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포함, 채소, 과일, 수산물, 가공식품 포괄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식량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식량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2008년 애그플레이션에 속수무책이었던 점을 직시해 다각도로 식량안보를 모색해야 한다. 인도와 중국의 소득향상에 따라 식량소비가 증가하고 대체 에너지인 바이오연료 생산이 급증하면서 최근 세계 곡물가격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국가는 특정품목에 대해 수출을 금지하는 양상이 표출되고 있다. 기상이변과 원유가 상승, 도시화, 사막화 등으로 인한 경지면적 감소로 식량위기가 올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이런 즈음에 곡물위주의 식량안보 개념에서 전체식품으로 확대하고 식량안보도 식품의 안정성과 영양은 물론 식품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공급과 수요를 포괄하는 총체적 개념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쌀 중심의 식량자급률 개념을 채소와 과일, 축산물, 수산물, 가공식품까지 확대해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곡물소비가 1%만 수급차질을 빚어도 국제곡물가격은 47%나 폭등할 것으로 분석되고 세계 주요 곡물공급국은 곡물수출을 규제 중이지만 콩 옥수수 밀 등은 전혀 비축을 하지 않는 등 우리나라는 국제곡물가격 급등시 대처능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은 지난 3월31일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실에서 ‘식품산업의 식량안보적 기능-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제3회 식량안보세미나를 개최해 이같이 도출했다.


국제곡물가 상승, 대처능력 미흡
주제발표를 통해 노영호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정책과 사무관은 “지난해 7월 흑해 연안국 가뭄피해로 국제곡물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3월15일 현재 전년 대비 옥수수 54%, 밀 35%, 대두 27%, 쌀(조곡) 5% 상승하고 있으나 대처능력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세계곡물 생산량은 전년대비 2.3%, 기말재고 10.5%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노 사무관은 아르헨티나는 지난 1월 가뭄으로 콩, 옥수수 생육이 부진하고 호주 동남부 또한 지난 1월 홍수로 밀 품질 저하와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4월 이후 미국, 캐나다, EU 등은 기상 상황이 생산량을 좌우할 것으로 분석했다.

 해외곡물 수입은 미국 캐나가 호주 등 특정국가 80%, 4대 곡물메이저 회사 70% 이상으로 의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외농업개발(30만헥타)은 초기단계인 상태에서 국내 소요 곡물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쌀에 한에 연간 국내 소비량 426만톤의 17% 수준인 72만톤의 공공비축을 하고 있지만 콩, 옥수수, 밀 등 기타 곡물은 비축을 안해 대응여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농지이용계획 제도화, 통합모델화를 구축하고 하계 논농업 다양화로 콩, 사료, 잡곡생산과 함께 밭작물 산업육성으로 콩, 옥수수, 잡곡생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병행 2015년까지 옥수수 250만톤, 밀 100만톤, 콩 50만톤 등 총 400만톤 국내 도입을 목표로 민관합동 ‘해외곡물 유통망’을 조기에 구축하고 ‘민관합동협의회’를 구성해 다양한 방식의 공동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2020년까지는 연간 수입량 1천400만톤의 70%(980만톤)를 민·관이 도입하는 국가곡물 조달시스템을 정착시킬 방침이다고 말했다.

해외농업개발 진출 지원해야
김용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농식품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해외진출 농식품기업의 경영 어려움을 완화할 수 있는 자금지원, 외교지원, 관련 인프라 보완조치, 정보수집·활용 체계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진출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농업 및 관련 산업의 녹색산업 지정, 자연재해 발생시 손실 보전 등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농식품산업과 자원개발을 함께 진출하는 패키지 진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1998년8월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PT. Cheil Jedang Indonesia를 설립해 라이신, 핵산, 쓰레오닌, MSG 등을 생산하는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했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2005년11월 베트남 호치민에 Orion Food Vina Co., Ltd를 설립했고 현재는 호치민과 하노이에 공장을 보유, 씨감자 소요량의 70% 상당을 현지조달하고 있다. 유니베라의 멕시코 탐피코 농장, 현대종합상사의 연해주 진출, 돌나라 한농의 브라질 진출 등 성공요인을 강조했다.

식량 수출국 식량수출 규제
황한준 고려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국제 곡물가격 급등 속에 중국은 농산물 및 가공품 수출관세를 5~15% 부과, 아르헨티나는 밀, 콩, 옥수수 수출관세를 대폭 인상, 러시아는 밀, 보리 수출관세를 10~30% 부과, 인도는 쌀, 밀 수출 중단, 베트남은 신규 수출계약 중단 등 식량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국내 생산량에 비해 수입의존도가 높은 농수산물에 대한 병충해, 미생물, 중금속 등 기타 유해물질 등의 수입검역을 강화하면서 국내에서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농업생산기반 유지해야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을 좌장으로 한 토론에서 전혜경 국립식량과학원장은 “세계 곡물소비량의 1%만이라도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제 곡물가격은 47%나 폭등하게 될 것이다는 예측이 있다”면서 적정한 가격에 안전한 식량을 충분히 공급하려면 우선 국내 농업생산을 유지하고 자급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확대, 비축제도 도입, 민관합동의 곡물메이저 육성, 해외식량기지 확보, 국제농업기술협력 강화, 연구개발 및 보급강화 등 식량확보 노력을 역설했다.

농산물가공, 식량자급률 높일 수 있어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농산물은 성출하기에는 가격이 급락하고 이후 가격이 급등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식재료로 가공을 하면 수개월 내지 1년 정도 저장이 가능하다”면서 이를 통해 국내산 농산물의 수급불안정으로 인한 가격 폭등·락을 완화시킬 수 있음은 물론 식재료 원료의 자급률을 높일 수 있어 식량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식업체 구매자협의회’는 수입산 식재료를 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다면서 “㎏당 8천원하던 미국산 구운 사과를 6~7천원짜리 국산 구운 사과로 사용하고 고구마 다이스(고구마를 잘게 썰어 익힌 것)의 경우 중국산이 ㎏당 2천원하는 데 국산을 2천5백원 수준에서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절임배추만 사전 충분히 생산 및 저장돼 재고량이 적절하게 유지됐다면 작년 배추파동은 가볍게 넘어갈 수 있었을 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권익부 ILSI Korea 이사장은 “2010년 전체 농산물 수출총액 59억달러 중 중국수출은 7억8천740만달러이나 중국 수입 농수산물은 43억2천320만달러로 곡물, 신선채소, 양념류 등이 주류이다”면서 우리식탁을 직·간접으로 점령하는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도 기상재해로 인한 밀 27% 감산으로 수출을 중단했다고 강조했다. 농식품산업은 수익창출, 식량안보 양 측면이 있으므로 정부차원에서 농식품 기업의 해외농업개발투자에 대한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공식품도 식량안보 정책 대상
이기식 한국식품공업협회 산업진흥이사는 “우리나라는 가공식품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가공식품이 식량안보 정책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합리적이다”면서 가공원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식량수급시스템 구축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해외직영농장개발 보다는 생산국 생산자 조직 등을 통한 장기 계약재배 또는 계약구매 방식의 적극적 활용이 효과적이다는 그는 국내 부존자원을 활용한 자급률 제고 종합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공식품의 원물 80% 이상이 수입품이다고 역설했다.

국가곡물조달 시스템 구축
이필형 농수산물유통공사 곡물사업팀장은 국내 연간 곡물 도입량 1천400만톤(53억달러)의 30%(400만톤)를 장기 안정적으로 도입하는 등 국가곡물 조달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구성된 국제곡물사업추진팀을 통해 5~9월 국가별 생산·물류동향 및 진입 타당성에 대한 현지조사를 한 후 농수산물유통공사를 곡물사업추진 전담기관으로 선정하는 등 7월 정부는 기본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9월 곡물사업추진을 위해 미국에 사업 준비단 파견, 12월 국가 곡물조달시스템 컨소시엄 구성 우선 협상자 선정과 함께 국가 곡물조달시스템 민·관 공동TFT를 2011년1월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지분 30%만 갖고 민간기업과 공동컨소시엄을 구축해서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예년에 비해 6배 정도 곡물선물시장에 투기세력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2008년도 애그플레이션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에 그대로 반영돼 사료값이 폭등했고 밀가루가격이 심각하게 뛰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식용콩을 수입하고 있는 데 애그플레이션 당시에는 곡물창고가 비었다. 공급국에서 계약을 해 놓고도 공급을 포기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곡물가격은 중·장기적으로 상승될 수밖에 없다. 생산기간이 길기 때문에 곡물이 부족하면 기아가 온다. 국내도 늦었지만 독자적 조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왜 공기업이 해야 하면 곡물사업은 마진이 부족하고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민간기업이 관심은 많지만 들어오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민간기업과 함께 미국에 우선 진출하고 다음 브라질, 우크라이나 등으로 곡물공급망을 확장할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해외직접 투자 식량 조달 리스크 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식품통계를 볼 때 1차 원재료로 식품통계를 간파하면 수입산보다 국내산 비율이 매우 낮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해외 직접 투자에 대한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식량의 안정적 확보측면에서 국내에서의 안정적 조달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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