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반납…사랑의 정을 나누는 요양보호사

“할아버지, 할머니 덕분에 추석도 외롭지 않아요”


“1년 열두 달 3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추석은 모두가 기다리는 우리의 최대 명절이다.
고향으로 내려가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추석을 반납하고 찾는 이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사랑의 정을 나눠주고 있는 老화단길요양원 최옥신 요양보호 팀장을 만났다.


“10여년 전 추석은 종갓집 며느리로써 수많은 제사를 지내느라 음식 만들기 바빴고, 집에는 사람들이 북적였죠. 하지만 지금은 여기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오순도순 보내고 있습니다”

최옥신(62) 老화단길요양원 요양보호 팀장의 고향은 전라남도 영암. 시골에서 농사만 짓던 그녀가 요양보호사 팀장이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여의고 4000평의 농사일을 혼자 감당할 수 없었던 최 팀장은 모든 것을 접고 1999년 출가한 딸이 살고 있는 인천으로 향했다.

최 팀장은 “혼자 농사를 짓는 것이 버거워 무턱대고 인천으로 올라왔지만 불혹을 넘긴 나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며 “그러던 중 텔레비전에 간병인 모집 광고를 보고 신청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녀는 “가족들이 아픈 할머니 할아버지를 돌보는 것이 힘들 것이라며 만류했지만, 농사짓는 것보다 더 힘들겠냐며 가족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회 경험도 전혀 없고 간병(看病)에 간(看)자도 몰랐기에 간병인을 택한 것이 후회도 되고 많이 힘들어 그만 두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최 팀장은 “식사도 제대로 못하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식사도 잘하고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면 힘든 것도 싹 가신다”며 우연한 기회로 시작해 12년간 요양보호사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을 귀 뜸해주었다.

요양원에 치매 환자분들이 많아 그녀의 팔은 항상 상처투성이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한때는 종갓집 며느리로써 왁자지껄한 추석을 보냈지만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는 10년 전부터는 제사는 꿈도 못 꾼다는 최 팀장. 그녀는 “처음에는 가족이 모두 모이는 추석에 홀로 일을 하며 보낸다는 것에 눈물도 나고 서러웠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집에 있는 것보단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오순도순 보내는 추석이 더 즐겁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