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금지된 뼈있는 미산 쇠고기가 수입됐다는 정부 발표가 전해진 이후, 이것이 수출용이 아닌 미국의 내수용(통갈비뼈) 쇠고기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소비자단체나 농민단체들은 수입전면중단을 외치는 등 목소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미국측의 ‘인간적 실수’라는 변명과 수입 압박에 대해 뚜렷한 입장표명을 보류하고 있어 국민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여론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원장 강문일)은 4일 지난달 25일 수입된 미국 카길사의 쇠고기(갈비살) 15.2톤과 26일 들여온 타이슨푸드사의 51.2톤이 수출용이 아닌 내수용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검역원은 이들 미산 쇠고기 66.4톤 전량을 반송조치하는 한편 미국내에서 자체 수출검역 절차를 강화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검역원은 또 내수용 제품에 수출검역증명서가 발급된 경위에 대한 사실규명을 밝혀 재발방지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대책이 확인될 때까지 해당작업장(카길, 타이슨)에 대해 수출 선적을 중단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농민단체, 소비자단체, 국회 입장= 이에 대해 농민단체 및 소비자단체, 국회까지 미국 측의 태도는 물론 우리 정부 측의 확실치 않은 입장표명을 성토하고 나섰다. 한미FTA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한우협회 등은 공히 성명서를 발표하고, 미국 측의 검역절차도 신뢰할 수 없는데다 우리 측의 끌려다니는 협상 태도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등 국회의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수출작업장 승인 취소는 물론 수입위생조건 위반 사례가 반복해 발생함에 따라 수입 전면중단 조치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면서 “물론 한미 FTA 타결을 위해 발 빠르게 진행중인 뼈있는 쇠고기까지 수입하는 방안도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미국측 ‘적반하장’=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다. 벤 넬슨 민주당 상원의원(네브래스카주)은 “한국이 각종 핑계를 들어 미산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려 한다”면서 “전면 수입이 이뤄질 때까지 상원 재무위에서 한미 FTA안을 심의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커스 위원장에게 보내겠다”고 말했다. 보커스 위원장은 한술 더 떴다.“뼈의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고 한국은 국제적인 기준을 준수하는데 많은 시간이 흘렀다”며 “나의 인내심이 고갈돼 가고 있다”고 협박했다.

더욱이 미국 측은 “전면개방이 실시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일들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워 더욱더 개방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부는 ‘갈팡질팡’=원칙(?)적인 답변만 일관하고 있다. 지난 5일 수의과학검역원이 밝힌 입장은 OIE(국제수역사무국)의 위생규약(기준)을 준수하는 방침 속에서 문제를 풀겠다는 모습이다. 즉 살코기만을 허용키로 한 현행 수입위생조건에 위반됐기 때문에 해당 작업장을 원인규명 될 때까지 수출선적 중단 조치를 내린다는 것. 또 해당 물량에 대한 조치도 정밀검사 결과와 갈비뼈가 포함된 경위에 대한 미국 측의 자체조사 결과를 확인한 후 결정키로 한 것 등이다.

문제는 이를 놓고 미국 측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원칙 아닌 원칙에 매달려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볼 때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앞날이 걸린 문제를 기준없이 갈팡질팡하는 무책임은 집어 던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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