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치열한 삶의 터전이다. 시장의 변화는 시대의 흐름과 그 궤를 같이 해서, 시장의 역사는 곧 산업의 역사고, 삶의 역사다. 시골장터의 에누리 흥정은 바코드와 포스시스템으로 무장된 현대식 마트에 의해 랩핑된 채 카트에 실려 계산대에 선 신세가 됐다.

흔히 번개시장이니, 반짝시장이니 하는 형태의 새벽시장이 지자체별 명물시장으로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으나, 강원도 원주의 원주천 둔치에서 지난 1994년부터 열리고 있는 농산물새벽시장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시장은 없는 듯싶다.

대부분의 새벽시장이 일정한 품질관리 없이 판매자의 개별적 판단에 의존하는 형태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매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원주는 520명 회원농업인들이 판매되는 전 품목을 생산자 실명제와 원산지 표시제는 물론, 불량 농산물에 대한 즉시 리콜제를 실시해 그 어떤 현대식 마트보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오전 4시부터 9시까지 한시적으로 열리는 시장에서 연간 2천만원에서 3천만원까지 매출을 올리는 농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시장이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이 새벽시장이라는 시간적 제한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시장을 찾는 이유는 우수한 국내산 농산물의 구입뿐만 아니라 열린 공간이 주는 시끌벅적함이나 흥정의 묘미가 있는 사람이 있는 시장 탓도 일조하리라 여겨진다.

FTA의 개방 압력을 이기는 방법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인간적 시장도 보이지 않는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벤치마킹을 위해 전국에서 이 시장을 찾는 관계자들도 이런 점에 착안하여 문화가 있는 시장을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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