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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도 오감(五感)이 있을까

닉네임
윤혜진
등록일
2010-08-16 17:44:22
조회수
6244
동물은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을 인지할 수 있는 분화된 기관과 세포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하여 주변의 상황을 인식하고 뇌로 신호를 보내면 다시 뇌는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에 맞게 근육세포를 움직이는 반응을 명령한다. 동물과 달리 식물은 눈에 보이는 분화된 감각기관을 갖고 있지 않다. 외부에서 인식된 정보를 총괄하여 반응을 지시하는 두뇌도 없을 뿐만 아니라 환경변화에 대한 반응도 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식물이 외부환경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떠한 생물체도 외부환경에 대한 인지나 적응을 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 식물 또한 외부환경을 인지하고 이에 반응하여 다양한 환경 속에서 적응하며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빛에 반응하는 굴광성, 중력에 반응하는 굴지성, 일장에 따른 개화의 조절, 종자의 발아 등 어찌 보면 식물체의 살아가는 모든 과정이 환경과의 상호반응이다. 이러한 반응을 적절히 이용하여 인간에게 이로운 최적의 산물들을 얻는 것이 크게 보면 작물 재배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감각기관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식물이 어떻게 환경변화를 인지하여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식물은 분화된 감각기관은 가지고 있지 않으나, 환경인식에 관여하는 많은 수용체들이 밝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광을 인식하는 파이토크롬, 고온감지 센서 단백질 등이 밝혀지고 있으며, 이들 수용체를 통한 외부 환경의 인식이 어떻게 해석되어 식물 세포의 반응을 일으키는지 일련의 과정을 연구하는 식물체의 신호전달 기작 연구는 식물 생명공학 연구 분야에서 주요한 연구 주제들 중의 하나이다. 지속적이고 창조적인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여 다양한 물리적, 생물학적, 화학적인 환경요인들에 대한 식물 수용체들이 밝혀지고 있으며, 식물은 동물의 오감이 아닌 아마도 100감, 1000감 이상의 훨씬 다양한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을 어떻게 통합하여 적절한 반응을 이끌어 내는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 해답을 제시하여야 하는 것이 신호전달 기작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해결하여야 하는 과제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농촌진흥청의 생명공학 연구자들은 이러한 주제에 도전하여, 가뭄, 저온, 고염 등의 물리적 환경 요인을 인식하고 이에 대하여 식물이 내성을 가지도록 신호를 전달하는 과정에 대하여 연구를 수행하여 궁극적으로 환경스트레스에 내성을 갖고 불량환경 속에서 생존하며 농업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수행하고 있다. 병원균들의 침입을 인식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기작을 가동시키는 과정에 대한 신호전달, 개화를 조절하는 신호전달 기작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외국의 다국적 기업과 연구자들도 환경변화에 직접 대응하는 유전자 군을 조절할 수 있는 신호전달 유전자에 관심을 갖고 이들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따라 최근에는 식물의 대표적인 호르몬들의 수용체가 모두 밝혀지고 그에 대한 신호전달 기작도 상당부분 알려지게 되어 이들을 이용한 새로운 농약과 GMO개발 등의 연구가 본격화 되고 있다. 국내외의 수많은 과학자들의 이와 같은 신호전달 기작연구를 통하여 가까운 미래에는 작물이 어떻게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이에 적응하기 위하여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하여 좀 더 다양하고 깊이 있게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이를 이용하여 인간의 의도에 의하여 식물의 생장과 발달 그리고 환경저항성을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분야에 대한 외국의 다국적 기업과 연구그룹과 경쟁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정부와 산업계는 지원을 확대하여 국내 연구자들이 좀 더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신작물개발과 김범기
작성일:2010-08-16 17:44:22 152.99.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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