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스릴러 소설 - 『7년의 밤』정유정 / 은행나무

7년의 밤 동안 아버지와 아들에게 일어난 이야기 『7년의 밤』.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와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의 작가 정유정. 그녀가 수상 이후 오랜 시간 준비하여 야심차게 내놓은 소설이다.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있는 이 작품은 액자 소설 형태를 취하고 있다.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굴레를 쓰고 떠돌던 아들이 아버지의 사형집행 소식을 듣는다. 아버지의 죽음은 7년 전 그날 밤으로 아들을 데려가고, 아들은 아직 그날 밤이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한편, 소설 속 소설에서는 7년 전 우발적으로 어린 소녀를 살해한 뒤 죄책감으로 미쳐가는 남자와 딸을 죽인 범인의 아들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피해자의 숨 막히는 대결이 펼쳐진다.

[줄거리]
낮에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며 마을 주민의 식수가 되는 고마운 세령 호수.
그러나 밤이면 무언가 나올듯한 무시무시함과 깊이도 알 수 없고, 옛 마을 그대로 물을 채워 가라 앉혔다는 공포의 세령 호수. 그게 7년의 밤 동안 무서운 얼굴을 감춘 채 분노의 수문을 막고, 언제가 둑을 터뜨려 모든 이를 집어 삼키려던 치과의사 오영제의 모습이다. 오영제는 편집적인 자기만의 원칙에 주변 모든 이가 규칙적으로 말을 들어줘야하는 정신병적 소유 집착을 가진 사람이다. 자기의 기준을 벗어나면 아내 하영이도 딸 세령이게도  끔찍한 폭력과 섬뜩한 앙갚음을 한다.

 적당히 파도를 일으키고 때때로 급류를 만들어 솟아오르는 바다 같은 남자 최현수. 늘 자기의 흐름대로 일렁거릴 때 갑자기 뛰어들어 조류의 엘리베이트를 타고 죽은 세령. 아빠를 부르며 죽은 세령의 ‘아빠’ 소리는 현수의 아들 서원이 부르는 의미가 아니었지만 무서움에 떨었던 소리를 환청으로 들으며 자식 같은 딸을 죽였다는 양심과 아들에게 복수를 꾀하는 오영제로부터 아들 서원을 보호하려는 아비의 절박함을 가진 사형수. 자기 위에 둥둥 떠다니는 가책과 사랑이라는 두 배를 어쩌지 못해 미친 파도처럼 출렁거렸던 남자 최현수.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맘속은 모른다했지만 오영제 맘의 호수 깊이를 측정하고, 그 속에 감추고 가라앉힌 듯 사는 분노의 심층을 알아내려던 소설가 승환. 다이버로 시신수습을 하는 가족사를 갖고 있는 사람. 이 소설의 사건을 소설로 이끌어 가며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사람. 의리가 있고, 사형수 최현수의 아들 서원을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

행복했던 날, 아버지에게 드린 선물이 자신에게 다가올 운명의 족쇄가 될 줄은 누구든 예상 못했을 것이다. 어두운 밤을 7년 동안 보내게 될 줄은.  “해피 버스데이” 아버지에게 축하 인사를 보내며 웃는 해골을 내밀었던 사내아이. 최서원. 

강력하고 스케일이 큰 서사를 구현하는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실수로 인한 살인이 불러온 파멸, 선과 악, 사실과 진실 사이의 이면, 결코 놓칠 수 없는 삶에 대한 의지 등의 묵직한 소재들을 치밀한 이야기로 풀어놓는다. 작가 특유의 힘 있는 문장과 탄탄한 캐릭터, 생생한 리얼리티와 역동적인 서사가 돋보인다. 또한 인간 본성의 심연을 깊이 응시하고 있다. 선과 악,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개인의 삶을 옥죄는 운명의 본질 등을 주제로 삼아 빠르고 긴장감 넘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바로 이 ‘그러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야기되지 않은, 혹은 이야기할 수 없는 ‘어떤 세계’. 불편하고 혼란스럽지만 우리가 한사코 들여다봐야 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모두 ‘그러나’를 피해 갈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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