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있는 갈비는 수입하되, 명분있게 30개월미만의 가이드 라인은 반드시 사수하겠다.”
25일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결정된 미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의 지위를 놓고, 쇠고기 수입 압력에 대한 정부측의 마지노선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뼈없는 살코기는 포기하더라도 대외 명분을 잃지 않으려면 광우병 위험 기준을 정한 30개월 미만 소고기라는 큰 틀은 놓치면 안된다는 포석을 깐 것이다.

관측대로라면 미국은 OIE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평가를 받은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에 갈비 등 쇠고기 전면개방을 공식 요구할 태세다. 이미 미 의회, 무역사무국 등을 통해 압력 행사를 시작한 상황이다. 물론 이런 정황속에 우리측 정부도 타당성 검토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28일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박홍수 농림부장관 주재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OIE 권고를 존중해 수입 위생 조건 개정 협상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제반 사항과 절차를 합리적으로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즉 일정부분 미국측의 요구조건을 감안해 수입폭을 늘리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권 부총리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될 경우 국내 한우농가에 미칠 수 있는 피해를 충분히 분석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언급했다. 덧붙여 우리나라 법령에 맞게 독자적이고 국제적인 수입위험평가를 실시해 이를 객관적으로 협의 내용에 포함시키겠다고 설명했다.



‘광우병 위험 통제국’
결정은 무엇을 의미하나
이번 OIE 총회의 미국에 대한 광우병 위험 수준 결정은 3단계의 중간이다. OIE는 각국에 대한 광우병 위험 수준을 ‘Negligible risk(위험이 거의 없음)’, ‘Controlled risk(통제된 위험)’, ‘Undetermined risk(위험도 미정)’로 매기고 있다. OIE는 동물 검역에 관한 국제 기준을 논의하고 정하는 기관이다. 세계무역기구(WTO)도 축산물 교역에 있어 OIE 지침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결정으로 인해 우리의 현행 쇠고기 수입 조건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5일 발표된 OIE 총회 결정은 미국, 캐나다, 칠레 등 6개국에 대해 두 번째 등급인 ‘Controlled risk(통제된 위험)’이다. OIE 규정에 따르면 이 등급의 국가에서 생산한 쇠고기는 일정 조건에 따라 광우병위험물질(SRM)만 제거하면 원칙적으로 교역과정에서 연령이나 부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수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SRM도 편도와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는 소의 나이에 관계없이 제거 대상이지만 30개월 미만이면 두개골이나 척추등은 제거할 의무가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유추하면 미국의 쇠고기 수입압력은 거세질 전망이다. 우리측과 지난해 맺은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전면 재수정하자는 목소리부터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쇠고기 수입조건을 완화하라는 요구가 노골화될 공산이 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에 같은 등급을 받은 캐나다 또한 OIE 결정을 내세워 쇠고기 개방 요구를 더욱 몰아 부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산 쇠고기
어느 수준으로 들어올까
28일 가진 정부의 입장 발표는 뼈있는 갈비까지 수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독자적인 수입위험평가 얘기나 과학적인 절차 등을 설명했지만, 국내 한우농가에 대한 피해대책 등을 언급한 것이나 OIE 권고를 존중하겠다는 전언 등을 고려해볼 때 미국측의 요구를 피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란 입장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갈비 수입까지는 고려하고 있으나 국민적인 여론이나 우리측의 평가 방향 등을 충분히 반영할 경우 30개월령 미만 쇠고기에 한한다는 입장은 지켜야 할 것”이라고 귀뜸했다. 그러나 ‘30개월령 미만 쇠고기’라는 수입 규제도 미국측의 기세대로라면 지켜질 수 있을지 신뢰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런저런 상황을 접목시키면 ‘LA갈비’라는 명칭의 수요 품목을 시작으로 모든 쇠고기 제품 수입이 가능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조심스런 예측이다.

LA갈비 언제 들어오나
이미 미국은 한미 FTA과정에서 OIE 총회 결과와는 상관없이 위생조건 개정작업을 시작하자고 압박을 가해왔다. 미국측은 현 상황에서 시일을 가리지 않고 우리측을 괴롭힐게 자명하다.

문제는 ‘수입 위험 분석’ 절차에 대한 개선 여부를 얼마나 끌고 갈지에 달려 있다. 국내에서 이를 입안하고 개선 절차를 밟으면 20여일이 소요된다. 이를 토대로 날짜를 계산하면 2~3개월안에 새 위생조건이 체결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가 된다. 6월초 미국측이 개정을 요구하면 8월이나 9월께 미산 LA갈비가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는 전망이다. 결국 미국은 9월말 추석 성수기를 겨냥해 우리측을 다그칠 것이고, 별 이변이 없는 한 추석 전에는 전면 수입개방이 이뤄질 예정이다.

축산관련단체들의 주장
미산 쇠고기 수입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전국한우협회는 연일 성명서와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그만큼 불안하고 어려운 형국이다. 29일 낸 성명서에는 “미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국민생명의 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우협회는 “뼛조각의 수입금지 등 위생검역조건을 더욱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단기적 달래기식의 FTA 후속 대책이 아닌 한우산업의 안정화와 미래지향적인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22일 이와 관련 정부 측에 건의문을 전달했다. 건의문에는 “국내 소 육우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정책개발로 육우산업을 보호 육성해야 한다”면서 “이것이야 말로 수입육에 대응해 소비자 먹을거리 안전을 지키고 전체 국내 쇠고기산업을 유지하는 최적의 길”이라고 호소했다.

대한양돈협회도 최근 전국단위 궐기대회를 갖고 “한미FTA로 인한 산업 피해를 축소보도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며 “쇠고기 수입개방은 돼지사육 농가들에게도 불안 심리를 가중시키고 결국 농업 모두를 낭떠러지로 밀어내는 처사”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모든 농가들의 불안감과 사육의욕 저하현상은 현재 입식자제, 조기출하, 산지 축산물값 하락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지경이다.

돌출변수는 없나
28일 정부의 기자회견에서 권 부총리는 순조로운 협상을 전제로 이런저런 예측이 가능하다고 연신 언급했다. 협상장에서 두나라의 입장차가 크거나 위험평가 과정, 미국측의 검역시스템 등의 문제점이 돌출될 경우 전면개방시기는 그만큼 늦춰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재협상이 시작되면 소에 대한 모든 검역조건이나 수입조건이 논의대상이다. 돌출변수는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또한 지난 기술협의 과정도 순탄치 않았던 점들을 고려할 때 정부측의 의지나 확고한 입장을 내세울 경우 쇠고기 개방 수순은 어느정도 대책마련을 병행할 수 있는 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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