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통 5대째 만드는 엿, 치악산 황골엿 드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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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엿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시도 긴장과 집중을 놓쳐서는 안돼요.”
5대째 원주지역 전통엿의 맥을 이으며 엿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치악산황골엿 김명자(55.사진) 대표. 지난 19일 찾은 전국 5대 악산에 꼽힌다는 첩첩산중 강원도 치악산 자락. 그 산 바로 밑에 오롯이 들어앉은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흥양리 ‘치악산 황골엿 장바우’에선 오늘도 달달한 냄새가 솔솔 풍긴다.

김 대표는 직업군인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에서 태어나 지난 1986년 강원도가 고향인 남편 김찬열(55)씨와의 결혼과 함께 이곳 원주에 정착했다.

당시 김 대표는 시댁이 4대째 원주에서 전통엿 제작일을 해 오고 있어 자연스럽게 엿 만드는 일을 익히게 됐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처음부터 엿 만드는일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일부로 엿 제작 일을 배울 생각은 없었어요. 시집을 오고 나서 시어머니가 날마다 하시는 일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어 곁에서 조금씩 도와드리다 보니 저절로 배우게 됐어요. 어머님께서 엿 하란 말씀은 안 하셨어요.”

김 대표에 따르면 이곳 황골지역은 옛날에는 땅을 암만 파도 돌만 잔뜩 나와서 농사는 안되고 옥수수만 심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옥수수를 넣고 엿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또 남편 김찬열 씨는 어렸을 적 엿 만들고 남은 질금을 체에 쳐서 걸러낸 엿밥을 솥에 붙은 엿에 묻혀 먹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그렇게 15년간 배워온 엿 만드는 방법을 가지고 지난 2000년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다.
김 대표는 애초에 회사를 차려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고령(高齡)으로 예전처럼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자연스럽게 자신이 전면에 나서게 됐다고 한다.

“아무 고민이나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엿 만드는 일을 하게 됐어요. 아마도 5대째 이어온 전통에 대한 사명감이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에 배어 있었나 봐요.”
전통계승에 대한 김 대표의 생각은 특히나 남다른 데가 있다.

김 대표는
넓은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최신식 설비를 갖출 생각없냐는 물음에 “전통의 재료와 방법을 고집하더라도 현대식 설비를 도입하면 일도 편하고 경제적인 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5대째 이어온 전통을 함부로 바꿀수 없다는 생각에 시어머니 곁에서 도제식으로 배워온 제작법을 고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치악산 황골엿만을 찾는 이들이 한해 수백명에 이른다.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부터 초봄까지는 하루 80㎏들이 무쇠 가마솥 4개를 모두 가동해야 할 정도로 찾는 이들이 많다. 이마저도 부족해 올해는 가마솥을 2개 더 늘려야만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사실 엿은 말이 쉽지 만들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쌀과 옥수수 불린 것을 분쇄한 뒤 원료에 물을 혼합해 잘 저으면서 한 시간을 끓이고 한 시간을 식히며 당화시키고, 맥아가루를 넣고 잘 젓다가 60~65。C 온도에서 다시 맥아가루를 넣고 7시간 동안 방치하여 2차 당화시킨다.

당화가 완료되면 한 시간 동안 가열해 완전히 끓인 뒤 여과해 당액을 분리한다. 그 농축된 당액을 10시간 동안 솥에 끓이며 잘 저어주면서 농축시켜야 엿이 완성되는데 보통 24시간이 꼬박 걸리는 과정이다. 낮에 미리 끓여놓고 새벽 1~2시에 일어나서 나머지 과정을 하면 아침 8시는 되어야 완성이 된다. 가장 큰 적은 부족한 잠이었다.

회사를 설립한 후 김 대표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엿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나마 여름에 보통 한 달정도 엿을 쉬는 기간을 제외하면 1년 내도록 엿만드는데 모든 시간을 쏟고 있다. 엿 만들고 나서부터는 화장 한 번 못하고, 매니큐어 한 번 칠해보지 못했다는 김 대표의 말에 이해가 갔다.

이런 김 대표의 정성은 지난 2003년 5월 원주시로부터 전통문화 계승상을 받는 등 그 노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가 생산하는 치악산 황골엿은 일반 다른 엿들이 쌀밥을 주재료로 하는 반면 쌀과 옥수수를 같이 갈아 만든 후 삭히는 과정을 거친다.

그 후 발효를 위해 순수 맥아(엿기름)만을 사용해 엿을 만든다.
김 대표는 “시중에 나와 있는 다른 엿들은 주로 효소를 사용해 만든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엿의 맛은 맥아가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치악산 황골엿은 일반제품에 비해 연하고 부드러우며 찌꺼기가 전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어 예전에는 스스로 농사지은 맥아를 사용해 엿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생산량이 늘어 농사만으로는 맥아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엿은 예전부터 먹으면 시험에 붙는다고 해 시험을 치르는 사람에게 합격하라는 의미로 선물하기도 하지만, 혼례 때 엿을 보내면 시댁 식구들이 엿을 먹는 동안 새 며느리의 흉을 잡지 못하게 해 입막음을 한다는 풍습이 아직도 전해진다.
인스턴트 맛이 아닌 전통의 맛을 품은 우리의 엿, 치악산황골엿이 그 맥을 계속 이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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