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과 만난 돼지’ 브랜드 ‘심바우포크’ 개발”

  
 
  
 
축산의 핵심 업무 ‘기록’ 맡으면서 ‘양돈’ 배워
경남 합천에 위치한 <월계축산>의 두 주인 강영란, 김규한 대표를 만났다. 부부가 함께 돼지를 자식처럼 키우고 있었다.
김 씨는 부산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대학만 서울에서 다녔다.

“저는 축산을 전공했어요. 그 중에서도 소를 전공했어요. 어릴 때부터 희망하던 일이 농업이었어요.”
부인 강 씨는 경남 사천에서 태어났고, 부산에서 대학까지 나왔다. 그곳에서 대학 졸업 후 간호사 생활을 했다.
무뚝뚝한 인상의 청년 김규한은 숙녀 강영란에게 어떤 프로포즈를 했을까.

“소개팅을 하고, 바로 다음 날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아내에게 ‘시골 가서 살 수 있겠나’라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할 수 있다’고 대답을 하더라구요.”
이런 부부를 두고 천생연분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낯선 농촌에서 돼지를 키우고 산다는 것은 웬만한 여성이면 쉽게 환영할 만한 조건은 아니다. 강 씨는 처음부터 농촌에서 고생하며 살 만큼 의지를 가졌던 것이 아니었다. 농촌에 대해 문학이나 미디어 속에 등장하는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시골의 모습을 상상했었단다.

1987년, 처음에 이들 부부가 경남 합천에 내려올 때, 부인 강 씨의 퇴직금 1천만 원이 가진 재산의 전부였다. 트럭 중고를 2백만 원에 구입해 수리해서 쓰고, 축사 뼈대를 세우고... 빚을 지기 시작했다. 벽돌과 시멘트를 사고 돼지 키울 축사를 손수 지었다.

축산을 전공한 남편과 달리 간호사 일을 하던 강 씨가 양돈을 하면서 신경 썼던 부분은 바로 ‘기록’이다. 돼지를 키우면서 꼼꼼히 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강 씨는 인터뷰 도중 2층 다락방에 고이 보관해 두었던 당시 ‘가계부’를 꺼내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이 적힌 내역을 보여준다. 강 씨가 이렇게 하나하나 기록해 두었던 것이 양돈을 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돼지는 소에 비해 새끼를 낳고 키우는 기간이 짧다. 소의 임신기간이 280일인 반면, 돼지는 임신기간이 114일이다. 남편 김 씨가 ‘소’를 전공했는데 결혼 후 ‘돼지’를 키우게 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강 씨 부부는 처음에 어미돼지 5마리를 키웠다. 첫 새끼를 9마리 낳아서 6개월간 키운 끝에 89만 원의 첫 수익을 올렸다.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의 일이다.

“돼지고기와 홍삼이 만난 ‘심바우포크’ 개발”

처음 4년은 수입보다 투자하는 게 더 많았다. 10년이 지나니까, <월계축산>도 자리를 잡아갔다.
돼지를 키우기 위해서 부부가 함께 노동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부부는 입을 모은다. 부부가 대표로 있는 <월계축산> 작년 연매출은 8억 원 정도. 양돈의 경우, 돼지어미가 새끼를 많이 낳고, 그 새끼들이 튼튼하게 잘 자라면 바로 수익으로 이어진다. 즉 농장 생산성에 따라 출하 두수가 달라지는 것이다.

<월계축산>은 흙살림연구소, 국립경상대학교 축산가공연구팀과 공동으로 홍삼박, 쌀겨, 깻묵, 활성탄 등의 주원료에 천연 미생물을 첨가해 발효시킨 생균제를 사료첨가제로 사용한 ‘심바우포크’를 개발했다. ‘돼지고기와 홍삼이 만난’ 브랜드 돈육을 개발한 것이다.

심바우포크 브랜드 돈육은 지난 2000년도 8개 농가로 시작해 2003년 7월에 상표로 등록되었고, 현재는 3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A·B 등급이 많이 출현하고 있으며, A·B 등급 출현 시 합천군으로부터 두당 1천 원의 지원을 받는다. 매년 4월 합천 벚꽃 마라톤대회 행사에서 심바우포크 무료시식회를 개최하고, 축산물브랜드 경진대회 및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홍보해 나가고 있다. 백화점 등과도 거래한다.

합천에 돼지 인공수정센터 짓는 게 꿈
<월계축산>은 제 1회 양돈장 HACCP 인증을 받았다.
이와 함께 김규한 씨는 ‘돼지생산이력제’ 도입도 주장했다. 돼지생산이력제(일명 돼지고기 실명제)란 소비자가 돼지고기 생산에서 유통까지 전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돼지고기에 부착된 바코드를 읽을 경우 해당 돼지와 관련된 각종 자료가 컴퓨터 화면에 출력되도록 하는 시스템. 컴퓨터 자료에는 돼지고기가 태어난 장소와 일시, 생산자 사진, 혈통은 물론 사육 시 먹인 사료, 생체 단층촬영 사진, DNA 유전자 구조 등이 포함돼 있다.

강 씨는 “축산 분야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며, 국제환경 속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FTA로 축산 쪽 타격은 없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을 보이던 김 씨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인다.

“미국 돼지를 수입한다고 하니까, 벌써 한국 돼지 값이 떨어졌어요. 전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농업분야엔 타격이 큽니다. FTA 체결로 우리나라의 경제가 성장할 수는 있지만 피해보는 산업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농민으로서는 그런 피해를 입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대책 마련이 절실한 대목입니다.”
“우리 농업이 국제 경쟁력을 가지려면 일본의 ‘브랜드 정책’을 배워야 합니다.”

강영란, 김규한 부부는 합천에 ‘돼지 인공수정센터’를 짓고 싶다고 말한다. 이들 부부를 보고 있노라면, 합천군이 ‘포크밸리’가 되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감한다.


┃강영란 대표 성공 5계명┃

1. 한 우물을 파라
10년 이상 꾸준히 교육이나 세미나 등에 적극 참여하여, 새로운 신지식을 내 농장에 맞게 적용시키고 단계 단계마다 기본에 충실하다 보면 나만의 노하우가 생긴다.

2. 정확한 기록이 재산이다
기록을 토대로 나온 성적을 분석하고 개선책이 무엇인지,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여 문제점을 잡아 나가다 보면 농장성적은 향상 될 수밖에 없다.

3. 신용이 생명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고는 그 업종에서 성공할 수 없다.

4.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라
정확한 정보와 신용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투자해 도약의 기회로 삼고 국내 동향, 국제 흐름 등을 면밀히 주시한다.

5. 삶을 윤택하게 일을 즐겁게 하자
취미생활, 사회활동, 문화생활, 여행 등 여건이 허용되는 한 많이 하라. 삶의 활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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