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등 7천734곳 ‘1사1촌’ 교류…연간 교류금액 600억원

우리 농촌이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은 오래전에 나왔다.
그렇지만 이에대한 처방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수입농산물 개방 확대, 농가부채 증가, 도시와 농촌간 소득격차 확대,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농촌인구는 줄고 공동체는 무너져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시민의 고향이자 휴식처인 농촌을 살리고 도시도 건강해지는 ‘도ㆍ농 교류’가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 도ㆍ농 자매결연 확대…교류금액 연간 600억원

도시와 농촌간 교류는 해체 위기에 놓인 농촌을 실직적으로 지탱해줄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농촌은 도시에 건강, 휴양, 정서,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주고 도시는 농촌에 소득과 활력을 주는 게 ‘도농교류’의 근본 취지다.

주5일제 근무 정착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시와 농촌간의 교류는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있고 도농 상생의 장으로 발전되고 있다.

이 운동에는 농협중앙회를 비롯해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이 앞다퉈 나서고 있다.
농협중앙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심으로 2003년부터 시작된 ‘1사1촌운동’은 도농교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1사1촌운동은 기업과 한 마을이 자매결연을 통해 일손돕기와 농산물 직거래, 농촌 체험 및 관광, 마을 가꾸기 등 다양한 교류활동을 하는 사업이다.

초창기에는 기업위주로 시작됐지만 점차 각 기관과 단체, 학교 등도 뒤를 잇고 있다.
현재 기업체와 농협, 소비자단체, 사회.종교단체, 관공서, 학교 등 7천634곳에서 농촌 마을과 자매결연을 하고 다양한 교류사업을 벌이고 있다.

농촌마을과의 자매결연 기업체와 단체는 한 때 최대 1만5천곳까지 늘어났으나 농촌과 실질적인 교류가 부진한 곳을 정리하면서 질적으로 성장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게 농협측의 설명이다.

농산물 직거래와 일손돕기 등 도농간 교류금액은 해마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한해 5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7월 현재 320억원, 연말까지 550억~6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1사1촌에 참여하는 회사를 비롯해 농촌에서 일손돕기에 나서는 농촌사랑회원도 56만명에 이른다.
 
■ 기업의 사회공헌과 농촌사랑

2006년 경기도 가평군 상면 임초2리와 자매결연을 한 웅진홀딩스 사업부문은 매월 20여명의 직원들이 주민이 339명인 마을을 방문해 포도밭과 콩밭 등에서 일손을 돕고 있다.

마을 특산물인 포도와 포도즙을 직거래해 지금까지 1천900만원 상당을 구매했으며 정월대보름행사와 경로잔치 등 마을행사도 지원하고 있다.

또 직원과 가족들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주말농장과 된장담그기, 포도따기 등 농촌체험프로그램도 마련하는 농촌사랑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임직원 승진시 연간 최소 16시간 봉사활동을 이수하도록 정하는 등 농촌사랑운동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공헌에 신경쓰고 있다. 이 회사 뿐만아니라 현대모비스, 삼성전기, 현대증권 등 17개 기업 및 단체가 다양한 교류활동으로 농가소득 향상과 농촌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한국표준협회와 (사)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로부터 1사1촌 사회공헌 인증서를 받았다.

농협 관계자는 “기업의 이윤 일부를 환원, 사회적 약자인 농민들을 돕는 차원에서 1사1촌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외국계 회사에서도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일방적 지원→ "함께 살자”

전문가들은 ‘농산물을 내다파는 농촌’에서 ‘도시민이 농산물을 사고 여가를 즐기는 농촌’으로 바뀌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충북 음성군 생극면 방축리 능안마을은 여기에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이 마을은 6년전까지만 해도 쌀농사만 하던 평범한 마을이었다.

그런데 도농교류를 통해 도시민들이 웰빙과 건강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기능성 식품인 검정찹쌀과 잡곡 등을 재배하면서 연간 1억7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마을로 성장했다.

검정찹쌀은 일반쌀 보다 배 이상 높은 가격(80㎏ 40만원)이지만 음성군청에 마련한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인근 도시의 단골손님들에게 대부분 판매되고 있다.

또 감자ㆍ고구마 캐기와 복숭아 따기, 봉숭아꽃물체험 등 농촌관광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숙박이 가능한 농촌체험관을 건립하면서 연간 7천여명의 도시민들이 방문하고 있다.

능안마을 최현상(58)씨는 “1사1촌을 맺고 마을에 전자제품을 기증받는 식은 별로 반갑지 않다.”면서 “도시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농촌의 어려움이 뭔지 서로 느끼고 농촌의 소득 창출로 연결되는 것을 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1사1촌 자매결연 마을 지도자와 부녀회장, 운영위원장, 소비자단체, 일반 도시민들을 상대로 ‘농촌사랑 연수’를 시행하는 농협도 도농교류, 농촌체험, 체류형 농촌관광 등을 강조하고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김용기 교수는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받는방식의 교류는 오래가지 못한다”며 “농촌은 자매결연 기업체나 단체가 필요한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의 틀을 만들어 나가는 방향으로 1사1촌운동도 진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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