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11월29일 구제역 발생 이후 구제역 발생으로 매몰된 우제류가 150만여 두를 넘어섰고 이중 140만여 두의 가축이 매몰됐다. 더욱이 경기도 안성까지 번진 조류독감으로 며칠만에 60만 마리의 닭과 오리들이 매장됐다.

이로 인한 살처분 보상비 등 피해액만 1조원을 넘어섰고 축산농가, 살처분 공무원들의 정신적 피해는 물론 대규모 생매장으로 인한 침출수 유출 등으로 환경오염을 가속시키고 있다. 정부는 구제역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국회에서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등 사태수습에 온 힘을 쏟고 있으나 구제역 확산 추세는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조승수 의원 또한 지난 12일 ‘일파만파 구제역, 대안은 없나’을 주제로 구제역 사태 대안 모색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어 해결책을 모색했다. 관련부처에 따르면 12일 현재까지 가축 125만3천여 마리가 살처분됐고 소와 돼지를 합쳐 112만6천여 마리에 대한 백신 접종을 마무리 했다. 백신효과로 구제역이 진정세로 돌아서면서 설연휴가 확산의 고비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A급 악성전염병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구제역(口蹄疫, FMD; Foot and Mouth Disease)은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偶蹄類) 동물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급성 가축전염병으로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구제역을 A급 악성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섭씨 50℃ 이상(56℃에서 30분, 76℃에서 7초 가열시 사멸됨)의 온도에서 파괴되고 강산이나 강알칼리(pH 6이하 또는 9이상) 조건에서 쉽게 사멸한다. 잠복기는 보통 2~8일 정도로 짧고 최대 14일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입술, 잇몸, 구강, 혀, 코, 유두 및 발굽 사이에 물집(수포)이 형성되고 보행불편, 유량감소 및 식욕이 저하되어 심하게 앓거나 폐사한다.

사료, 물 등 매개 빠르게 전파

구제역 바이러스는 매우 빠르게 전파되는 특징을 가진다. 질병에 걸린 동물의 수포액, 침, 유즙, 정액, 분변 등에 오염된 사료·물을 먹거나 또는 직접 접촉해 전파된다. 또 발생농장의 사람(농장 종사자, 사료·동물약품 판매원 등 방문객), 차량(사료·가축출하·집유차량 등), 기구 등에 바이러스가 묻어서 다른 농장으로 전파되는 간접접촉전파가 있다. 발병 가축의 재채기나 호흡할 때 생기는 오염된 비말이 공기(바람)을 통해서도 이웃 농장에 전파되는 공기전파가 있다.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므로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구제역에 걸린 가축은 치료가 불가능하고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생산성이 크게 저하되어 농가에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입힌다.

2010년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FMD)이 경기, 강원, 충북 지역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정부는 구제역 예방 접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12월 29일에 구제역 확산과 관련해 가축질병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Orange) 단계에서 최상위 단계인 ‘심각(Red)’ 단계로 격상했다.

예방적 살처분 방식, 방역 무효

이런 가운데 조승수 의원(진보신당)이 지난 12일 개회한 토론회에서 구제역 관련, 백신접종을 서둘렀어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전진경 이사는 “청정국 지위에 대한 막연한 집착으로 백신 접종 시기를 놓쳐 100만이 넘는 가축들을 죽였다”면서 “백신 접종은 구제역이 이미 급속도로 퍼진 후 돼지는 제외하고 소에 대해서만 시행됐다”고 주장했다.

 전 이사는 예방적 살처분 방식으로서의 방역이 무효함이 이미 증명됐음에도 정부는 뒤늦게 어미돼지와 종돈에 한정해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축 생매장은 엄연한 불법 행위이다”는 전 이사는 구제역 사태 발생후 2010년 12월 10일부터 줄곧 백신정책의 효과적 운용을 주장해 왔다고 역설했다.

축산기술연구소도 못 막은 구제역 바이러스

그는 과도한 밀집, 유전적 단일성, 비위생적인 공장식 집약 축산의 환경은 작은 바이러스 하나도 이번 사태와 같은 재앙으로 발전하게 하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공기를 타고 300㎞까지도 날아갈 수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여행객 통제와 축산농가 여행신고, 검역과 살처분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판이다고 말했다.

슈퍼 젖소까지 도살한 2010년 2차 구제역 사태시 10차 발병은 청양의 축산기술연구소에서 발생했다는 전 이사는 “이로 인해 유엔에 등재된 멸종 위기 토착종 칡소 14마리까지 도살했다”고 강조했다.
축산기술연구소에서도 막아내지 못한 구제역 바이러스를 축산농가에게 막아보라고 하는 것은 책임전가이다고 역설했다.

“한 마리라도 살릴 길은 없는 지”

박승대 피해 축산농업인은 “고양시와 파주시 접경의 20여 축산농가가 젖소, 한우, 돼지 3천여두 이상을 사육해 오던 중 구제역의 확산 감염으로 3일간 공항상태를 지속하다 1농가만 제외하고 모든 농가의 가축이 매몰·처리됐다”면서 마지막 희망인 백신 접종을 맞추지도 못하고 가족과 같은 재산목록 1호를 묻어야 했다고 말했다. “살처분만이 능사인지, 또 다른 방법으로 한 마리라도 살릴 길은 없는 지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고 말을 이었다.

 구제역 초기 대응 실패

“이번 구제역은 짧은 기간에 빠르게 공기 중에 확산돼 발생지역을 초토화시키는 구제역 고위험군 바이러스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그는 발생 즉시 철저히 통제하고 예방백신을 접종해 다른 시도로 확산을 차단했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백신접종 지역내 사람과 차량에 대한 소독이 소홀해서 접종팀에 의해 구제역을 다른 목장으로 전염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구제역 유입, 축산농가 책임만 아니다

박 축산농업인은 또 “일본을 제외하고 중국과 동남아 국가는 구제역 항시 발생국이며 백신접종 정책을  실시해 자국의 축산을 보조하고 있고 이들 국가와 상호 교역량이 확대돼 인적교류가 4천명을 넘어섰다”면서 상황변화에 따른 구제역 예방과 대응체계를 신속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차단함에 있어서 축산 농가만의 책임과 의무가 아닌 포괄적 차단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간이 항체키트 검사’만, 안이한 진단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구태의연하고 경직된 살처분 방식은 2001년 이후 구제역 통제를 위해 백신 사용이 적극 고려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결과적으로 방역의 실패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일정 거리 내의 살처분 조치는 초기 발생 상황에서 유효할지 몰라도 이미 도처로 확산된 상황에서는 유효한 방법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초기 방역에서 농장주는 의심질병 상황을 수의사나 관계당국에 알리지 않고 알려도 초기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간이 항체키트 검사만으로 법정전염병에 대한 진단이 마무리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의 다른 농장을 방문하는 상황이 연출됨으로써 전국적 확산 기회를 만든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생 멧돼지 매개 감염 차단해야

우 교수는 또 “최근 숫자가 급증하고 있는 야생 멧돼지가 감염 대상 동물이기 때문에 야생동물에 의한 구제역 확산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하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역과 연계된 가축만의 대량 살처분과 매몰이 아니라 질병의 발생 규모에 따라 총체적이고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이 준비돼 현장에 적용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방역체제의 총체적 재평가와 관련 행정기구의 전면 개편을 통해 변화된 환경과 사회 조건에 의해 예상하기 어렵게 빈번히 등장하고 있는 동물질병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축산농가 재기에 힘 실어야

2000년 국내 최초로 구제역이 발생한 후 살처분 보상, 수매비용 등 직접적인 피해액만 3천6억원이었다. 2002년의 경우 소·돼지 등 16만두를 살처분 함으로써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 바 있다(2차 발생). 2010년 1월(3차 발생)과 4월(4차 발생)에도 경기와 충청지역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5만3천여 두의 가축이 살처분·매몰됐다. 2000년, 2002년, 2010년 1월과 4월 국내 발생 시와 비교해 2010년 11월에 발생한 구제역의 경우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고 확산 범위가 매우 넓다. 겨울철에 발생됐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그러나 이런 구제역도 언젠가는 종식되고 결국 축산농가들이 상처를 딛고 하루 빨리 재기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야 할 과제가 남는다. 구제역 보상금은 살처분 당시 현지 가축시세(평균 매매가격)의 100%를 원칙으로 하며 살처분 직후 50%가 선 지급되는 등 보상책은 다양하지만 피해농가는 걱정이 태산이다.

구제역 파동이 끝나고 나서 최소 6개월~1년은 입식이 제한돼 소득이 없는데다 긴 공백기간 중 방역과 축사 관리, 시험입식 후 본격 재입식에 따른 추가 투자 등을 감안하면 재기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또한 지원과 격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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