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 콘서트’추억을 듣다…

지난해 9월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서 전파를 탔던 ‘세시봉’ 편은 이후 신드롬에 가까운 현상을 만들어냈다.

이와 별도로 김세환, 송창식, 윤형주가 꾸미는 유료 공연물 <세시봉 콘서트>는 전국 각지에서 러브콜을 받아 현재까지 공연중이고, 조영남의 공연 역시 관객들로 가득 차고 있는 중이다. 유료 공연물 객석에는 20대~60대까지 폭넓은 관객들이 들어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세시봉’의 여운으로 지난 설 연휴 <놀러와>를 통해 방송된 ‘쎄시봉 콘서트’와  2월 27일 방영된 MBC ‘스페셜 세시봉 콘서트’로 이어지면서 60년대 살았던 부모 세대와 신세대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세대를 넘는 감동을 자아내게 하며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영원한 ‘세시봉 친구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은 우정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담아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자극시켰다.

세시봉 친구들의 노래는 장년층들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젊은 세대에게도 그들의 음악은 통했다. 생생한 통기타 선율, 시적인 가사는 이 시대 청춘들의 감성 또한 자극했으니 좋은 음악은 이렇듯 신구(新舊)세대를 하나로 잇는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으로 이뤄진 ‘쎄시봉’은 60~70년대 이들이 모여 청춘을 보냈던 서울 무교동의 음악감상실 ‘쎄시봉(C’est si bon)’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당시 서울에는 ‘쎄시봉’과 같은 음악감상실이 많았다.

그곳은 돈 몇 푼만 내면 하루 내내 죽치고 앉아 음악을 들으며 감상에 젖어있을 수 있었던 청춘들의 아지트였다. 탁자 위에 놓인 종이에 신청곡을 써 DJ에게 건네주고, 그 음악을 벗 삼아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때로는 통기타를 직접 연주하며 자신이 만든 곡을 서로에게 들려주기도 하고 즉흥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세시봉’에서의 젊은 영혼들이 함께 나눴던 감성들은 노래가 됐다. 노래는 한 시대를 풍미했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불리어졌다.
후배가수들에게의 영감을 자극하고 대중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그 노래는 ‘쎄시봉’이란 공간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시봉’은 청년문화의 산실이었다.

70년대는 우리나라 노래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였다. 수많은 금지곡들이 양산되었고 음악인들이 음악활동을 접어야 했다. ‘행복의 나라로 가자’고 하면 여기가 행복하지 않냐고 했고, ‘그건 너’라고 하면 유신 때문이냐고 했다.

여가수의 손짓은 북한과의 교신이라고, 돌아오라고 하면 누구를 돌아오라고 하냐고, 왜 붉냐고, 왜 불이 꺼져 있냐고, 왜 연못이 작냐고 했다. 70년대가 한국 노래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것은 70년대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살벌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40년이 지나 그때의 젊은 가수들이 중년의 훨씬 넘어서 얼굴의 주름과 흰머리에 세월을 숨길수은 없지만 다시 들어보는 통기타와 세시봉 친구들의 노래에 세월을 넘어선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최신 가요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에 한가하게 음악이나 들으며 통기타를 치는 시간은 사치라고 생간한다. ‘쎄시봉’과 같은 공간들을 도심 속에서 찾는 것은 점점 어려워져간다.

조용하게 쉬고 싶어 들어간 체인점 커피숍에서 옆 자리에 앉은 대학생들은 취업스터디로 열을 올린다. 오늘날의 청년들은 낭만과 추억을 토익점수에 반납했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요즘의 노랫말에 익숙해 있는 젊은 층에겐 세시봉 세대의 노래는 ‘충격’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함께 부르는 노래 대신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팝 댄스의 득세가 결코 옳은 방향이 아니란 자각도 흘러나왔다. 포크 음악장르가 갖는 특유의 치유성, 악기의 나무 통에서 울려퍼지는 어쿠스틱 사운드의 재발견, 예능과 음악의 적절한 조화 등도 ‘세시봉’이란 급작스런 문화 화두의 배경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어떤 중년은 프로그램을 통해 추억을 떠올렸고, 한 대학생은 부모세대를 관통했던 청년 문화와 낭만을 오늘날에 대비시켰다. 음악을 통해 신구세대가 이어지는 것이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의 쎄시봉 라이브 무대는 여전히 70년대 80년대를 추억하게 만들고, 구수한 입담 역시 재미를 안긴다.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과 추억 향수에 젖어 들게 만든 세시봉의 매력은 오는 6월 24까지 진행되는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의 ‘세시봉 친구들’ 콘서트로 쭉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들은 그들을 통해 한 시대의 아름다운 추억을 노래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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