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장어가 ‘하모’로 불리게 된 것은 일본인들이 이를 선호한 데서 비롯됐다. 그들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하모를 으뜸으로 꼽는다. 일본어로 하모는 ‘아무 것이나 잘 무는 습성이 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일본어 ‘하무(물다)’에서 유래됐다는 말도 함께 전해지고 있다.

여수지방의 하모 잡이는 청정해역인 오동도~돌산 앞바다와 고흥 나로도 근해에서 주로 이뤄진다. 이곳에는 밤이면 여수 경도에서 출어한 120여척 등 200여척이 불야성을 이루며 밤바다를 곱게 수놓는다. 요즈음 잡히는 하모는 연중 가장 맛이 뛰어나다. 내달 중순쯤이면 수온이 내려가 동면(冬眠)을 하거나 먼 바다로 떠나기 위해 몸체에 각종 영양소를 고루 채우기 때문이다.

본인들이 선호 하모는 5~7월에 산란하고 수심 20~50m의 모래진흙이나 개펄, 암초 사이에서 서식한다. 경도의 하모잡이는 해방 이전, 일제때부터 시작됐으며 지난 1990년대 초까지만해도 잡아 올린 하모의 90% 가량을 일본에 수출했다. 요즈음은 국내 소비가 늘고 일본 현지 생산량이 증가해 어획량의 20% 가량만 수출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하모잡이 역사는 길지만 하모요리가 본격적으로 대중에 알려진 것은 겨우 10년 안팎이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하모를 해만(海鰻)이란 이름으로 전하며 “악창과 옴, 누창을 치료하는데 뱀장어와 같다”고 설명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입은 돼지같이 길고 이빨은 개(犬)처럼 고르지 못하다”며 ‘견아려(犬牙 魚+麗)’란 이름으로 소개한다. 이는 육지의 보양탕으로 쓰이는 견(犬)과 바다의 하모를 빗댄 데서 연유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통어사정’에는 “경상도 등 도처에서 서식하는데 사람들이 잘 잡지 않고, 또 잡더라도 뱀을 닮은 모양 때문에 먹기를 꺼려하여 일본인에게만 판매하였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실제 생김새는 ‘아나고’와 ‘곰장어’로 불리는 붕장어나 먹장어 등과 비슷하다.

하모 요리는 회와 데침회(일명 유비키)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통구이 맛도 특이하다. 회는 몸체의 껍질을 벗기고 내장과 머리·몸통뼈를 떼어낸 다음 깨끗한 천으로 몸체의 수분을 제거한 뒤 칼날이 잘 세워진 회칼로 잘개 썰어서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와사비) 등에 찍어 야채나 양파 등과 곁들여 먹는다. 이때 몸체의 결을 따라 잘개 썰어서 잔뼈가 씹히지 않도록 크기를 잘 조절하는 것이 업소의 명성을 더하는 기술이다. 회는 씹을수록 고소하고 단맛이 난다.

데침회는 머리와 몸통뼈만을 제거한 뒤 껍질과 함께 만들며 순서는 회요리와 비슷하다. 몸통 크기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길이 5~6㎝, 너비 2~3㎝ 크기로 잘라 회를 만들 때 남겨진 머리와 뼈, 껍질 등을 넣어 우려낸 국물에다 인삼·대추·송이버섯·피망 등 갖가지 채소를 넣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양념간장에 찍어먹는다. 이때 부드러운 부추와 팽이버섯을 넣어 비린내를 없애고 부추와 팽이맛을 곁들인다.
 데침회는 담백한 맛과 함께 부드러운 육질로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끓는 국물에 막 데쳐낸 하모는 마치 눈꽃송이처럼 하얗게 흰살을 드러내 먹음직스럽다. 내장을 익혀서 먹는 맛도 일품이다. 데침회를 먹고난 뒤 밥 대신 불려둔 쌀을 마지막 국물에 넣어 죽을 쑤어 먹으면 몸에서 힘이 솟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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