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치즈로 세계최고가 되겠다”

  
 
  
 
조옥향 은아목장대표 - 1982년 낙농업 시작. 2002년 대산농촌문화상 수상. 2003년 농협중앙회선정 여성 100인 인증. 2004년 한국농촌진흥청 여성스타상 수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위원. 한국 축산기술연구소 명예 연구관. 농림부 축산발전 심의 위원. 한국 국립 수의과학검역원 대 가축 위원. 한국낙농육우협회 여성분과 위원장.


그림을 그리던 스물아홉 서울 주부가 목장을 일구겠다며 남편까지 설득해 경기 여주땅으로 귀농한 지 26년 째. 조옥향 <은아목장> 대표는 이제 한국 낙농업계의 대표적인 여성 경영자로, 여성농업인의 든든한 리더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난 2002년 농업인들의 최고 영예라는 대산농촌문화대상을 수상하며, 성공 여성농업인으로 인정받은 조 대표. 3마리로 출발한 <은아목장>은 현재 165마리 젖소에서 연간 9000~1만kg의 우유를 생산하는 중견 목장으로 성장했다. 그는 지금 우유만 생산하는 목장을 넘어 국산 수제치즈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본거지로 변화를 꿈꾸고 있다. “다음 세대 낙농인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주는 것이 나와 같은 1세대 낙농인들의 몫”이라는 조 대표의 ‘블루오션 찾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텐트생활하며 맨손으로 일군 은아목장

조 대표가 ‘귀농’을 결심한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가족이 함께 일하면서 살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것. 돈은 좀 부족하고, 생활도 조금 불편하겠지만 농촌에서 가족의 행복을 일구고 싶었다.
친정아버지 소유의 33헥타르 황무지만 믿고 무작정 ‘목장 만들기’에 돌입했다. 텐트생활을 하며 풀 뽑고 돌고르기를 꼬박 2년. 젖소 3마리로 목장을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종일 고된 노동으로 녹초가 된 남편 대신 지역 낙농인들을 위한 교육에 참가했다.

그런데 교육에 참가해보니 여자는 조 대표 한 사람뿐이었다. 보수적이었던 농촌에서 그는 노골적인 반감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낙농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여기저기 열심히 돌아다녔다.
농장을 관리하고 직원들과 함께하는 현장일은 남편이, 경영기획, 행정적 업무는 조 대표가 맡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그 자신도 놀라는 큰 변화는 남편이 집안일을 함께 나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처음엔 양말 하나 안 치우던 남편이 이젠 자연스럽게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넌다. 대외활동이 부쩍 많아진 조 대표에게 ‘맡은 일을 충실히 하라’며 격려도 얹어준다.
“여성농업인들의 노동량은 상당해요. 그러면서도 기여도를 인정받지 못하죠. 하지만 농촌도 변화하려면 남편과 아내의 파트너십이 무엇보다 큰 힘이란 걸 깨달아야 합니다.”

낙농업의 블루오션, 유가공제품에 도전하라

조 대표의 새로운 도전은 바로 ‘내츄럴 치즈(수제 치즈)’다.
지난 1996년 우량젖소 품평대회에서 챔피언을 획득하고, 부상으로 가게 된 일본 연수. 그곳에서 조 대표는 일본 목장주로부터 잊을 수 없는 한 마디를 들었다. “부부 둘이 1톤의 우유를 생산했을 때 4식구가 먹고살았는데, 그 1톤으로 치즈를 만들었더니 50명이 먹고살 수 있더라”는 말이었다.

그때부터 ‘수제 치즈’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수제 치즈를 만들어도 법적으로 판매허가 받기도 어렵고 판로도 없었지만 일단 실행에 옮기기로 하고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수제 치즈 관련 단기 강좌를 찾아다니며 배웠다. 그 시간을 다 합하면 꼬박 2년 동안 유학을 한 셈이다.

치즈 만들기에 어느 정도 자신이 붙은 그는 지난 5년간 꾸준히 정부 설득작업에 나섰다. 그리고 곧 완화된 시행령이 발효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치즈, 버터,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등 <은아목장>의 브랜드를 단 제품을 하나둘 생산할 계획이다.
조 대표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바로 국내 낙농산업과 국산 우유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다.
“국산 원유의 98%가 1등급 제품이란 사실을 아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요.”

게다가 원유 판매시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항생제’가 검출될 경우 3개월 이상 판매가 정지될 정도로 검사가 까다롭고, 우유 속 체세포지수 33만 개(전국 평균)라는 품질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런 고품질의 우유가 가공단계에서 ‘고온 멸균’과정을 통해 영양가 낮은 우유로 판매된다.

생산자와 소비자, 대화를 나누자’
조 대표는 국내 낙농산업의 발전을 위해 먼저 소비자들이 품질 좋은 우유와 유가공품의 맛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험목장을 오픈하는 이유도 바로 ‘소비자와 만나기’ 위해서다.

“신선한 우유와 치즈가 어떤 맛인지 직접 먹어봐야 알 거 아니에요. 무엇보다 구매자인 엄마들이 맛을 알아야 아이들에게 좋은 제품을 사줄테니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아이들도 직접 치즈를 만들어보면서 유가공품과 친해질 수 있을 거예요.”

“아이들을 타깃으로 만드는 ‘~향 우유’들은 대부분 외국산 저질 분유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어요. 게다가 FTA 타결 이후 수입될 우유는 수입 유통기간 때문에 당연히 고온 멸균처리된 우유일 수 밖에 없어요. 우리 아이들이 ‘우유는 원래 이런 맛’이라며 당연하게 선택하게 둘 수는 없잖아요.”

낙농2세대, 여성의 능력을 믿는다

“농업의 비전은 무궁무진하다”는 조 대표. 지금까지 개발되지 않았기에 그렇고, 생존을 위한 기본조건인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이 아닌가. 게다가 낙농은 종합예술에 가깝다. 가축을 기르는 기술, 소먹일 식량도 재배하고, 기계에 대한 반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데다 수의사 수준의 지식도 필요하다. 종합적이면서 창의적인 일이다.

조 대표는 “한국 농업의 희망은 여성과 가공산업에 있다”고 말한다. 더 이상 부가가치형 상품개발 자체가 쉽지 않은 지금, 조 대표가 내놓은 해법이 바로 ‘농촌자체를 특화한 상품 개발’이다. 그리고 섬세한 부가가치를 입히는 과정이 바로 여성의 특성과 맞다고 자부한다.

프랑스의 수천 가지 치즈가 그렇게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고, 유럽의 농가가 부유하게 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농촌특화’산업에 있다는 것을 그가 직접 보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농업인구가 7%에서 3%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그렇다면 이 3%의 인구가 모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아는 만큼 희망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조 대표는 “농업정책에는 반드시 장기적 교육정책이 함께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옥향 대표 성공 4계명

1. 10년 앞을 내다보고 투자해라
농업도 비즈니스다. 세계의 농업과 산업의 흐름을 미리 알고 준비하지 않으면 이미 늦다.
2. 정보를 나누면 함께 성공한다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공유는 필수. 현장 종사자들만 알 수 있는 정보야말로 고급 정보다.
3. 배우자와 파트너십을 유지하라
농업은 부부가 함께 일을 분담하지 않으면 성공적으로 해내개 어렵다.
4. 해외 성공사례를 주목하라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라. 배웠다면 자신의 현실에 맞게 적용·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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