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장면 충실…”이념논쟁 피하려다 메시지 불분명”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KBS와 MBC가 야심차게 내놓은 두 편의 전쟁 드라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특히 MBC ‘로드 넘버 원’의 경우는 시청률이 6-8%로, 130억 원의 거대 제작비를 감안하면 참패 수준이다.
KBS ‘전우’는 14-16%를 유지하고 있어 그나마 선전하고 있지만 회당 4억 원(총 80억 원)을 투입한 드라마치고는 아쉬운 성적이다.

전문가들은 두 드라마가 한국전쟁을 그리면서 전투 장면에는 충실하지만 이념 논쟁을 피하려다보니 스토리와 메시지가 불분명한 상태가 됐다고 지적한다. ‘전우’와 ‘로드 넘버 원’은 나란히 영상미에서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고 있다.

리우드 영화에 맞춰져 있는 시청자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는 못해도 국내 드라마 촬영 여건을 고려하면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드라마 PD들은 입을 모은다. 여전히 폭파신 등 특수효과 부분은 눈에 거슬리는 점이 있지만 시청자들도 전투 장면에 제작진의 땀과 노력, 시간이 응축됐음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이들 드라마가 전쟁장르를 개척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전우’는 건조한 전투 드라마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전쟁과 사랑을 테마로 잡은 ‘로드 넘버 원’과 확실하게 다른 길을 걷는 ‘전우’에는 제작진의 말대로 멜로가 없다. 여자 출연자도 거의 없다. 이태란, 이인혜 정도인데 그나마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드라마는 우정에 집중한다. 이현중(최수종 분) 분대장이 이끄는 분대원들끼리의 끈끈한 전우애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에 ‘로드 넘버 원’은 사랑이 차고 넘친다. 주인집 아씨와 머슴의 관계로 시작된 이장우(소지섭)와 김수연(김하늘)의 관계는 전쟁을 거치며 절절하고 비극화하는 연인을 대변하게 된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대서사극에서 멜로는 빠지지 않는 요소이지만 ‘로드 넘버 원’은 그 비중 조절에 실패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되고 말았다. 수연을 향한 장우의 사랑은 무서울 정도로 강하지만 수연과 정우의 화학작용을 이해하기에는 스토리 곳곳에 빈 구석이 보이고, 삼각관계에 놓인 소지섭-김하늘-윤계상 등 청춘스타 세 사람의 얼굴 위로 펼쳐지는 전쟁은 가슴 시린 멜로의 한 배경에 머물고 만다.
또 두 드라마는 ‘반공’도 전쟁에 대한 고민도 없다는 지적이다.

1975년 원작에서 ‘반공’의 메시지를 뿜어냈던 ‘전우’는 2010년 리메이크작에서는 ‘반공’이 아닌 ‘반전’을 택했다. ‘로드 넘버 원’은 아예 여주인공 수연이 얼떨결에 가입하긴 했지만 남로당원이다.

문제는 민감한 이념문제를 빼다보니 전쟁에 대한 고민 자체가 없어지고 연쇄작용으로 스토리와 메시지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 특집극이라는데 두 드라마는 한국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우리는 그 전쟁을 어떻게 기억해야하는지에 대한 길잡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6.25를 기념해 만들었다는데 두 드라마는 한국전쟁의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 채 반쪽짜리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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