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여의 공백을 딛고 방송된 일요일 MBC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무한 감동을 선사하며 폭발적 관심을 끌고 있다. MR을 틀어놓고 찍어내듯 똑같은 무대만 보여주던 음악프로그램이 보다 더 높은 완성도를 위해 모험을 강행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나가수’ 방송 후 시청자들은 소름이 돋고, 가슴을 후벼 판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들의 노래는 우리의 가슴, 혹은 가슴 보다 훨씬 더 아래 그 어딘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울림으로 우리의 감정, 혹은 우리 존재의 심연을 거세게 흔들었다.

임재범, 이소라, 박정현, BMK, 김범수, 윤도현, 김연우등의 노래는 우리의 가슴과 감동을 거세게 흔들며, 찌든 일상에 지친 심신에 정열의 생기를 불어 넣어 주었고 가수가 존재하는 이유와 음악의 아름다운 까닭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단순히 청중들의 귀만 즐겁게 한 공연이 아닌 혼신의 열정을 쏟아내고, 출연 가수들간 경쟁심유발과 자신의 스타일을 탈피하고 새로운 도전으로 시청자들을 압도할 수있는 강렬한 무언가를 펼쳐 놓았다.

이들은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이 아니었다. 가창력 경연이 아닌 자신의 음악세계를 마음껏 표현해 승화시켰다. 경쟁을 통해 더 발전하고 진화해야만 팬들로부터 외면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나가수 공연이 그토록 멋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계속 이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원하는 만큼 다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다.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기회이기에 지금 이 순간에 혼신을 다 쏟아 붓게 되는 것이 아닐까. 결국 탈락이 있기 때문에.

그러나 7인의 가수들 중 누구 하나가 탈락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7인의 가수들은 노래 한 곡을 부르는 몇 분의 시간 안에 자신의 전 존재를 다 쏟아 붓고 있다. 7곡이 모두 다 예술작품들인지라 ‘우열’이라는 것을 가릴 수 없다.

또 다른 하나는, 혼신을 다해 온 몸으로 듣는 청중들(그리고 그 뒤에 있는 시청자들)이 있기에 멋진 공연이 가능하다. 공연에 감동한 청중들이 반응하는 모습, 야단스럽지 않게 절제된 모습으로, 그리고 진실로 반응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이처럼 전 존재를 기울여 들어주는 지음(知音)들 앞에서 가수들도, 스탭들도 역시 모든 것을 쏟아낼 수 밖에 없다.

공연 문화가 아직 일상에 뿌리내리지 않은, 그래서 아직까지 방송이 활동과 홍보에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이다. 이런 풍토에서 라이브형 뮤지션들이 실력을 겨루고 경쟁하는 ‘나가수’의 성공은 예능이 이 시대에 음악의 플랫폼임을 확인하게 하는 징후가 아닐까. 빅뱅과 원더걸스, 소녀시대의 성공이 아이돌 시대로 이어진 게 그들이 빨리 그들에게 맞는 예능에 적응했던 게 1차 신호였다면, 2차 신호는 ‘나가수’ 신드롬일테니.

‘나가수’를 통해 재조명받은, 앞으로 이름을 알릴 가수들이 좋은 신곡을 발표하고 음원, 음반, 공연까지 그에 합당한 대중의 지지를 받는다면 현재 음악계의 판도를 바꾸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가수’는 노래와 삶에 대한 성찰과 감동, 공감과 울림을 찾는 여정이어야 함을 제시했다. 경쟁이 계속될수록 ‘나가수앓이’는 계속 될 듯 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글들.

# 대중은 이제 음악을 듣는게 아니라 느끼고 싶어한다. 일반 음악프로그램에 나와 노래하는 가수의 곡은 그냥 듣는 음악이 아닌가? 감동이 없다. 무슨 의도의 노래인지도 모른다. 그냥 음만 좋으면 느낌만좋으면 따라 부르고 그러다고 좋아한다. 하지만 이제 대중은 내가 심사하고 평가해서 오디션도 같이하면서 키운 신인가수를 원한다. 또 기존가수에겐 그 가수의 노래철학이나 느낌과 노래속 감정이 무엇인지 ‘같이’ 알고 음악을 함께 느끼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것을 파악한 프로그램이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이다.

# 나의 조카에게 내가 어린시절 좋아했던 음악을 요즘 “나가수”를 통해서 들려줄수 있고 내가 요즘 “나가수”에서 맘에 드는 가수가 누구니? 라고 애들에게 물었을때 엄마 난 누구? 누구? 가 좋더라 라고 대화할 수 있고 같이 공감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 나가수 프로그램의 가장 큰 영향은 중장년층 시청자들이 이제야 비로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서 듣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처음엔 저도 나가수 음원만 들었는데... 이제는 그중 제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 더 나아가 예전에 제가 자주 들었던 노래까지 찾아 듣습니다.. 지금도 음원 다운 받는 방식을 잘 몰라 헤멜때가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늘 귓가에 울려 퍼지는 요즘... 행복합니다.....

# 나가수를 보면서 등수를 잊은지 오래다, 그주그주에 쏟아지는 명곡과 감동을 추스리기도 힘들기때문이다, 이제 또한명의 탈락자가 나올 시간이지만 그를 보내는 우리는 어느자리에서고 또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또다른 희망을 본다, 나가수가 그런 희망을 줬다는 자체만으로 우린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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