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타는 농작물…애타는 ‘여성농업인 농심’


한 달째 비소식 없어 올 해 농사 접을 판

답답한 마음에 개울물 퍼 밭에 뿌리기도…

관계당국도 용배수로 준설 등 해결 추진



▲ 가을 가뭄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충북 충주시 살미면 은하수농원 김길수(49), 이순길(48)씨 부부가 양수기로 3톤의 물을 실어와 옥수수 밭에 뿌리고 있다.


가을 가뭄이 한달 넘게 이어지면서 여름 들녘과 여성농업인들의 농심이 타들어 가고 있다.
사과와 옥수수를 비롯해 배추 등은 토양 수분 함량이 크게 떨어지면서 성장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물이 턱없이 부족해  김길수, 이순길씨 부부는 마을아래에서 양수기로 물을 퍼와 밭에 뿌리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일 비가 온다는 날씨가 예보되지만 떨어지는 빗방울은 손으로 헤아릴 수 있는 수준으로 설상가상으로 충주에는 지난 13일에는 우박이 떨어져 농작물 피해도 막심했다.

김길수씨는 “언젠가는 비가 내리겠지만, 수정을 할 시기인 옥수수들이 수정도 못하고 말라비틀어지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에 개울에서 3톤씩 물을 퍼와 하루종일 뿌리고 있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 밖에 안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물이 부족해 때 아닌 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은하수농원은 옥수수를 1만여평과 사과 4천여평을 재배하는 농가로 가뭄으로 인해 올 해 수확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또 이미 수정을 하고 7월초가 되면 수확을 해야할 옥수수가 수정조차 하지 못한 채 키가 예년의 반만 자라있고, 사과역시 성장을 멈춘 상태다.

이순길씨는 “올 봄에는 냉해때문에 속앓이를 했는데, 여름엔 가뭄 때문에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며 “마을에 관정을 파거나 길거리에 있는 소방호스라도 설치하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은하수농원의 이웃 농가도 사정은 비슷했다. 배추를 심었던 한 고령의 농업인은 2500평의 밭에서 인건비도 못 건졌다고 한다.

김길수씨는 “우리 마을은 규모가 작아 관정도 파지 못하게 제한돼 있어 피해가 너무 크다”며 “논에는 관계기관에서 물이라도 넣어주지만 밭작물은 그런 제도가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날씨가 더 더워지면 멧돼지까지 밭에 내려와 피해를 줄 것이 뻔해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충북지역은 강수량은 216mm로 지난해 406mm보다 190mm가 감소한 46%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충주시 농정과 관계자는 “충주시에는 공공용 관정이 209개가 설치되었는데 이 관정들이 모든 농업인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대체적으로 논보다는 밭작물의 피해가 커 충주시에서는 총 9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용수개발, 용배수로 준설, 스프링클러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국사기의 기상기록 424건 중에서는 ‘가뭄’은 112건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다. 이처럼 가뭄은 자연재해 중 인간을 가장 심한 공포로 몰고 가는 현상이다. 가뭄은 천재(天災)이지만 이것이 길어지면 인재(人災)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고 관계당국의 좀 더 빠른 대책수립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