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세진 가을 태풍… ‘한반도 강타 주의보’

  가을 태풍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일 7호 태풍 ‘곤파스’가 남긴 생채기가 가시기도 전에 다시 9호 태풍 ‘말로’가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다. 서해를 따라 올라온 곤파스는 중부지방을 훑고 지나갔으나 말로의 위력은 영남지역을 비롯한 남부지방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때늦은 폭염 등 이상기온 현상까지 동반하는 가을 태풍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나라가 4호 태풍 ‘뎬무’ 이후 한 달 새 3개의 태풍을 맞는 것도 이례적이다.

■ 올 태풍 숫자 적지만 영향은 많아

5일 기상청에 따르면 1971년〜2000년 평균 1월에서 9월5일까지 태풍이 14개 발생했다. 올해에는 9개만 발생해 건수가 적지만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3개(말로 포함)로 평년의 2.6개보다 많다.

특히 올해에는 4호 태풍 ‘뎬무’를 시작으로 곤파스에 이어 한 달 새 3개 연속 한반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단기간내 태풍 3개가 연달아 오기는 1962년과 1985년에 이어 세 번째다.

말로의 예상 경로는 6일 현재 제주도 부근까지 북상한 뒤 남부지방에 영향을 준 뎬무와 유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뎬무 때처럼 많은 비와 강한 바람 현상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 한반도 가을 태풍 ‘통로’ 되나

늦여름과 가을에 발생한 태풍들이 자꾸 우리나라로 올라오는 건 북태평양고기압의 배치 때문이다. 뎬무나 곤파스, 말로(예상 진로)의 진로는 예년에 7월과 8월 사이에 발생한 태풍 진로와 유사했다.
9월에 발생하는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일본 쪽으로 멀리 수축하므로 대부분 일본 열도에 상륙했다. 태풍이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C’ 자 형태로 북상한다.

하지만 올 들어 여름 내내 맹위를 떨친 이 고기압이 한반도에서 멀리 물러나지 않으면서 우리나라가 태풍의 통로가 되고 있다. 말로의 진로도 이 고기압 변화에 따라 바뀌게 된다. 미국 기상청은 이런 이유로 말로가 군산 쪽으로 들어와 충청도를 가로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 기상청이 예상하는 진로보다 위쪽이다.

■ 끓는 바다… 이상기후 속출

2007년 폭염특보제를 시행한 이후 9월 중으로는 처음으로 4일 경기 남부 등지에 폭염 특보가 발령됐다. 특보는 5일에도 이어졌다. 기상청은 말로가 북상하면서 밀어 올리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에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고온다습한 공기는 10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온을 기록하고 있는 바다에서 올라온다. 미국 대기해양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북반구 해양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0.53도 높아 전 지구적 기온 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래 가장 높았다.

가을 태풍이 빈발하는 이유도 이 바다에서 증발하는 수증기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받기 때문이다. 지난주 19년 만에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비롯한 미국 북동부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얼’도 높은 해수면 온도가 힘의 원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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