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제 편집국장
여성농업인신문

취재를 위해 농촌 지역 이곳 저곳을 방문하다 보면 아련한 옛 추억이 떠오르고, 즐겁고 슬펐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나와 같은 50대들에게는 동네 개울에서 친구들과 멱감던 기억, 달빛을 등지고 참외나 수박을 서리한 것은 마음속에 아련한 추억과 향수(鄕愁)로 자리 잡고 있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어떤 대상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결합시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소문내도록 하는 것은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진수다. 대표적인 예로 강원도 평창군의 ‘도시민의 마음을 훔치는 소도둑놈 마을’의 경우 도둑이 내려와 소를 훔쳐갔다는 ‘소도둑놈 골’이라는 옛 지명을 활용해 생태마을을 조성하고, 스토리텔링 기법 도입으로 송어잡기, 물놀이에 산적체험을 추가해 체험프로그램을 다양화했다. 

또 분야는 다르지만 수입담배인 말보로(MARLBORO)는 ‘남자는 흘러간 로맨스 때문에 항상 사랑을 기억한다(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ce Over)’라는 영어 문장 앞글자를 따서 만든 것으로 홍보해 큰 인기를 얻었다.

이처럼 어떠한 장소와 공간에는 작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고, 이것을 사람들에게 들려줌으로 흥미와 관심을 유발시켜 마케팅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우리 농촌도 농촌마다 가진 스토리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지금까지의 농업이 먹는 것에 국한됐다면 이제는 농업 농촌에도 농촌관광 등을 통해 스토리를 결합해야 한다.

농촌관광에도 이제는 이것을 적용하여 마음을 움직이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새로운 문화마케팅 기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도시의 부모와 자녀는 세대적 차이가 넓기 때문에, 농촌의 좋은 추억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온 가족이 휴가나 명절에 고향을 찾아 부모들이 나고 자란 농촌의 문화와 정서를 느끼게 하는 작은 것부터 접근하면 문화적 간격은 조금씩 좁혀질 수 있다.

스토리텔링은 거창한 마케팅 이론이 아니라, 바로 농촌체험의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도시민의 마음을 훔치는 소도둑놈 마을’처럼 마을을 방문한 도시민에게 마을의 역사와 유래, 전해오는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구성하여 들려준다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언젠가 경주의 양동마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연세가 지긋하신 문화 해설사의 설명이 너무 인상적 이었다.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치 12대 300년동안 만석꾼을 유지했던 경주 최부자가 사는 시대로 간여행을 온 것처럼 실감이 났다.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말라, 만석 이상의 재산은 보유하지 말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와 같은 가훈6조를 보며 현대사회 사는 내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스토리텔링의 특징은 그곳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야 즐거움과 감동이 있다는 것이다. 문화적, 역사적, 자연적인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되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도시민들은 천편일률적인 체험마을 보다는 따듯한 이야기와 농촌의 훈훈한 정을 느끼길 원한다. 각박한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찾아온 농촌마을에서 온 가족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가족간의 사랑을 돈독하게 하는 경험을 한다면 다음해에 다시 그 마을을 찾게 될 것이다.

잊혀져 가는 농촌의 문화와 이야기 거리를 지금 우리가 발굴하여 기록으로 남기고, 이것을 문학작품과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 해 훌륭한 문화상품 으로 탈바꿈 할 수 있다. 문화의 전파속도는 참으로 빠르게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 한다. 한류문화가 유럽과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것은 외국인들의 문화적 감성과 코드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 이라는 말이 있듯이, 농촌이 가지고 있는 향토적 자원을 개발하고 세계인들과 감동을 함께 나누는 농촌문화 스토리텔링이 되기를 미래 비전으로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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