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리고 농번기가 되면서 농업인들은 집을 비우는 일이 잦게 되고, 그로인한 농산물 절도에 대한 걱정도 함께하게 된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어촌서비스기준 이행실태에 대한 평가’ 결과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전국 절도범죄 검거율은 69.2%인데 비해 농축산물 절도범죄 검거율은 11.8%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도난 방지는 물론 농어촌 주민들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선 CCTV와 같은 보안장비의 확대 설치가 시급하다.
농번기가 시작되면 모두 논밭으로 일하러 나가 가을걷이가 시작되면 모두 밭으로 들로 일하러 나가 시골마을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이러한 시골 마을에 농산물 장사꾼을 가장한 절도범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난 3월 금산군에서는 노인이 거주하는 농가의 출입문을 드라이버로 파괴하고 침입해 안방 옷장에서 피해노인이 손자의 대학등록금을 주기 위해 찾아 둔 현금 310만원 등 현금 및 귀금속 560만원 상당품을 훔쳐 달아났다가 붙잡힌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금산경찰은 범행지 인근 CCTV 녹화자료로 용의차량(렌트카)를 확인해 범인을 특정하고, 휴대전화 위치 추적 및 20일간의 잠복 수사 끝에 검거했다.

농업인들은 흔히 농작물을 자식에 비유하곤 한다. 자식처럼 정성을 쏟아서 기르기 때문이다.
농산물 절도는 1년간의 노고를 한순간에 앗아가고 그간 지출했던 농약값, 비료값 등 농자재 외상값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 만든다. 농산물 절도 행위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엄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 농산물 절도는 단순히 재산상 피해 금액 외에도 농업인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한 죄, 농촌마을을 의심과 경계로 황폐화시킨 죄도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특정 범죄에 대해 가중처벌을 하듯이 차떼기로 훔쳐가는 농산물 절도야말로 특정범죄 가중처벌의 대상이 돼야 한다. 그리고 방범 시설이 취약한 농촌마을에 방범용 CCTV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 차량 이동이 적고, 넓은 시골마을에서는 방범용 CCTV 설치가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경북 경산시의 경우 올 해 2월부터 방범용 CCTV를 설치한 후 경산지역의 절도사건은 전보다 16% 감소했고, 집중적으로 설치된 진량읍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나 줄어들었다. 또 경찰은 농가뿐만 아니라 편의점·미용실·주유소 등 현금 취급업소를 대상으로 한 방범용 CCTV 설치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CCTV는 농축산물 도난과 각종 사건·사고에 대해 무인 감시 기능을 함은 물론 범죄 용의자 검거 과정에서 결정적인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그렇지만 농업인들이 자위방범용 CCTV설치에 따른 감시활동 등의 효과를 인지하고도 형편이 여의치 않은 농촌지역 특성상 설치비용이 여간 부담이 아니다.

특히 농촌지역의 노령화의 지속과 방범인력이 절대적인 부족으로 지역 특성상 집을 비우는 일이 잦은 상황에서 방범인력 부족 현상을 효과적으로 대처해 줄 수 있는 기능을 하는 만큼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일부 사람들은 옛날 시골에서 서리 정도의 달콤한 추억쯤으로 여기는 탓인지 현장에서 농업인들에게 발각되어 핀잔을 들으면 “인심 참 사납다”고 오히려 농업인들을 힐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재산 피해로 인한 상실감보다 농업인으로서 자긍심을 짓밟힌 것이다.
씨앗을 뿌려 하나의 농작물이 나오기까지 농부는 수많은 땀방울을 흘리면서 자식처럼 소중하게 키운다. 자식을 지키듯이 농업인들은 CCTV는 물론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농산물과 농촌을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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