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일고 있는 ‘농촌지도’ 업무와 ‘농업행정’ 업무 통합 바람에 대한 농업인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지난 10일 여수시의회가 농업기술센터와 시청 산하 농업축산과를 통합하는 조례개정안을 사실상 확정해 여수농업인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여수시의회 자치기획위원회(위원장 김명남)는 10일 위원회의 개최하고 시에서 상정한 ‘여수시농업기술센터와 농업축산과 통합(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농기센터 통합은 절차상으로 11일 개최되는 본회의에 상정, 확정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에 농촌지도자여수시연합회(회장 최종두), 농업경영인여수시연합회(회장 정안조) 등 농업인단체들은 “농업기술센터와 농업축산과가 통합될 경우 농업행정에 치우쳐 세밀한 농업기술 지원이 어려워 농업인들의 불편함이 가중될 것”이라며 통합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농업인단체들은 기술센터의 통합으로 인해 결국 농업관련 예산 ‘축소’가 불가피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촌지도자회 최종두 회장은 “시에서는 One-Stop서비스라는 명목하에 농정과 농촌지도사업을 통합시키려 하지만 지도사업이 농정의 보조사업으로 전락돼 농업인에 대한 기술보급과 교육이 유명무실해 질 것이 뻔하다”면서 “종전에 농정과 지도사업을 통합했던 지자체가 재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수시는 거꾸로 가는 행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시의회 위원회가 개최되는 동안 농업인들은 시의회 통과 저지에 나서도 시원찮을 판국에 단 한명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최 회장은 “어차피 시에서 농업 포기를 선언한 마당에 뒤늦게 통합 반대 목소리를 외쳐도 ‘허공에 삽질’하는 꼴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한미 FTA 체결 등으로 각박해진 우리 농촌이 더욱 심각해지지 않을까 안타까운 마음만 앞선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전국 20만 농촌지도자회원가족은 통합 시도를 ‘농업·농촌, 농업인 죽이기’라고 규정했다”며 “조례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그동안 ‘여수해양엑스포’ 유치를 위해 협조해 온 농촌지도자회를 비롯한 여수농업인들의 일체의 모든 노력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또 농촌지도자전라북도연합회 황정수 회장도 “완주군청이 농업기술센터를 농정에 통합하는 조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하고 “FTA시대에 대응해 한국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농업·농촌 생존전략을 위해 전력투구 하고 있는 350만 농업인의 피 나는 노력에 정면으로 배치하는 잘못된 행태이며, 완주농업과 전북농업의 발전,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농업인으로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한 반대 의지를 표했다.

황 회장은 이어 오는 16일까지 예정된 의견수렴 기간동안 반대 의견을 개진할 계획을 밝히고 “임정엽 완주군수가 ‘나이스 완주’를 표방하고 완주농업발전을 위해 특화작물단지 육성, 대체작물 개발, 전원주택 개발, 생태체험관광 개발과 같은 농정을 펼치겠다고 했으나 오히려 농업인의 농업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성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촌지도직 공무원은 “임 군수는 통합에 반대하는 농촌지도직 공무원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반대 여론을 조장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위협하는가하면 회의 석상에서 서슴치않고 욕설을 내퍁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난한 뒤 “임 군수의 오른팔을 자임하는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통합에 동조하지 않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지도직 공무원의 보직을 빼앗는 등 횡포를 자행했다”며 폭노했다.

전라북도연합회는 조만간 임 군수의 ‘오만방자’함을 성토하고 통합 반대를 주장하는 성명을 내는 등 통합반대 여론을 조성할 방침을 밝혔다.

최근 알려진 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농업기술센터의 농촌지도 업무는 농촌지도직이 지방화 된 1997년 이전에는 전체 업무의 54%를 차지했지만 2007년 현재 14%로 크게 감소했다. 또 현재 전국의 농업기술센터 159곳 가운데 68곳이 지자체 농정업무와 통폐합 됐고, 1997년 6,700명에 달하던 농촌지도직 공무원 정원도 해마다 감축돼 2006년 4,900여명으로 27%나 줄었다.

이는 지방화 직후 지자체에 하달된 행정자치부의 잘못된 ‘지방자치단체 구조조정 지침’에 따라 시장·군수가 바뀔 때마다 조직개편의 ‘희생양’으로 이용된 결과이며, 그동안 시군농업기술센터는 통합과 분리를 반복하면서 현재 ‘비전’없는 조직으로 전락했다.
다행히 통폐합을 단행했던 73개 시군은 통폐합 이후 나타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다시 업무를 분리했으며 폐소했던 전주시 경우는 지난해 폐소했던 농업기술센터를 부활시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는 10일 성명을 통해 “그동안 시장·군수의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에 따라, 선거 때마다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면서 통폐합을 지켜봐야 했다”면서 “최근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농업기술센터 통폐합 시도를 심각하게 우려하며, 특히 완주군의 경우 통합되면 완주군의 ‘첨단농업연구단지’ 참여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는 한편 농촌진흥청 및 산하 연구기관의 전주·완주 이전계획 재검토 및 철회를 위한 범국민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가톨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전국농업기술자협회, 한국낙농육우협회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한국4-H본부 등 11개단체로 구성된 농민연합도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시군농업기술센터 통폐합 계획은 농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축소로 이어져 결국 농민들의 피해로 전가될 수 있으므로 통폐합을 반대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이어 “농업기술센터는 우리 농업과 농민들의 소중한 자산으로, 이는 통폐합의 대상이 아니라 그 기능과 역할을 올바로 설정해 점차 강화되고 있는 농정의 지방화에 적극 대처하는 전진기지로 활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완주군청은 이번 성명 발표와 통폐합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와 농촌지도자회 등 학습단체의 관리·감독 책임을 갖고 있는 농촌진흥청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법률에 따른 시군 지자체의 자율적인 조례개정에 대해 지역내 농업인단체도 아닌 조직이 반대여론을 조성하고,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농진청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한 내정간섭이며 명예훼손으로 간주, 고발조치 하겠다’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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