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격주로 시행됐던 초·중·고의 주5일 수업제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되고 있다. 학생이 가족과 함께 가정에서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접하고 취미활동을 통해 숨겨진 재능을 찾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 토요일 휴교로 농촌체험을 원하는 학생과 도시인들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부모가 학생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 이야기다.
책가방을 메고 학교와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을 보면 주5일 수업제는 다행스러운 일임에도 농촌에서는 농작물이 주말이라고 해서 자라지 않는 것이 아니고, 농촌은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일을 해야 하는 곳이다. 주5일 근무를 하는 도시민들처럼 토요일이라고 해서 농업인들이 아이들과 함께 도시로 나가 자녀교육을 담당할 만큼 현실은 녹녹치 않다. 도시에 비해 열악하기 그지없는 농촌의 교육 인프라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농촌 지역은 학생 수가 적어 토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도 제약이 따르고 유능한 강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도시 학생들에 비해 사교육 기회가 거의 없다. 불리한 상황에서 공교육 기회가 더 줄어들고 있으니 농촌 지역 부모들로서는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그렇지 않아도 도시 학생들에 비해 공교육 및 사교육 기회가 거의 없어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실에서 공교육 기회가 축소되는 만큼 경쟁력이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따라서 농촌에서 공교육이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을 미연에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만반의 준비를 해야한다.

도시와 농촌의 교육 인프라는 비교 자체가 어려울 정도의 현실이지만 농촌 학교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 개발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농촌환경을 활용한 교육프로그램과 같은 도시와는 차별화된 교육정책을 농촌에 적극 도입해야 한다.
또한 최근 도시의 학생들이 농촌의 학교에서 일정기간 생활하며 공부하는 ‘산촌유학’ 등의 프로그램은 농촌과 도시학생 모두에게 유익한 것으로 효과가 검증된 만큼 이를 확대 발전시키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열악한 농촌지역 학교의 시설과 환경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농촌지역 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농촌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방과 후 학습프로그램과 학생들의 주말 학습지원에 교직원들의 노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지원을 통해 농촌지역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동기유발과 자긍심 및 자아 존중을 고취시키는 교육이 하루속히 정착돼야만 주5일 수업제의 전면 도입으로 야기될 수 있는 농촌의 공교육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도시를 떠나 농촌에 정착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농촌의 공교육이 붕괴되면 농촌에 정착한 사람들이 다시 도시로 떠날 수도 있다.

농촌학교가 활성화되면 농촌이 살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란 많은 교육 전문가들의 주장을 정부가 깊이 인식하고 치밀한 농촌교육 활성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이처럼 주5일 수업 전면 시행은 농촌 도시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실시할 것이 아니라 농촌 지역 특수성을 감안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ㆍ운영해야 한다. 그래서 주 5일 수업제 실시로 인해 농촌 지역 학생들이 가정과 학교 어디에도 발을 붙이지 못한 채 방치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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