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책꽂이에서 연애편지를 꺼내다. 예담 펴냄)
<책 읽어주는 남편>은 끊임없는 대화와 배려로 30년째 한결같이 첫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허정도, 정미라 부부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가슴속에 소설 한편씩을 품고 산다고 하지만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굳이 꾸미지 않아도 향기롭고 아름다운 동행기이다.

건축가이자 언론인, 한국 YMCA연맹 이사장을 역임한 저자 허정도는 이 책에 부부간의 대화를 풍부하게 하고 정을 나누는 소박한 행복의 비법을 공개했다. 큰돈을 들여 선물하는 것도, 부부동반으로 근사한 골프 여행을 떠나는 것도 아니다. 창문 너머 산자락이 내다보이는 조용한 방에 앉아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책을 통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닮아가는 이들의 행복한 동행이야기를 읽다보면 곁에 있는 내 아내, 내 남편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다. 이번 주말,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책을 읽어주며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

책 읽어주는 남편의 시작은 아내가 안부대상포진에 걸리면서 시작되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몸져누운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남편이 책을 펼쳐든 것이다. 아내는 칼끝이 뼈를 파고드는 듯한 고통에 시달리며 혹시 시력을 잃지나 않을까 불안에 떨던 것도 잠시, 책 읽어주는 남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서서히 마음의 평온을 되찾는다.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고, 귀 기울여 듣는 일은 저자 부부에게 생각지 못한 변화를 가져왔다. 아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저자는 문득 ‘지난 세월 아내에게 무엇을 해주었던가, 나는 아내에게, 아내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돌이켜본다.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내에게 있어 금가락지보다 더 기쁜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남편은, 앞으로도 아내를 위해 ‘책 읽어주는 남편’이 되겠노라 결심한다.

이제 아내는 건강을 되찾았지만, 마주앉아 소리 내어 책을 읽고 듣는 일은 이들 부부에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하루 일과가 되었다. 두 사람은 휴일이면 나린히 서점에 나가 머리를 맞대고 책을 고르고, 함께 읽은 다음 도란도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둘이서 풋사랑을 나누던 지난 추억을 되새기고, 여행기를 읽으면서는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하고, 현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살아가는 방식을 반성하고... 함께 눈물짓고 웃음을 나누면서 연애 시절의 낭만과 애틋함을 여전히 간직하는 두 사람. 책은 점점 더 서로를 닮아가는 어느 부부의 진솔한 행복이야기다.

저자는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약속한다. 함께 읽은 책을 차곡차곡 쌓아보자고. 어느덧 읽은 책이 머리 높이까지 쌓여 반으로 나누어 다시 쌓고 있다는 이들 부부는 책만 보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한다. 누구나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은 쉽게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 책은 나아가 영혼의 교감이고 새로운 소통의 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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