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 같은 아날로그 공연, 부활한 이유 있죠”

“세시봉 같은 공연이 다시 뜨는 이유가 있어요. 아날로그적 음악에 대한 욕구가 분명히 있거든요. 그런 맥락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대학로 소극장 공연의 자존심을 지켜온 ‘학전’이 다음 달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김민기 대표는 21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20주년을 맞은 소감과 앞으로 계획 등을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민중가요 ‘아침 이슬’의 작곡가인 김 대표는 1991년 190석 규모의 소극장 ‘학전’을 열고 공연 기획에 뛰어들었다.

그는 같은 해 4월 토크쇼 형식의 콘서트인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히트시킨 데 이어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15년 동안 4천회 공연하면서 ‘소극장 신화’를 이어갔다.

“1991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 통기타 가요 같은 음악은 모두 사라져버렸죠. 오갈 데 없어진 가수들이 학전 무대에 서면서 소극장 콘서트가 시작됐고, 그 뒤에는 ‘지하철 1호선’을 장기 공연했어요. 이를 두 축으로 대학로에서 20년을 이어왔습니다.”

다음 달에는 ‘학전’이 지나온 발자취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특별 공연을 마련한다.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의형제’ 등 학전이 선보였던 12편의 작품을 압축해 다이제스트 공연으로 펼쳐낸다.

조승우, 황정민, 설경구 같이 학전을 거쳐갔던 스타들도 친정 무대를 찾아오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김 대표는 20주년을 맞은 올해를 “정리하는 시기”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정신없이 작품을 올리다 보니까 제대로 정리를 못한 것 같다”면서 ”그동안 주력했던 어린이 공연의 형식을 정리해서 내년부터는 새로운 출발을 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전은 2008년 ‘지하철 1호선’을 마무리한 뒤 ‘모스키토’ ‘고추장 떡볶이’ ‘도도’ 같은 어린이 공연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어린이에게는 ‘거리’가 아예 없어요. 학교, 학원, 게임이 전부죠. 어린이 공연을 통해 취학 아동들에게 자기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아이들의 생활에서 리얼리즘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기존 어린이 공연은 붕뜬 판타지만 보여줬거든요.”

김 대표는 특히 ‘아날로그’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근 ‘세시봉’ 공연이 다시 뜬 데 대해서도 대중 사이에 “아날로그적 음악의 본령에 대한 욕구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세시봉 원년 멤버인 김 대표는 “댄스 음악이 너무 주가 되니까 질려버린 사람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젊은 사람들에게도 아날로그적인 취향이 있어서 세시봉이 인구에 회자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제가 바보같아서 그렇죠. 미련해서..(웃음) 아날로그적 본령을 지키고 있는 음악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어요. 동물원, 박학기에 이어 루시드폴이나 이적 같은 가수가 이런 분위기인거 같은데.. 슬슬 소개해보고 싶습니다.”

한대수, 이장희, 조영남 등 ‘세시봉 친구들’은 다음 달 20주년 특별 공연으로 마련한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마지막날 무대에 설 예정이라고 김 대표는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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