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시골면장 파자마 자랑하듯 한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니, 그저 보통사람보다는 관직도 있고 동네유지 급이 되니 뭔가 자랑거리를 만들 궁리 끝에 이런 말이 나왔으리라 짐작한다. 면장이라는 직책이 갖는 의미는 때론 행정단위 상 끝단에 있는 우두머리란 개념을 넘는 상징성이 있다. 그래서 면장은 언제나 뒷짐 지고 헛기침이나 하는 면의 어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오늘날 면장은 지역민을 위한 경영자로서의 역할이 보다 중요한 부분으로 부각되었고, 그만큼 할 일도 많아졌다.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의 경우를 보면 면장실을 ‘화악산 잡동사니의 집’으로 바꿔 면민들을 위한 벼룩시장으로 내놓았다고 하는데, 이는 오늘날 면장의 역할이 어떤 식으로 진화되는 것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행정이 절차를 위한 요식행위가 아님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준 사내면의 경우에 면장의 파자마는 주민을 위한 기부품목으로 올라가고, 그래서 주민들은 행정과 실생활이 혼연일체가 되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좋은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난관을 극복할 힘을 갖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스레 되새겨 보게 된다.
여성농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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