지 아닌지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에 의한 통상법적 해석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으로 법적 유권해석을 받아볼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국가 식량주권과 식량안보를 위한 쌀종합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기관세화 ‘실익’, 의문
이해영 교수(국제통상연구소장)는 “중도관세화론은 그 자체 ‘관세화 프레임’에 갇혀 있다”면서 “결국 문제는 연 200억~400억의 이른바 ‘실익’과 조기관세화에 따른 불확실성의 비용(국제곡물가 폭락가능성, 사회적 갈등 비용, FTA협상과의 관계, 식량주권과 자급율 등)을 놓고 볼 때 조기 관세화 리스크를 감당할 만큼 ‘실익’이 충분히 크고 조건이 성숙했다고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 번의 충격만으로 쌀 산업은 붕괴될 수 있고 쌀 관세화의 본질은 시장화이다”면서 “국내 쌀시장이 조기에 국제쌀시장에 편입됨으로써 나타날 불확실성의 비용, 리스크는 결국 농업인들에게 전가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기관세화에 따르는 불확실성이 걷힐 때까지는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농정이다”고 덧붙였다.

쌀 조기관세화 신중해야
이창한 정책위원장은 “쌀을 조기관세화(2011년)할 경우 여러 불확실성을 배제한 수치계산상 약 20만톤 가량 수입쌀이 감소하는 것은 맞지만 원/달러 환율 변동과 국제 쌀값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면서 쌀 조기관세화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쌀 관세화유예로 인한 MMA(Mininum Market Access: 최소시장접근) 물량은 정부가 수입하고 관리하고 있으나 관세화로 전환될 경우 민간에서 자유로이 수입할 수 있게 돼 쌀 수입이 크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쌀 조기관세화 전환으로 DDA협상에서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잃을 수 있다”면서 “DDA협상 타결 시 우리나라가 선진국 지위를 부여받고 쌀이 민감품목으로 분류되는 것을 가정할 경우 쌀 수입량은 50만9천톤 가량 된다”고 말했다. 2010년 MMA물량 34만8천톤에 TRQ(저율관세할당) 20만2천톤(2003~2005년 국내소비량의 3.5%, 관세상한을 적용하지 않는 대가로 0.5% 추가)을 합하면 50만9천톤(관세화유예시 2014년 MMA물량은 40만8천톤)이다.

또한 그는 쌀값안정, 농가소득 향상 대책과 식량자급률목표수준 법제화, 생산비를 반영한 쌀 농가소득 현실화, 쌀 소비확대 등 쌀산업 발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DDA타결 전까지 쌀 조기관세화에 대한 농민단체들의 의견존중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화시기 앞당겨야
이은 토론에서 안호근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원예정책관은 “2015년에 쌀 관세화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수급 등 여러 여건을 감안해 관세화시기를 앞당겨 수입량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농민단체가 중심이 돼 조속한 합의를 도출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1년 쌀 관세화 시 매년 32만7천톤을 수입하게 되지만 2014년까지 관세화 유예시 2015년부터 매년 40만9천톤을 수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수년간 국제 쌀값이 400US$/톤 이하로 떨어지거나 환율이 900원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 △관세화 되더라도 MMA 수입물량은 기존처럼 국영무역형태로 정부에서 관리할 수 있다 △2015년 이후에는 WTO농업협정상 관세화로 가는 것이 원칙이다 △쌀을 중도에 관세화 했다고 DDA농업협상에서 우리나라의 개도국지위 유지가 어려워진다고 볼 수 없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엄격한 원산지표시제 시행돼야
 한두봉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쌀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조기관세화가 유리하다”면서 “2011년에 관세화로 전환할 경우 2014년까지 관세화를 유예하는 것보다 매년 8만2천톤씩 쌀 수입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일본, 대만처럼 높은 관세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는 그는 “관세화할 경우 2005년 이후 주요 수출국에 배분됐던 국별 쿼터가 철폐됨으로 주요 수출국과의 갈등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WTO 공식 해석, 선행돼야
장경호 건국대학교 겸임교수는 “2015년 이후의 상황에 대한 명시조항이 없다는 것은 협상을 통해서 관세화 유예를 지속할 것인지, 관세화로 전환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전제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쌀 조기관세화를 일방적으로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전제가 되는 2015년 관세화 유예 계속 혹은 일반관세로의 전환 여부에 대한 WTO 각료회의와 일반이사회의 공식적인 ‘해석’의 요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특히 “쌀에 대해서는 DDA에 따른 새로운 의무이행 적용시점을 10년 정도 미루는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쌀 관세화 전환, 신중해야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조사결과 쌀 관세화 전환에 대해 ‘시기상조’ 48.6%, ‘위기요소 고려 등 정확한 분석 후 결정’ 37.1%로 나타났다”면서 쌀 관세화전환은 신중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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