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월정사, 충남 공산성 등 여행지 다양

추석 연휴가 끝났다. 연휴병 탓에 몸이 뻐근하다. 지난 29일에는 강원도에 첫 얼음이 어는 등 날씨마저 제법 쌀쌀하다. 어느새 가을이 턱밑이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줄 가을여행지를 골라봤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들과 가까운 곳으로 당일치기 나들이를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풍성한 가을. 여성농업인들이 가볍게 들러볼 만한 여행지를 권역별로 추천했다.


■ 강원도

강원권에서 가볼 만한 가을 나들이 목적지로는 평창의 안반덕과 한국자생식물원, 월정사를 꼽을 수 있다. 평창군 도암면 수하리의 안반덕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원지대로 광활하게 펼쳐진 고랭지 배추밭이 유명한 곳. ‘안반’은 떡메로 쌀을 내려칠 때 밑에 받치는 판을 말하고 ‘덕’은 산 위에 형성된 구릉을 뜻하니, 안반덕은 안반처럼 평평하게 생긴 구릉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초가을 무렵 이곳을 찾아가면 이미 수확을 마친 황토색 밭과 통통하게 물이 올라 수확을 기다리는 진초록 배추밭의 풍경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특히 가을날 이른 새벽에 운해가 발 아래로 펼쳐지는 풍광은 장엄하기 이를 데 없다.  오대산 자락의 한국자생식물원은 토종꽃과 나무들로만 조성된 곳. 오대산 단풍 소식은 아직 한참 이르지만, 이즈음 식물원에는 벌개미취가 끝간 데 없이 피어난다. 가을꽃인 산국, 구절초, 용담, 솔체꽃 등도 고개를 내민다.

인근 월정사 일주문에서 시작하는 전나무 숲길 트레킹은 몸은 물론 마음까지 청량하게 씻어준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9㎞에 달하는 산책로는 걷기의 행복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길이다. (한국자생식물원 033-332-7069, 월정사 033-339-6800)

■ 경상도

경북 영주의 부석사는 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최고의 여행지 중의 한 곳으로 꼽힌다. 얼마전 한 인기 예능프로그램에도 소개가 돼 화제를 불러온 부석사 무량수전이 답사여행의 필수코스로 알려지면서 그윽한 절집의 향기를 맡으려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천왕문을 지나 범종루와 안양루까지 이어지는 길에서 보는 이의 시선을 감안해 배치한 공간의 절묘함은 탄성만으로는 모자란다. 부석사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해질 무렵. 저녁예불을 알리는 법고와 목어, 운판에 이어 범종이 은은히 울릴 때 안양루에서 내다보는 첩첩이 겹친 능선으로 해가 넘어가는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부석사에 들렀다면 순흥 쪽으로 방향을 잡아 조선시대 최초의 서원이자 왕에게 편액을 받은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을 함께 들르는 것이 순서다. 죽계천변의 서원에는 우람한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서원 옆에는 두암고택, 만죽재고택 등 조선시대 옛집과 초가집이 재현돼 있다. (영주시청 문화관광과 054-639-6062, 부석사 054-633-3464, 소수서원 054-639-6693)

■ 충청도

충청도에서는 백제의 숨결이 느껴지는 공주의 공산성이 가을여행지로 꼽혔다. 공산성은 능선과 계곡을 따라 지어진 포곡형의 성으로 백제의 도읍지였던 공주를 방어하기 위해 구축됐다. 원래는 토성이었으나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석성으로 개축됐으며 이름도 웅진성에서 공산성으로 바뀌었다. 매표소에서 나지막한 오르막길을 오르면 먼저 만나는 것이 서쪽의 문루인 금서루. 성벽에 올라 공북루를 향해 가다 보면 금강의 너른 물길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성곽의 길이는 2.5㎞ 남짓. 구불구불 오르내리는 성곽을 딛고 걷는 맛이 각별하다. 공주에서 무령왕릉은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왕릉 보존을 위해 출입을 영구히 통제해 관람할 수는 없지만, 왕릉 앞에 실물 크기로 재현한 왕릉 내부 모형관이 있다. 모형관에는 발굴 당시의 모습과 백제의 무덤양식 등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자료들도 전시돼 있다. 예부터 ‘춘마곡, 추갑사’라 했듯 가을철에 공주에 갔다면 계룡산 갑사의 오리숲을 들러야 한다. 아직 단풍은 멀었지만, 갑사까지 짙은 숲길만으로도 빼어나다. (공주시 관광축제팀 041-840-2836, 공주관광안내소 041-856-7700)

■ 수도권

수도권에서는 가을 여행에 어울리는 목적지로 수원화성과 한국민속촌이 추천됐다. 수원화성은 정조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융릉으로 이장하면서 축성한 것으로 성곽의 규모와 건축미가 빼어나다.

수원화성의 축성은 서울의 남쪽 방어막을 든든히 하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개혁군주로 웅장한 성을 세워 왕권을 강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긴 대역사였다. 총 5.7㎞에 달하는 수원화성을 돌아보려면 팔달문이나 장안문 등 어디를 출발지로 삼아도 좋지만, 주차공간이 넉넉한 연무대에서 시작하는 편이 낫다. 연무대에서는 활쏘기 체험은 물론, 화성열차도 탈 수 있다.


이곳에서 출발해 성곽을 한 바퀴 돌고 화성행궁으로 내려오면 2시간 남짓 소요된다. 오래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화성행궁을 종착지로 하고 화서문이나 장안문, 화홍문 등에서 출발해 일부 구간만 돌아보는 코스도 괜찮다. 화성행궁을 종착점으로 삼는 이유는 이곳에서 무예24기 공연, 토요상설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기 때문이다.(화성행궁안내소 031-228-4677, 연무대안내소 031-228-4686)

■ 전라도

전남 화순의 운주사는 한국 불교사찰 중 가장 많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언제 세워졌는지, 왜 만들었는지를 놓고 여러 설이 전해진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운주사를 감싸는 좌우의 산자락에 1000개씩의 석불과 석탑이 있었다고 전한다. 수수께끼 같은 운주사에는 도선국사와 관련된 설화가 내려온다. 도선국사는 호남이 영남보다 산이 적어 배가 기울어질 것을 염려해 움직이는 배 모양의 풍수를 가진 이곳 운주사에 도력으로 하루 밤 하루 낮 동안 천불천탑을 세웠다는 것이다.

지금 남아 있는 석탑과 석불은 각각 12기와 70기. 광복 이전에만 해도 석불 213기와 석탑 30기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석불과 석탑은 정형화되지 않고 솜씨가 투박해서 오히려 문학적 상상력을 한껏 불러일으킨다. 이런 상상력이 바로 미완성으로 누워 있는 한 쌍의 운주사 와불이 일어나는 날에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신비스러운 민중적 설화의 바탕이 됐으리라.

화순군의 대신리와 효산리 일대에는 700여기에 육박하는 고인돌 유적이 남아 있다. 대신리와 효산리 사이의 산불예방도로를 따라 산을 넘으면서 고인돌군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화순군 문화관광과 061-379-3502, 운주사 061-374-0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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