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에 뇌가 가을 하늘처럼 맑아진다. 선선한 바람에 상쾌함이 전해지듯 향긋한 커피 향기에 피로가 풀린다. 거리마다 들어서는 커피 전문점, 핸드 드립 커피 열풍, 가전 매장의 한 코너를 차지한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 등이 말해주듯 우리는 나날이 뜨겁게 커피에 매혹되고 있다. 우리는 커피의 무엇을 즐기는 걸까? 뇌도 커피를 좋아할까?

커피와 카페인

커피에 든 카페인이 피로를 풀어주고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은 우리 몸이 항상성을 갖고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데노신과 연관이 있다. 신경전달물질인 아데노신은 ‘지금은 피로한 상태니 피로를 풀 수 있게 쉬라’는 신호를 몸에 보낸다.

그런데 카페인을 섭취하면 아데노신과 분자 구조가 비슷한 카페인이 아데노신 수용체에 붙어서 아데노신처럼 뇌에 신호를 보낸다. 그렇기 때문에 몇 시간을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느라 지쳐 있다가도 커피를 마신 후에 다시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각성 효과는 사람마다 그 시작점과 유지 시간이 다르다. 이는 카페인을 분해하는 효소가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부터 하루에 7~8잔을 마셔도 끄떡없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카페인의 각성 효과를 알아본 실험 결과를 살펴보면 커피를 마시고 대개 10분 정도 흐른 후에 각성 효과가 나타나며 2~3시간 정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성 효과는 여자보다 남자가 더 잘 느끼고 오래갔다. 또 한 가지 새로운 결과는 디카페인도 각성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다. 다만 지속 시간은 짧다.

뇌가 좋아하는 커피의 향기

카페인이 든 음료는 커피 외에도 홍차, 녹차, 코코아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 중에서 커피가 가장 널리 사랑받는 이유는 뇌리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향과 무관하지 않다. 커피 특유의 향은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도 좋아할 정도로 강력하다. 요즘에는 병원에서도 로비에 커피 전문점을 만들어 커피 향으로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긴장을 풀어주는 커피 향에는 에테르, 페놀, 아세톤, 암모니아 화합물 그리고 20가지쯤 되는 미량의 원소들이 포함돼 있다. 이 갖가지 원소들이 잘 배합되어 그윽한 향과 매혹적인 맛을 탄생시킨다.
일본 교린 대학에서는 커피 향이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뇌 혈액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커피의 향을 맡은 순간 우뇌의 쾌감을 조정하는 영역에서 혈액 양이 증가했다.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그 향을 맡음으로써 쾌감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기분과 집중력이 좋아지는 것이다.

커피, 제대로 알고 마시기

커피는 지방을 분해하고 이뇨 작용을 도와 몸속에 노폐물을 배출시킨다. 인체의 에너지 소비량을 10% 정도 증가시켜 비만 방지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리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런 효과를 인스턴트 커피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올 상반기 대형 마트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한 인스턴트 커피에는 설탕을 비롯해 각종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원두를 볶아서 분쇄한 후 동결건조 방식으로 만든 인스턴트 커피는 카페인 함유도 높다. 특히 가루 크림은 유지를 가공하는 단계에서 유화제와 트랜스 지방산, 향료, 색소가 들어간다.

따라서 건강을 고려한다면 신선한 원두를 갈아서 만든 커피를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원두를 볶은 후 3~4일까지를 신선하다고 보는데, 이 기간에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최상의 상태로 들어 있다. 물론 카페인 함유량도 적다. 매일 300mg 정도의 카페인 섭취는 안전하다고 한다. 이는 커피 한두 잔에 해당한다. 그 이상 마시는 사람은 칼슘 섭취를 그만큼 더 해야 한다. 카페인이 칼슘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이들에게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관심거리다. 커피에 관한 연구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새로운 결과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으려면 커피가 자신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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