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복잡하고 기억해야 될 날이 많아지는 게 현대생활이다. 스스로 기억했다 그 날을 기념하면 좋으련만,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아 무슨무슨 기념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남녀가 만나 결혼해서 일가를 이뤄 생활해 나가다보면 결혼기념일에, 제삿날, 장인장모생일, 시부모생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챙겨야 할 날들이 많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데 부부의 날이라고 없겠냐마는, 5월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한 것은 계절도 좋으니 오랜만에 부부의 정을 돈독히 해보라는 배려가 있음직하다.

어쨌든 삼성증권이 이 날을 맞아 발표한 한국 전업주부의 노동을 연봉으로 계산한 것을 보면 대략 2100만원에서 2500만 원 정도로 가늠해 놓고 있다. 이 금액은 보통 대기업 신입사원 연봉에 해당되는 액수다. 이런 계산법의 근거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 도시중심의 생활방식에 근거해 어림잡아 산출했으리라 여겨진다.

초년 주부나 원숙한 주부와의 구별은 있었지만, 실상 주부들의 노동 강도에 비해 너무 적게 산출했음이 더 문제다. 도시생활에서도 주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준전문가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더군다나 농촌에서의 주부의 역할은 도시주부보다 더 많은 노동 강도를 요구받고 있다. 남편과 더불어 공동경영자로서 오롯하게 그 몫을 다하기 때문이다.

같은 조건에서 미국주부들의 연봉은 한국주부보다 7배나 많게 계산됐다고 하니, 전반적 국력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이 계산법은 잘못이 많아 보인다. 연봉이야 어떻게 산출됐던 간에 부부의 날을 제정한 참뜻이 이 날만이라도 부부간 오붓하게 정을 나눠보라는 의미라면 머리로 계산하지 말고 마음으로 깊은 정을 나눔이 옳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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