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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변형작물 EU의 벽을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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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d45
등록일
2010-07-26 13:08:46
조회수
6197
금년 3월 2일, 유전자변형작물 재배의 가장 두터운 벽이 무너졌다.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해 반대 입지를 주장해왔던 유럽이 독일의 화학업체 바스프의 암플로라 감자 재배를 승인한 것이다. 암플로라 감자는 전분 함량을 높인 유전자 변형 감자로, 전분을 채취하여 종이 코팅제나 섬유 접착제로 활용하려는 목표로 우여곡절 끝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1998년 몬산토의 유전자변형 옥수수 재배를 허가한 이래 십여 년만의 일이다.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규제가 가장 강력했던 유럽연합은 왜 암플로라 감자의 재배를 허용했을까. 더욱이 유럽인들의 정서에서 보면 유전자변형작물은 소설 속 물리학자가 만들어낸 인조인간 즉, 프랑켄슈타인이나 다름없다. 세계 추세에 따른 결정이라고 해도 유럽인들의 인식은 커다란 혁명을 거친 것이다.

지구는 이미 인구포화상태이다. 세계 인구가 매년 예상치보다 많아지고 있지만 자연이 인간에게 공급해 줄 수 있는 작물은 한정되어 있다. 전 세계 경지 면적은 매년 0.25%씩 증가하는 반면 인구는 1.55%씩 증가해 전 세계 인구 중 최소 15억 명은 하루 1달러 이하의 음식으로 생존하거나 하루 한 끼도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도 1초에 5명이 굶어죽는다. 1초에 4명이 태어난다는 통계와 합산하면 순수하게 1초에 한 명씩 아사(餓死)한다는 결론이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가 잘 느끼지 못했던 식량난이 어느새 인류의 목을 위협하고 있다. 때문에 유전자변형작물 재배 지역은 세계적으로 점차 넓어지고 있다.

종자개발기업들이 꾸준히 종자를 개발하고 상용화한 결과, 전 세계 유전자변형작물의 재배 면적은 2000년 44.2 million ha에서 2006년 106.9 million ha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판매 규모는 2000년 3,210.94 million 달러에서 2006년 6,021.14 million 달러로 재배 면적과 비례하여 커다란 성과를 보였다. 2015년에는 판매 규모가 15,139.34 million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다. 곡물 가격이 폭등하여 먹거리 걱정이 끊이지 않는 요즘 유전자변형작물은 우등한 경제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 중국의 단기간 고도 경제 성장으로 인해 중국인의 육식 소비가 늘어나 전 세계 곡물의 35%가 사료로 쓰인다고 한다. 고기를 구입해 먹을 돈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못 먹는 사람들이 더욱 굶주려야 한다는 현실은 오래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유럽연합은 바스프의 암플로라 감자 재배를 허용했지만 식용은 금지했다. 순수하게 산업용과 동물의 사료에만 쓰이도록 제한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유럽연합 내에서 당장은 부정적인 말이 나올지 몰라도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작물이니 만큼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중국이나 미국, 일본은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여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독일 바스프의 암플로라 감자 재배의 경우처럼, 유전자변형작물이 꼭 식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업화를 목적으로 변형한 작물들도 많이 생산되고 있다. 유럽연합이 승인한 암플로라 감자도 식용이 아닌 화학용 작물이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라는 유전자변형작물도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가 계속 Non-GMO를 고집하면 후에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상업권을 차지하기 힘들어진다.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강력한 관문이 열린 파장은 결과적으로 세계 식량시장에 큰 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비슷하게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연합의 예를 거울삼아 동물 사료와 상업을 목적으로 하는 유전자변형작물 재배를 허용하는 것이 미래 우리나라의 미래 농업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자분석개발과
한장호 농업연구관
작성일:2010-07-26 13:08:46 152.99.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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