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산골마을 ‘누리마을 빵 카페’ 새 농촌 문화 열어



우리밀, 유정란 등 친환경 지역농산물로 빵 만들어

공연·즐거운 만남 있는 마을 소통 공간 노릇 ‘톡톡’



충청북도 충주에서 제천 방향으로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차로 한 시간 정도 달렸을까. 넓게 펼쳐진 브로콜리 밭을 지나 한적한 작은 산골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 보니 특별할 것 없어 보이던 산골마을에 눈에 띄는 건물 하나가 들어왔다. 바로 충북 제천시 덕산면 도전리 ‘누리마을 빵 카페(대표 한석주·농촌공동체연구소장)’이다.
목조로 지어진 건물,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커다란 창문, 담쟁이로 장식된 입구. 어딘가 이국적이면서도 농촌풍경과도 곧잘 어울린다.

“주문하신 케이크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입구에 들어서자 발음이 조금 어색하지만 손님을 받는 씩씩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곤 한 여성농업인이 케이크를 들고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가게를 나섰다. 밭일을 하다 잠깐 짬을 내 온 것일까? 일복과 모자를 단단히 쓰고 케이크를 찾아가고 있었다.

산골마을에서는 보기 드문 빵집, 그리고 카페. 그 모습이 더욱 궁금했다. ‘누리마을 빵 카페’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방기는 것은 고소한 빵 냄새, 향긋한 커피 향, 그리고 밝게 웃으며 손님을 맞는 카페 홀매니저 프라파이(36·태국)씨였다.
25평 남짓한 실내에 파스텔톤의 테이블과 의자, 삐뚤빼뚤 손글씨로 써내려간 메뉴판, 맛깔스럽게 진열된 먹음직스러운 빵 등 빵 카페의 풍경은 소박하지만 멋스러움이 묻어나 있다.


■ 결혼이주여성, 삶의 주체로 당당하게!
‘누리마을 빵 카페’를 농촌 마을에 개업하게 된 것은 농촌 마을 공동체의 복원과 발전을 통해 자립·순환하는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한석주 대표와 그의 지인들이 함께 고안해낸 생각이었다.
한 대표는 “결혼이주여성들은 한 가정의 아내, 엄마, 며느리이기 이전에 ‘여성’이고 ‘사람’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개인’보다는 아내, 엄마, 며느리로서 정착하길 바라는 분위기가 강하죠. 다른 문화를 인정하기보단 그들을 한국 문화로 동화시키려는 것이에요. 하지만 저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들을 돕기 위해 누리마을센터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꿈들을 현실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누리마을 빵 카페입니다.” 

결혼이주여성에게 동화정책이 아닌 자기실현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한 대표는 평생학습센터 개념의 누리어울림센터를 건립해 덕산면에 거주하고 있는 30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을 도왔다. 또한 이러한 활동의 연장으로 자립·순환하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빵 카페를 개업하게 됐다.

지난 2010년 10월 개업한 빵 카페는 마을 자립 순환하는 살림살이를 위한 로컬푸드와 먹거리 운동을 위한 지역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빵과 음료를 지역주민에게 제공하며 농촌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는데 힘쓰고 있다.
또한 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와 함께 삶의 주체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빵 카페에서는 결혼이주여성 4명과 인턴으로 간디학교 학생 1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 친환경 지역농산물로 안전한 먹거리 제공
빵 카페에서는 친환경으로 재배된 지역농산물을 사용한다. 유기농 우리밀과 통밀, 이웃 수산 마트에서 공급받는 유정란, 공정무역을 통해 들어온 유기농 설탕 등을 사용해 맛있고 건강한 빵을 만든다. 또한 빵의 부재료인 오디, 개복숭아, 오미자, 매실 등은  마을 뒷산이나 들판에 나가 직접 따오거나 마을 주민들이 재배한 것을 수매하고 있다.

이렇게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있어 일반 빵의 2.5배의 재료비가 더 들어가고 있지만 빵 가격은 일반 제과점과 같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마을의 한 주민은 “일반 제과점의 빵맛과 견줘도 손색없을 만큼 맛이 일품이에요. 그리고 모든 재료를 유기농 지역농산물을 사용하고 있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죠. 그래서 우리 손주들이 오면 꼭 여기 빵집에서 빵을 사주고 있어요.”라며 빵집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빵 카페는 빵과 함께 다양한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이 직접 내린 커피는 물론이고, 산과 들에서 직접 채취해 담근 오미자, 매실 효소로 만든 열매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한 대표는 “현재는 우리 빵을 널리 알리기 위해 먼 지역까지 택배로 배송해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 빵으로 도시사람들이 우리 마을로 와서 사갈 수밖에 없도록 빵의 맛을 높이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라고 큰 포부를 밝혔다.

■ 빵 카페, 마을 문화 공간 역할도 톡톡
빵 카페는 덕산지역에서 생산되는 건강한 농산물로 만든 먹거리를 나누는 곳이기도 하지만 소박한 울림이 있는 공연과 즐거운 만남이 있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농촌은 도시에 비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빵 카페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카페 천장에 조명을 달아두는 등 소규모 공연장처럼 꾸몄다.

한 대표는 “농촌은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없고, 공연을 하러 오는 사람도 적어요. 그래서 빵 카페 가운데 공간을 마련해 두고 천장에는 조명을 달아놔 마을 주민들이 주체가 돼 언제든지 공연을 할 수 있게 해왔어요. 또한 각종 세미나, 회의, 강연의 장소가 되기도 하죠.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처럼 동네사람들이 도란도란 모여앉아 정을 나누는 따뜻한 공간이 되고자 합니다”며 지역 주민들의 안전한 먹거리 제공과 함께 쉼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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