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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유심조 명절증후군
2010년 09월 15일 (수) 09:34:50 성낙중 기자 khan101@hanmail.net
명절은 힘들다. 왜 추석을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예전이야 일년내내 고생한 결실을 맺는 시기여서 중요하고, 창고에 가득 쌓은 결실을 보며 일년 중 가장 넉넉할 수 있어 좋았다고 하겠지만 요즘은 어디 그러한가.

쌀값은 폭락해 쌀 한 가마니에 10만원 남짓하니 여성농업인들은 웃을 일이 없다. 거기에다가 정부는 논 면적까지 줄여가면서 쌀값을 잡겠다고 설레발을 치고 있다.

그나마 월급쟁이들은 매달 부족하나마 월급날 추석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여성농업인들은 우리집 창고에 결실을 가득 쌓아놓을 필요도 없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재고 쌀 때문에 쌓아둘 공간이 없다. 또 이른바 ‘창고형’ 할인매장에는 각종 물품이 넘쳐난다. 차례나 제사가 끝나고 남은 음식을 처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게 요즘 세상이다.

도심지에서 요즘 명절은 부부싸움의 시기다. 오랜 운전이나 가사노동에 몸이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내들은 오랜만의 며느리 노릇에 녹초가 된다. 남편들은 아내들 눈치보느라 역시 진이 빠진다. ‘명절 이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진 채 지난 설날을 떠올렸다. 지난 설날에는 생각보다 도로에서 버린 시간이 적었다. 그리고 생각만큼 힘든 시간이 아니었던 것 같다. 부부싸움도 없었다.

물질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다지만, 그리고 세계적인 경제불황이라지만 그래도 명절은 풍성했다. 마음이 풍성했기 때문이리라. 지난 설날 쯤 태어난 조카를 처음으로 안아줬다. 피는 못 속인다고 제 아빠를 쏙 빼닮은 조카는 나를 보며 웃었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명절은 ‘나’와 우리 부부만이 아닌, 부모와 친척의 일로 얘기꽃을 피울 수 있게 하는 일년에 몇 안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워낭소리’와 같은 영화를 볼 때밖에 느낄 수 없는 ‘애틋한’ 기분을 다시금 갖게 해주는 기회였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화장실도 못가며 긴긴 시간을 참고 고향으로 향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비록 농경사회 풍습이어서 요즘은 명절은 본래 의미가 퇴색됐다고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명절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명절 증후군도 비단 요즘 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수많은 식구들의 음식을 일일이 다 장만해야 했던 예전의 가사노동은 지금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산넘고 물건너 고향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고부 갈등도 어머님 세대가 겪었던 얘기를 들어보면 요즘 들어 심각해진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요즘 사람들이 예전보다 나만 생각하고 가족과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데에 있지 않을까. 명절증후군도 결국은 이기적인 현대인들의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명절이 계속 미루고 있는 숙제처럼 부담스럽기만 하느냐 아니냐는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일체유심조 명절증후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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