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들과 늘 함께하는 직업, 또 있나요”

 “생활지도사라는 직업이 정말 힘든 직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여성농업인들과 함께 하다보면 힘듦 보다는 보람이 더 많습니다.”
권연남(48·사진) 경주시농업기술센터 생활자원담당계장은 경력 27년차의 생활지도사로 여성농업인들에게 생활지도를 하는 과정이 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건축물에 비유하면서 사막 위에 집을 짓는 겉핥기식이 아닌, 견고한 집을 짓는 것이 지향점이라고. 물론 생활지도사라는 직업이 여성농업인들의 윤택한 농촌생활을 돕는 것이지만, 여성농업인들에 대한 이해 없이 의무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업무에 임한다면 누가 봐도 겉치레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만약 천연염색 교육을 한다면 천연염색 전문가가 되어보고, 김장 봉사를 한다면 김치전문가의 입장이 되며, 떡에 관한 교육을 한다면 세상의 모든 떡을 다 먹어본다는 각오로 임한다는 권연남 계장. 그녀는 “현장에 한번이라도 더 방문해 여성농업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보람 있는 직업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어떻게 생활지도사를 시작하게 됐나.
“대학 때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는데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교수님으로부터 생활지도사라는 직업을 추천 받아 알게 됐다. 그때가 1984년도였는데 공채시험을 통해 생활지도사 생활을 시작했다.
공채시험 합격 후 청도에서 첫 근무를 했다. 이후 경주시와 통합되기전 경주군으로 옮긴 후 지금까지 경주시에서 계속 근무를 하고 있다.

-생활지도사란 어떤 직업인가.
생활지도사는 올해부터 농촌지도사와 통합됐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자면 농촌지도사라고 해야한다. 그렇지만 독자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생활지도사라고 하겠다.
생활지도사(농촌지도사)는 시험연구, 농촌지도, 교육훈련 등 농업인들과 여성농업인들이 보다 나은 농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지방직 공무원이다.

또 농촌생활 전반에 대한 계몽활동과 농촌과 도시지역의 식생활 개선에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도, 시, 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생활지도사들은 생활개선회원들과는 실과 바늘 같은 관계로 늘 생각을 공유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생활지도사를 하면서 가장 보람된 점은 무엇인가.
생활지도사로서의 가장 큰 보람은 따뜻한 감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여성농업인들과 교감을 나누다보면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것을 느낀다. 알고 보면 생활지도사처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자리도 드물다.

20~30대 젊은 시절에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농업인들에게 맞고 그들이 좋아할 수 있는 교육이나 행사를 펼치니 즐겁다. 그들도 나와 같은 여성이고, 아내이고, 엄마다. 흔히 말하는 ”같이 늙어간다“는 말로 정리가 가능할 것 같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기 때문에 장수하는 생활지도사도 많은 것으로 안다.

-농촌지도사(생활지도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내가 생활지도사를 시작할때만 해도 생활개선회라는 여성농업인 단체는 농촌지도자회 생활개선분과로 활동하는 등 여성농업인들의 입지가 넓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에 생활개선 담당 부서가 있고, 또 여성농업인 수가 전체 농업인수의 절반이 넘을 정도로 농촌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생활지도사가 농촌지도사와 통합되면서 지금은 생활지도업무에서 벗어나 농촌의 다양한 분야의 일을 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무엇보다 생활지도사를 꿈꾼다면 무엇보다 우리 농촌에서 여성농업인들의 생활을 이해야할 것이고, 생활지도사가 된다면 여성농업인들의 진실한 면을 보고, 눈높이에 맞는 업무를 펼쳐야 할 것이다. 생활지도사는 여타 행정직 보다는 아직 감성이 살아있고 내 능력껏 봉사할 수 있는 자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 생활개선회를 비롯한 여성농업인들에게 한마디.
우리 경주시에 배성향 회장님도 계시지만 앞서 말한것처럼 다른 지역에서도 생활개선회와 생활지도사들의 관계는 자매처럼, 친구처럼, 이웃처럼 늘 곁에 사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웃을때도 있고, 서로 섭섭한 마음을 가질때도 있다. 우리로 인해 여성농업인들의 생활이 윤택해진다면 언제든 발벗고 나설 수 있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교육을 개발하고 싶고 그들과 늘 함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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